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치마부에'를 알고계신가요? [시각예술]

치마부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제자 조토와의 작품비교
글 입력 2017.07.16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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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사에서 가장 예술이 꽃피웠다고 일컫는 르네상스시대. 그 시초엔 치마부에가 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의 화가입니다.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주의 페렌체에서 태어났으며, 토스카나주 피사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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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부에 초상화>


 ‘소의 머리’라는 뜻의 치마부에는 본명이 아닌 별명입니다. 치마부에라고 불리게 된 것은 거칠고 오만한 성격 때문이라고 합니다. 본명은 벤치비에니 페포입니다. 그는 중세에 이탈리아 회화를 지배한 비잔틴 양식의 최후를 장식한 거장이었고, 르네상스 초기 대가들 중 가장 영향력 있는 화가라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 잘 알려진 사실은 그의 화풍은 피렌체파의 거장 두초 디부오닌세냐와 조토 디 본도네에게 영향을 주어 그들의 예술에 바탕을 마련해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두 화가를 직접 가르쳤는지도 모르지만, 생전에 이미 그들에게 최고 화가의 자리를 빼앗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치마부에에 대해 알려진 바는 많지 않습니다. 생애와 작품에 관한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데다, 그는 그림에 서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치마부에의 작품이다 아니다로 갈리는 의견이 굉장히 많은데, 그 중 확실하게 치마부에의 대표작이라고 알려진 작품 그리고 그의 제자 조토와 비교되는 몇 가지 작품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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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자와 네 천사 및 프렌체스코>,1288-1290년 경


 먼저 <성모자와 네 천사 및 성 프란체스코>라는 작품입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성당 상부교회에 있는 이 프레스코화는 비잔틴 화풍을 남기고 있지만, 늠름한 조형의욕과 자상한 인간감성 추구에서 르네상스의 여명이라고도 할 조기적인 현상을 보여주고, 조토에 의해 실현되는 신회화의 탄생을 예약하면서 피렌체파의 시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이 프레스코화들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성당의 규모가 매우 컸고 이 성당이 두 개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 회반죽을 바른 교회 벽을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과 장면들로 장식하게 하기 위해 비용을 아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 아시시에서는 다른 화가들도 작업에 많이 참여했고, 그중에 젊은 조토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어느 화가가 어떤 작품을 제작했는지 정확한 판단은 어렵지만 치마부에가 함께 일하던 젊은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은 확실하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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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 1287-1288년 경

 
 다음은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 라는 작품입니다. 피렌체 산타 크로체 성당에 있는 작품입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그린 작품인데, 입체감있게 휘어진 예수의 몸이 평면적인 십자가와 대조되는 모습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 치마부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나 커다란 제단화처럼 ‘공식적인’ 작품을 주문받아 그릴 때는 비잔틴 미술의 전통적 형식을 엄격하게 고수하였으나, 그러면서도 그 속에서 정서를 자아내는 새로운 내용을 불어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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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상>, 1290-1300년 경


 위의 작품은 조토의 작품입니다. 선생님인 치마부에와 비슷한 구도로 그렸지만 다름이 느껴집니다. 십자가에 매달려 하중이 아래로 쏠리는 모습, 갈비뼈와 복근부분의 명암과 양감, 그리고 고개숙인 예수에서 느껴지는 숙연함으로부터 나오는 감동이 더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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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삼위일체의 성모>, 1285년 경


 다음은 <성 삼위일체의 성모>라는 작품입니다. 수세기 동안 성모 마리아는 신성한 존재였기 때문에 숭배되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주제를 다룬 이전 그림들과 비교할 때 치마부에의 성모는 삼차원적으로 따라서 사실적인 방식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얼굴에는 환하고 그늘진 부분이 있어서 사실적으로 보이고, 성모자는 보는 이를 똑바로 응시해 주의를 집중시킵니다. 옥좌를 지탱하고 있는 천사들은 두 중심인물 뒤로 물러선 것처럼 보입니다. 앞쪽의 천사들은 뒤쪽의 천사들보다 더 크고 서로 겹쳐서 서 있게 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특징들 때문에 옥좌가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밑에 예언자 네 명을 그려 넣었는데, 이들을 입체적으로 묘사한 조각적 표현 양식은 시대를 훨씬 앞선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그림에 그려진 건축물의 잠재력을 처음으로 인식했고, 장소와 입체감을 위하여 배경에 건축물을 도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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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좌의 마리아>, 1306-1310년 경


 다음은 제자 조토와 비교되는 작품인데, 제자가 스승을 훨씬 넘어섰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치마부에는 선으로 조토는 명암과 면을 위주로 표현했습니다. 옷의 주름, 천사들의 모습, 얼굴 등 모든 부분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치마부에는
자기가 생각했던 회화의 영역을 장악했으며,
지금은 하늘의 별들을 잡고 있다


 위의 문구는 치마부에의 묘비명에 써있는 글이라고 합니다.

 치마부에 이후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표현 양식이 비잔틴 미술을 대체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비잔틴 미술의 전통이 갖고 있는 모든 가능성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비잔틴 미술의 전통이 사라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만일 치마부에의 영광이 그의 제자 조토의 위대성과 대조되지 않았다면 그의 명성은 더욱 커지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도 자리잡습니다. 그러나 치마부에가 있었기에, 르네상스의 시초도 그리고 조토도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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