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첫사랑의 색깔을 추억해보다: '플립(Flipped)' [영화]

글 입력 2017.07.2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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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사랑의 모습들 중에서 ‘첫사랑’만큼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이 있을까. 그건 누군가의 말처럼, ‘첫사랑을 했던 그 시절의 내가’ 그립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처음이라서 서툴고, 어색하고, 많이 떨려서. 그래서 더 순수했던 그 때의 나를 잊지 않고 싶어서, 그래서 우리는 첫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한 시절을 추억하고, 그리워한다. 저마다의 책 속에, 한 쪽 귀퉁이를 접어두고 가끔씩 꺼내어 볼 수 있는 생의 한 페이지로 남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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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플립(Flipped)'은 어느새 훌쩍 커버려 슬픈 ‘어른이’들에게 그 한 페이지의 책갈피와 같은 영화이다. 영화 속 소년 브라이스와 소녀 줄리의 서로 반하고, 뒤집히고, 엇갈리는 첫사랑의 연속과 그들의 성장은 같은 장면을 두 주인공의 시점에서 각각 보여주는 연출을 통해 더 사랑스럽고 맑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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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살, 앞집으로 이사 온 동갑내기 브라이스를 보고 첫눈에 반한 줄리는 그 후 줄곧 그를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나 브라이스는 그런 줄리가 부담스럽고 싫기만 하다. 줄리의 적극적인 모습이 6년 내내, 중학생이 될 때까지 계속되지만 브라이스는 늘 어떻게 하면 줄리를 떼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궁리뿐이다. 줄리가 싫어하는 셰리와 일부러 사귀어보기도 하고, 줄리가 앞에 나타나는 족족 피해보기도 하지만 그의 모든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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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늘 한쪽은 뒤쫓고 한쪽은 달아나는 평행선과 같은 둘의 관계는 이윽고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마당에서 기르던 닭들이 알을 많이 낳기 시작하자 넘쳐나는 달걀을 이웃들에게 팔거나 나눠주기 시작한 줄리는 브라이스의 집에도 매일 아침 달걀을 가져다 주며, 잠깐이지만 브라이스와 대화를 나누는 매일 아침의 짧은 순간을 기다리며 행복해 한다. 하지만 브라이스는 그런 줄리가 부담스러우면서도, 세균이 걱정되니 달걀을 도로 가져다 주라는 아빠의 명령에 한편으로는 줄리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결국 브라이스는 줄리 몰래 달걀을 버리기 시작하지만 얼마 못 가서 줄리에게 그 장면을 들켜버리고, 크게 실망한 줄리는 더 이상 브라이스를 쫓아다니지도, 마주하려 하지도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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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이제 더 이상 줄리가 자신에게 일말의 신경조차 쓰지 않는 데에도 불구하고, 브라이스는 어쩐지 기쁨보다 어딘가 허전함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에게 냉랭한 줄리가 점점 더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브라이스는 깨닫는다. 자신이 줄리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줄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은 커져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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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그렇게 서로에게 반하고, 상황이 뒤집히고, 어긋나는 감정의 연속이 계속해서 영화 내내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은 두 주인공 브라이스와 줄리의 내면적 성장 또한 함께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바로 ‘플라타너스 나무’ 이다. 줄리에게 매일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해주는 친구였던 플라타너스 나무는 영화 내내, 때로는 ‘부분의 합보다 전체가 크다’는 교훈을 일깨우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브라이스가 줄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되짚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 두 주인공의 새로운 끝과 시작을 함께 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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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플라타너스의 그 튼튼한 가지들이 수많은 잎들을 모두 포근히 안고 있는 것처럼, 영화는 따뜻한 색감의 시각적 표현을 통해 두 주인공 줄리와 브라이스는 물론 그들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소중한 시선에서 담아낸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진 않지만 늘 화목하고 밝은 줄리의 가족들과 태어날 때부터 정신적으로 장애를 가지게 된 줄리의 삼촌, 그리고 그런 삼촌을 포기하지 않고 늘 정성껏 돌보는 줄리 아빠의 모습과 한편 매사에 신경질적이고 예민하지만 사실은 마음 속 한 켠에 어린 시절 포기한 꿈에 대한 상처를 간직한 브라이스의 아빠, 돌아가신 할머니를 항상 그리워하는 로맨티스트 할아버지, 그리고 그런 주변 인물들을 통해 차츰 스스로 성숙해가는 두 소년 소녀의 모습을 통해 '플립(Flipped)'은 단순한 하이틴 로맨스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단순히 주인공 둘만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넘어, 언젠가 또 다른 줄리이자 브라이스였던 그 시절, 우리 모두의 성장 이야기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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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플립(Flipped)'은,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에게 아주 단순하지만 중요한 것을 알려주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줄리이자 브라이스였기에, 이 이야기는 결국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당신의 첫사랑이 어떤 색깔을 지니고 있었던 간에, 그건 분명히 그 자체로 빛나고 아름다웠던 ‘처음’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기쁘게 추억해보자. 그 시절, 내 첫사랑의 색깔은 어떤 빛을 띄고 있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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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플립)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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