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베어브릭의 생명력은? [다원예술]

글 입력 2017.07.13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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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방에도 몇몇 개가 전시되있는 베어브릭은, 항상 볼 때마다 사고는 싶지만 그 돈을 주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정확한 수치로는 알지 못해도, 원가에 비해서는 턱 없이 비싼 가격이라는 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다들 알고 있다. 단순히 플라스틱이 아니라, '베어브릭'이라는 브랜드값과 아티스트와의 컬레버레이션,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는 블라인드 박스 시스템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되었기 때문에 그 값어치를 한다는 것을.

아트 토이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다. 말 그대로 '아트'로 인정받는 예술 작품이다. 큐브릭, 베어브릭, 더니, 스모킹래빗 같은 브랜드가 제일 대표적이고, 그 중에서도 베어브릭을 대표로 말해보고자 한다.


28시리즈.jpg
베어브릭 컬렉션. 본 시리즈는 28시리즈이다.


베어브릭을 한 번이라도 사 본 사람을 살 것이다. 베어브릭끼리도 다 같은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희귀도에 따라 나뉜다는 것을. 각각의 베어브릭이 포장되어있는 박스 옆면을 보면, 해당 베어브릭이 얼마나 희귀한 것인지 '나올 확률(%)'로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베어브릭은 박스에 무엇이 들어있는 지 알 수 없는 피규어인 '트레이딩 피규어' 이며, '블라인드 박스 시스템'을 이용한다. 희귀 등급에 따라 베어브릭을 나누기도 하는데, '시크릿'의 경우에는 박스에도 그 이미지가 나와있지 않고, 흔히 1/100의 확률이거나 그보다도 나오기 힘든 정도의 확률이다.


시크릿박스.jpg
베어브릭이 사용하는 '블라인드 박스 시스템'


아트 토이의 경우 많은 아티스트, 디자이너들과의 컬레버레이션을 통해 화제를 끌지만, 디자이너의 오리지널이거나 한정판이 아니면 다른 피규어들과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그 부분이, 희귀한 베어브릭의 가치를 더 높게 하는 부분도 있다. 희귀한 베어브릭을 얻기 위해 한 번에 다량의 베어브릭을 사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랜덤 요소를 이용한 최고의 장사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이러한 베어브릭이 얼마나 생명력을 가질 지는 의문이다. 베어브릭, 아트 토이는 현대미술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트 토이와 현대미술은 비슷한 요소가 많다. 현대미술이나 아트 토이는, 사람들에 의해 상징적으로 부여된 의미가 곧 생명력이다. 아트 토이는 현대미술이든 그 의미가 퇴색되거나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약해지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마르셀 뒤샹의 '샘'을 생각해 보라.


샘.jpg
마르셀 뒤샹의 '샘'


현대 미술의 지평을 넓힌 작품이자, 현대 미술에서 흔하게 나오는 단어들인 '오브제', '레디메이드'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1917년 당시 세간의 화제를 모았고, 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깬 작품이다. 그렇지만 그 의미만 빼면, 아무것도 아닌 변기일 뿐이다. 반대로 그 의미가 곧 현대 미술의 의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현대 미술에서 그 작품을 가치 있게 하는 것은 주로 그 작품을 누가 만들었는지이다. 중세 시대부터 만들어졌던 클리셰는 이미 많이 깨졌고, 오히려 이제는 역발상의 개념이 클리셰가 된 상황이다. 지금 시대에서는 현대 미술마저 초기의 진정한 의미를 여전히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고, 유명한 아티스트가 만든 작품들이 곧 높은 값어치를 갖게 되었다. 베어브릭도 '베어브릭'이라는 브랜드의 가치, 더 추가하자면 같이 컬레버레이션을 한 아티스트의 값어치로 인해 지금의 값어치를 가지게 된 것이다.

언제부턴가 유명해지려면 영향력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되지만, 이미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예술 문화 시장을 그들의 영향력으로 독식하고 있는 아이러니가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의 기반이 점점 갈수록 불분명해지기에 현대 미술 시장의 구조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의문이다. 확실한 것은, 영원히 지속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의식 속에 남아있는, 그 작품에 대한 의미가 사라지는 순간 현대 미술은 소멸하게 된다. 동일하게, 사람들의 의식 속에 남아있는 베어브릭의 사회적인 의미가 약해지는 순간, 베어브릭의 영향력은 약해지게 되고 언젠가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물론 언제나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는 등장할 것이고, 어떠한 작품들은 특정한 의미를 대변할 것이다. 그러나 그 영향력의 기반이 '아티스트의 영향력'이라는 불분명한 기반에 서있는 지금, 현대미술 작품 중에 하나인 베어브릭도 그 의미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불분명하다.


[이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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