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1세기의 Anti-Feminism [영화]

'Fatal Attraction'의 인물 설정을 중심으로
글 입력 2017.07.20 23: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 해당 글에는 영화의 중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Fatal Attraction
위험한 정사



Fatal-Attraction-DI.jpg
 

“You play fair with me, I play fair with you.”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영화, 'Fatal Attraction(위험한 정사)'에서 여주인공 Alex는 '벅찬' 여성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의 정당성을 내세우며 Dan에게 책임과 애정을 요구한다. 극 중 Alex는 출판사의 부편집장이라는 사회적 위치를 확보한 능력 있는 여성으로 성격 또한 주체적이고 자유롭다.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거침이 없으며 관심이 있는 상대에게 그것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도 상당히 직설적이다. 남자 주인공인 Dan 역시 그런 그녀의 유혹적인 태도에 쉽게 넘어가고, 둘은 강렬한 첫 만남을 갖는다. 여기서 Alex는 남성을 홀리고 결국 파멸로 밀어 넣는 팜므파탈의 이미지로 간주하기 쉬운데, Dan이 그녀에게 빠진 것은 짧은 며칠뿐이었고 그를 옭아매는 건 다분히 Alex의 행동에서 직접 비롯되었다는 것, 그리고 결과적으로 파멸에 이른 것은 Dan이 아닌 Alex 자신 임을 고려했을 때, 그녀는 팜므파탈에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감독은 Alex를 페미니스트 적 여성으로 묘사하며 그런 그녀를 통해 반페미니즘을 스크린 속에서 구현한다. 페미니스트가 지지하는 여성상이 고통스럽게 자멸하는 모습을 Alex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판단이 틀렸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더불어 영화에서 Alex가 사무실에 있거나 일을 하는 모습은 한 장면도 보이지 않는다. Dan과의 첫 만남이었던 미팅에서도 그녀의 직업적 역할이 두드러지기보단 Dan에게 관심을 두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진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더욱 상승하였고, 많은 여성이 본인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확보하였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내적으로 탄탄하여 믿을만한 것인지 영화는 은연중에 폭로하고 있다.


779b474aca355bec4a3425a5f9d63219--anne-archer-fatal-attraction.jpg
 

감독은 Alex라는 문제의 인물을 Dan의 아내 Beth와의 대비를 통해 극대화 시키고 있다. Beth는 미국의 전통적인 가정적 여성상으로 Alex와는 정반대 성향인 인물이다. Beth가 Dan과 나누는 대화나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 등으로부터 그녀의 다정하고 가정에 충실한 아내이자 어머니가 지녀야 할 성격이 잘 드러난다. 감독은 두 인물을 병렬적으로 제시하면서 Alex 쪽의 결핍을 부각한다. Alex의 불안정하고 공격적인 성향이 Beth의 차분하고 안정적인 그것과 뚜렷이 상반되는 것이다. 이로써 관객은 Dan의 상황에도 더욱 이입하게 되는데, 그 결과 Beth라는 기존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Alex라는 일시적 즐거움에 취했던 자신을 경계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주 평범한 Dan의 인생에 Alex라는 여자가 단 한번 얽혀서 행복했던 가정이 흔들리는 간접경험을 통해 관객은 자연스레 경각심을 갖게 된다. Alex의 집착과 행동이 심각해질 수록 Beth와 가정의 온전함이 갖는 소중함이 강조된다.


fatal-attraction-michael-douglas-29433616-1280-678.jpg
 

반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이 현대 사회에 만연하게 된 남녀 간 가벼운 잠자리나 결혼 불필요성에 대한 사고를 구축하였으며, 그것이 무책임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여긴다. 그와 같은 사고는 가정이란 공간을 파괴하고 위협적인 상황에 노출하며 전통적 가치와 종교적인 믿음에 크게 어긋나는 행위라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반페미니스트 감독 애드리안 라인은 'Fatal Attraction'에서 페미니즘을 대변하는 Alex의 자기 파괴적 성향을 반전 적으로 등장 및 전개하며 극적으로 관객의 감정을 이입시킨 뒤, 강한 각인을 남겨, 감독의 의도가 자신의 깨달음의 형태로 기억되게 만들었다. 반페미니스트는 여성은 더이상 희생자나 억압받는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큰 위협을 가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Alex가 본인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Dan에게 책임을 요구하지만, 객관적인 눈으로 보았을 때 한 가정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면서 많은 것을 요구하는 가해자로 그려지는 이유다.


Fatal-Attraction-michael-douglas-29431800-1280-678.jpg


애드리안 감독은 스크린 안에서 다양한 기법을 통해 반페미니즘의 가치관을 효과적으로 형성시킨다. 그는 주로 여성을 일방적으로 바라봐 온 남성의 '응시(gaze)'를 Alex에게 입힘으로써 Dan과의 관계에서 그녀에게 주도권을 부여한다. 또한 교차편집(cross-cutting)을 사용한 내용의 모순적이고 급박한 전개로 관객의 몰입을 유발한다. 이성을 잃고 아이를 찾아다니는 Beth와 한가롭게 아이와 놀이기구를 타는 Alex의 교차편집은 관객으로 하여금 두 인물에게 갖는 태도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데 역할을 한다. 또 영화는 미장센으로 Dan과 Alex의 집을 대조시키고 그들의 인간관계 역시 덧붙인다. Alex가 창문으로 엿본 것과 같이 Dan의 집이 언제나 밝고 따뜻하며 긍정적인 에너지가 일어나는 공간으로 설정된 반면, Alex의 집은 푸줏간 거리에 위치하여 어둡고 차가운 이미지가 강하다. 또한, Dan은 Beth와 아이를 비롯해 사람들과 함께 사회생활을 하지만, Alex는 Dan 이외의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으며 철저히 어둠 속에 홀로 갇힌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에 카메라가 Dan의 가족사진을 확대하며 끝나는 것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했던 주제에의 마무리 기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fatal-attraction-alex-attacks-dan.jpg


결국 사회악과 같이 묘사되어 Dan의 가정에 집착하던 Alex와 질긴 인연을 끊은 것은 Beth다. 다름 아닌 순수하고 지켜져야 할 선이 악을 종결시키는 이 결말은 마치 관객들이 외치던 “Kill that bitch!”에 속 시원히 응답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작품의 페미니즘은 죽는다. 하지만 이 결말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 감독은 영화의 인물 설정 및 그 관계, 촬영기법을 통해 반페미니즘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점점 복잡해지는 개인적 사정과 정신적 질환, 여성의 주도권 함양 앞에서 그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이 흐름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고, 전통적 가치는 상당 부분 사라져버려 전처럼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영화의 전개상 Alex는 싸이코 이미지의 악으로 묘사되었지만, 그것이 현 사회에서 상당히 증가하는 인물의 유형에 드라마틱한 기법이 첨가된 형태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Fatal Attraction'은 인물의 성향을 이용한 두 가치관의 대립을 효과적으로 제시하였지만, 그것이 우리 시대의 해답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심층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이미지 출처: 구글



KakaoTalk_20170720_231407230.jpg

 
[염승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