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제주도, 구경만? 이제는 살아보는 시대 [문화 전반]

효리네 민박을 통해 본 주거지로서의 제주도
글 입력 2017.07.2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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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필자가 굉장히 재밌게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효리네 민박'이다. 이 프로그램은 톱스타 이효리와 그의 남편 이상순의 사생활, 즉 공개되지 않았던 그들의 주거공간과 삶을 엿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예능이다. 하지만 이 외에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대리만족'이다. 우리가 인식하는 제주도는 휴양의 공간이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잠시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섬. 특히나 이러한 휴식의 섬 제주도에 '여행'하는 것이 아닌 '주거'하는 것은 많은 시청자로 하여금 큰 부러움과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직접 가지는 못해도 이렇게 프로그램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나도 제주도에 놀러 갔거나, 혹은 제주도에 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접하는 TV, 인터넷, SNS 등의 다양한 매체에서 최근 제주도는 뜨거운 감자다. 제주도를 다룬 예능에서부터, 제주도의 숨겨진 장소를 공유하는 게시물, 혹은 제주도에 잠시 살았던 경험담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제주 관광 협회에서 낸 통계를 살펴보면, 내국인이 제주도에 방문하는 비율과 그에 따라서 자연스레 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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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효리네 민박 공식 홈페이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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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연도별 관광객 추이, 내국인 관광객 수치가 주목할 점이다.


  이렇듯 우리에게 있어 제주도는 핫한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제주도라는 키워드를 생각해보았을 때 필자가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바로, 제주도가 이제는 여행의 의미를 넘어 주거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정말로 자신의 주거지를 완전히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단 몇 달이라도 제주도에 거주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 실제로 게스트 하우스 스텝을 지원하거나 숙소를 구해 사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필자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제주도에 몇 달간 거주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다. 당시 사정이 있어 좌절되었지만, 주변 지인들은 실제로 제주도에 집을 구해 꽤 장기간 지내는 것을 자주 보았다. 어떻게 보면 용기 있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라고도 생각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복잡한 삶에 지친 사람이 많다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다. 어쨌든 결론은, 이제는 제주도를 구경만 하지 않고 직접 살아보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제주도, 구경만? 이제는 살아보는 시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최근 이슈인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효리네 민박은 방송 초기부터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하였으며 공중파가 아닌 종합 편성 채널에서 방영하지만 첫 시청률이 5.8%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기록에도 불구하고 사실 효리네 민박에서 나오는 장면들이 매우 극적이고 다양한 것은 아니다. 보통의 민박집처럼 민박객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고, 그들이 원하는 장소를 추천해주기도, 또 빨래를 널기도 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들이 주가 된다. 또 이 일들은 매일 매일 반복된다. 이렇게 잔잔한 흐름 속에서 오히려 안정감과 휴식감을 느끼는, 피로가 없는 예능이다. 피로가 없어서,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장면들 또한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한 내용이다. 잔잔하지만, 그 장면이 주는 의미가 절대 작지 않은.


민박집을 운영하는 일상적인 내용을 담은 효리네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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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을 만나는 법을 묻는 아이유의 질문에 대답하는 이효리, 효리네 민박 명장면


  여기서, 이 프로그램의 주인인 이효리 라는 인물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효리가 누구인가. 대한민국의 톱 여가수, 이름만 들어도 남녀노소 누구나 알법한 화제의 인물이다. 또, 그런 만큼 누구보다도 화려한 생활에 지치기도 했을 인물이기도 하다. 항상 화려한 화장과 의상으로 TV에 등장하던 그녀는, 제주도로 간 후로 수수하고 꾸밈없는 모습을 주로 보여준다. 화장도 잘 하지 않고, 편하고 간단한 옷을 즐겨 입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모습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놀랍게도 부럽다는 것과 멋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말 그대로, 저런 결정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또는 능력이 부럽고 외적인 모습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이 멋지게 다가오는 것이다.


  민박집 아르바이트생으로 등장하는 아이유 또한, 인터뷰에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즐기고 싶어 효리네 민박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빠르고 바쁜 생활만을 살던 스타들이 그와는 반대되는 조용하고 느린 제주도에서의 삶을 원하는 것을 보면 역시 바쁘고 치열한 삶을 사는 우리도 제주도로 떠나고 싶어진다. 항상 무대에서 바쁘게 춤과 노래를 부르던 그녀들이 효리네 민박에서는 햇볕을 받으며 의자에 앉아 쉬고, 가끔 잠을 자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속에서 묘한 동질감과 부러움, 또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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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직접 찍은 제주도 1, 여유로움을 느끼게 하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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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직접 찍은 제주도 2,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최근 제주도에 직접 살아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제주 생활을 이렇게 멋지게 그려내는 예능은 조금 걱정되기도 한다. 실제 이효리는 한 방송 프로에서 솔직하게 자신이 제주도에서 행복할 수 있는 이유를 말하기도 했다. 경제력이 있으므로 남편과 수입 문제로 부딪히지 않으며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던 것. 물론 제주도는 멋진 자연경관과 느리고 여유로운 삶을 살기에 제격이지만, 실제 제주도로 떠난 사람들 중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평화롭고 느린 섬이 정말 좋다가도 어느 때는 너무 갑갑하게 느껴져 다시 서울로 돌아간 사람, 육지 사람을 낯설어하는 제주 도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마을회관 청소를 했다는 이야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제주도의 멋진 모습만 기대하고 무작정 떠났다가는 후회할 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제 더이상 제주도는 눈으로만 보는 섬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양한 매체에서 접하는 제주도는 이제 짧게라도 직접 보고 느끼고 살아보는, 그런 섬이 되었다. 관광지만을 찾지 않고, 작은 마을에 머물며 근처 해변을 거닐기도 하는 그런 섬 말이다. 필자 또한 아직 살아보지 못한 제주도에 대한 환상,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필자에게 제주도는 언젠간 꼭 한번 살아보고 싶은 곳, 하지만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곳, 또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욱 기대되고 소중한 섬이다. 또 필자 뿐만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지친 일상 속 힐링이 되어 주는 존재가 아닐까. 이번 주에도 눈으로 대신 살아보는 '효리네 민박'이 기다려지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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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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