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을 읽는다? 책을 경험하다!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문학]

술에 대한 열정으로 전 세계를 경험하다.
글 입력 2017.07.1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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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은 니시카와 오사무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사랑하는 술과 안주를 먹은 경험담을 기록한 책이다. 책을 읽고 느낀 소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그야말로 '행복한 술이고 행복한 경험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바쁜 삶 속에 치여 사는 현대인들은 좀처럼 오랜 여행을 떠나지도 못하고, 또 떠나게 되더라고 자신이 하던 일이 계속 생각난다. 여행을 와 있는 동안 업무상 급한 일은 없는지, 학생이라면 꼭 해야 하는 과제는 없는지, 새로운 학과 공지사항이 나오진 않았는지 하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책의 저자 니시카와 오사무(西川治; Nishikawa Osamu)는 그렇지 않다. 우선 떠난다. 떠나서 주택을 임대해 살든, 아니면 싸구려 호텔에서 잠을 청하든 개의치 않는다. 그는 그저 현지에서 현지인들이 마시는 술을 마시고 현지인들이 먹는 안주를 먹는다. 또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지에서는 현지인과 최대한 비슷한 방식으로 새로운 문화를 체험한다.




책을 읽는다?
책을 경험하다!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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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니시카와 오사무 글&사진, 이정환 옮김


  책을 제대로 읽기 전 프리뷰를 작성할 때, 저자의 직업을 소개한 적이 있다. 저자의 직업은 아주 다양했는데, 술을 먹기 위해서라면 렌즈도 팔 수 있는 카메라맨, 술과 안주를 맛보고 그 맛과 향에 대해 세세한 평가를 해 내는 요리 연구가, 다양한 안주만큼이나 맛깔나는 글을 써내는 작가 등이 그의 직업이었다. 프리뷰를 작성할 때는 미처 몰랐던 그의 진가가 직접 책을 읽어보니 드러났다. 그가 직접 찍은 듯 보이는 사진과 그의 음식에 대한 맛깔나는 설명까지 더해지니 직접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단순히 술과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직접 그 나라에서, 지역에서 겪었던 경험까지 더해져 책은 더욱 풍부하게 다가왔다.


  가장 강조하고 매력적인 부분은, 이 책에는 가식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겪은 경험 그대로다. 불필요한 장식적인 미사여구도 많지 않고 정말 자신이 경험한 그대로를 담았다. 그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니시카와 오사무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저자가 이탈리아에서 겪었던 경험이었다. 가죽부대에 담긴 비노(와인)을 마시는 장면이었는데, 멋있게 비노를 입으로 받아먹으려던 저자는 실수로 빨간 레드와인을 얼굴 전체에 쏟고 말았고, 이를 여러 사람이 보고 웃었다고 한다. 이처럼 저자는 자신이 겪은 부끄러운 경험도 감추지 않고 독자들과 공유한다. 오늘은 어떤 술과 안주를 먹었는지, 무엇을 새롭게 경험하고 그곳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또 어떠한 기분을 느꼈는지 하는 것들, 심지어 창피한 경험이라도 말이다. 이 부분이 나에게는 저자가 어떠한 환경에서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충분히 상황을 즐기는 모습으로 다가와 즐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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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카와 오사무

1940년 와카야마현(和歌山縣) 출생.
와세다(早稻田) 대학 중퇴.
사진가․문필가․화가․요리연구가로
60권 이상의 저서가 있다.

  
  이렇게 책이 단순히 맛 평가가 아닌 저자와 같이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덕분에,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끝까지 책을 놓지 않고 읽어낼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책은 교훈을 얻기보다는 재미와 음식 설명 위주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지금은 저자의 여행 패턴을 통해 배운 것이 많다. 물론 사람에 따라 여행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현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행동, 식문화를 거리낌 없이 흡수하는 저자를 통해 어쩌면 진정한 여행이란 좋은 곳만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닌 현지를 경험해 보는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양한 음식과 경험을 망설임없이 도전하는 그를 보고 나도 어디선가 마음속에서 용기가 솟아나기도 했다. 술을 잘 즐기지 않는 필자가 이런 감정을 느낄 정도니, 술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한 번쯤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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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여행한 나라와
그 나라의 술을 표시한 세계지도


  마지막으로, 책 앞장에 나와 있는 저자가 마셔본 술의 사진과 세계 지도를 합친 사진을 첨부한다. 책 내용을 모두 읽고 난 후에 이 사진을 보니 저자가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무언가에 대한 열정으로 이렇게 긴 여행을, 고민 없이 떠날 수 있을까? 아마도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나는 이 책을 통해 대신 여행할 것 같지만, 언젠가는 꼭 저자처럼 고민 없이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책의 저자가 나에게 준 것은 책의 내용뿐만 아닌 무엇인가를 향한 열정, 그리고 그 열정에 대한 용기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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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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