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가치 있는 인생 [문학]

글 입력 2017.07.23 15:5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삶의 끝에서, 당신의 삶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지나온 시간의 그릇된 선택들에 대한 아쉬움에 쓴 미소를 지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이만하면 괜찮았다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일지도 모른다. 아쉬움과 만족의 균형 속에 약간의 좋은 기억을 더 가질 수 있는 것, 그것은 가치 있는 인생이리라. 위대한 극작가 아서 밀러의 < 세일즈맨의 죽음 >은 스스로 던진 질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1949년 윌리 로먼의 이야기이자 약 70년이 지난 오늘, 우리의 이야기이다.
 
대공황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미국의 도시지역 실업률은 38퍼센트를 넘어섰고, 아서 밀러의 집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아버지께서 운영하시던 의류점을 닫게 되면서 그의 가족은 맨해튼에서 브루클린으로 이동하게 되고, 아서 밀러는 접시닦이, 운전기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힘겹게 글을 썼다. 위대한 그의 걸작들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그의 인생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직접 겪었기 때문일까. 그의 작품에서 대공황이 한 가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강력하다. 주인공 윌리 로먼은 대공황 이후 변화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인물이다. 직장과 가정 어디에서도 안정을 느끼지 못한 그는 평온을 위한 마지막 선택으로 결국 자살을 택한다.
 
아서 밀러는 < 세일즈맨의 죽음 >을 통해 전통 서구의 비극 구조를 깨고, 현대 비극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화한 현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주인공은 직장에서 도태되고, 그 불안이 결국 가정의 파괴로 이어진다. 1949년의 글이지만 이것은 70년이 지난 현대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많은 윌리 로먼이 존재하고, 많은 비프가 존재한다. 사회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윌리 로먼들과 그 사회의 문턱을 넘으려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는 비프들. 불안한 개인들에게 가정에서의 조화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인지 모른다.
 
1949년 미국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윌리 로먼의 이야기는 2017년 뉴욕에서 1만km 떨어진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공연되고 있다. 아서 밀러의 시선은 그 시대의 것을 넘어 그의 자식들의 이야기로 여전히 대물림되고 있다. 우리에게도 조세희의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 있었다. 2015년,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 27년만에 200쇄를 돌파했다. 흔히 문학은 사회를 반영한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해답은 무엇일까.


[김우식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0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