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여름밤의 동상이몽(同床異夢)

글 입력 2017.07.1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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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꿈 poster.jpg
 

 
가장 현대적이면서 가장 야만적인 셰익스피어극

<한여름 밤의 꿈>은 그 도발적인 내용으로 당대에는 자주 공연되지 못했다. 그러나 18세기 낭만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이 극은 낭만주의로 치장되었고 요정은 그 악마성을 상실하고 날개 달린 귀여운 요정이 되었다. 그러나 4백 년 전 셰익스피어의 대사 속에는 낭만도 희극도 찾아 볼 수 없다. 사랑을 막는 억압적인 사회를 피해 숲으로 들어 온 젊은 연인들은 사랑의 광기와 강박증, 꽃물의 환각 속에서 이들의 사랑은 증오로 변한다. 우정은 깨지고 서로를 저주하고 싸우면서 한여름 밤은 ‘악몽’이 된다. 당시 재해로 인한 기아와 폭동 속에서 일자리를 잃은 직공들은 연극에 희망을 걸고 두려운 마음으로 귀족들 앞에서 공연하고자 한다. 그러나 연습을 위해 숲에 들어온 직공들은 요정에게 홀려 큰 소동이 벌어지고 당나귀로 변신한 보텀은 요정 티타니아에게 겁탈 당한다. 이 극은 엘리자베스시대의 억압을 은밀한 ‘꿈’ 속에 감춘 셰익스피어 작품 중 가장 현대적이며 또한 야만적인 작품이다. 

- 보도자료 중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셰익스피어의 극은 꿈은 꿈이되, 악몽이다. 사실 학부생이 셰익스피어를 '공부한다'고 하는 것은 너무 건방진 말이다. 대체 뭘 안다고?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셰익스피어라는 작가가 학부생 정도 수준에서 영어 조금 하고 책 좀 읽었다고 비빌 수 있는 정도의 작가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셰익스피어는 읽으면 읽을수록 '아 내가 이만큼 모르는 게 많구나' 하는 반성 내지는 자학을 이끌어내는 작가이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 셰익스피어 전공 수업을 드랍했다.)

 각설하고, 영문학계에서 셰익스피어가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대중성 덕에 그의 극을 직접 읽어보거나 관람한 적은 없다 하더라도,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작품의 제목 정도는 다들 들어보았으리라. 그리고 어릴 때 책을 조금 읽었거나, 일반 상식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이 '대충'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바로 이 부분이 영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과 일반 독자 사이의 괴리를 낳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동시에 셰익스피어를 악몽으로 만들어버리는 분기점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인 얼개나 시놉시스만을 가지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이러이러한 내용이다, 하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말한다. 아니, 이런 한국 막장드라마에도 안 쓸 전개로 이루어진 작가가 영문학의 꽃이라 불린단 말인가, 하고(...).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셰익스피어는 재미있다. 셰익스피어의 문장이  40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살아 숨쉴 수 있는 이유는 그의 서사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사실 셰익스피어 시대의 서사 구조는 여러 고전의 답습이 많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자면 표절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 재치있는 언어 사용을 통한 대사가 큰 몫을 했다.

 그래서 이번 연극이 기대가 된다. <한여름 밤의 꿈>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건만, 대사에 집중했다는 연출의 자평은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다만 <한여름 밤의 꿈>이 셰익스피어의 극 중에서 가장 현대적이라 하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는데(내 기준에서 제일 현대적인 셰익스피어 극은 베니스의 상인이다) 인간 본성의 야만성과 현대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떤 방식으로 잡아내었을지 우려보다는 기대가 앞선다.


한여름밤의 꿈 상세페이지.jpg
 

[최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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