[Review] < 여우락페스티벌 > '컨템퍼러리 시나위'의 전율

국악의 무한한 가능성을 만나다
글 입력 2017.07.2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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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여우락 페스티벌 포스터.jpg
 

  '달강달강-, 워리달강-, 달강달강-, 워리달강-' 낯선 소리처럼 들리지만 우리의 민요 속 아이를 어르는 소리이다. 지난 7월 7일부터 국립극장에서 열린 <여우락페스티벌>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과 'TIMF앙상블'이 연주한 '컨템퍼러리 시나위' 무대의 주요 가락이기도 했다. 본 무대는 두 층계의 무대로 구성되어 관객과 더 가까운 쪽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더 먼 윗 층계에는 TIMF앙상블이 연주를 맡았다. 과연 국악과 양악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이에 중점을 두고 공연을 관람했다. 흥미로웠던 점은 TIMF앙상블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전래민요 연주가 번갈아가며 공연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주로 교차된 연주 구성은 마치 두 재즈 연주가의 화합과 견제를 보는 듯 했다. 다른 소리로 서로를 메꾸어주다가도 겨루는 양 화려한 연주를 뽐내는 두 음악은 관객들로 하여금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70분을 선사해주었다.

  '컨템퍼러리 시나위'는 관객참여형 공연이었다. 가만히 앉아 공연을 감상하다가도 모든 관객이 함께 '달강달강-, 워리달강-'을 부르며 가락에 소리를 더하고, 모든 악기와 관객들의 소리가 더해질 때 일부 관객들이 직접 연주하는 톤차임 소리가 다시 한 번 더해지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듣는' 것이 아닌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독특한 방식이었다. '나'로부터의 소리를 속에서부터 귀기울이고, 주변의 소리와 함께 내가 속한 '그룹'의 소리를 듣고, 그 순간 하나의 장(場)이 펼쳐지는 '전체'의 소리를 느껴내면 이 무대는 온전히 나의 것이 되는 것이었다. 그저 소리를 들려주고 들을 때 보다 훨씬 더 큰 울림이 연주자에게도 관객들에게도 전달되었을 것 같다.


2017 여우락 페스티벌(7.20.목)_컨템퍼러리 시나위_TIMF앙상블_국립극장 제공.jpg

2017 여우락 페스티벌(7.20.목)_컨템퍼러리 시나위_국립국악관현악단_국립극장 제공.jpg
▲ TIMF앙상블과 국립국악관현악단


  음악에는 문외한인 필자이기에 공연에 대한 음악적 분석은 무척 어렵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공연은, 특히 우리의 음악이 보여준 무대는 때로는 입을 다물 수 없을 만큼 놀랍디 놀라웠다. 우리의 악기가 이토록 다양한지도, 이토록 긴장감 있는 화려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도 미처 알지 못했다. 국악과 양악의 현악 모두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었지만, 양악의 무대가 각각의 악기가 모여 커다란 악기가 연주되는 느낌이었다면 국악의 무대는 연주자의 손가락이 현 위에서 뛰어노는 듯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꽹과리를 두드리고 장구를 두드리며 절로 덩실이는 연주자의 몸짓은 보다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공연의 끝자락에 연주된 '타악 시나위'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꽹과리와 장구, 거대한 북 연주에 피아노의 선율이 더해지는 무대였다. 단 세 개의 타악기가 공연장 전체를 완벽히 압도했다. 음의 높낮이를 만들어낼 수 없는 타악기는 다른 악기들보다 전해주는 감동이 미약하리라 생각했던 편견은 그야말로 완전히 부서져버렸다. 점점 더 커지는 소리와 긴박해지는 리듬으로 절정에 치달아갈 때 심장은 요동치고 입은 바싹 마르고 눈은 한시도 뗄 수 없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이어진 클라이막스 직전의 하이텐션 연주는 가히 모든 관객들에게 전율을 안겨주었으리라 생각된다. '시나위'라는 제목이 알려주듯 그 모든 흐름이 즉흥으로 연주되었다는 것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수많은 공연들 중 단 한 가지 공연을 향유했을 뿐이지만 <여우락 페스티벌>의 메세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음악의 무한한 가능성, 우리 음악의 과감한 자기진화. 그야말로 수많은 음악인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뜨거운 현장의 모습이었다. 우리 음악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만,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지만 알고 싶어졌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그리고 음악 감독들의 다른 무대들이 궁금해졌다. 2018 여우락 페스티벌에는 또 어떤 훌륭한 무대들이 펼쳐질까 벌써부터 기대하는 나를 발견한다. 국악, 생각보다 그리 멀리있지 않다.


[강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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