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7/9) 동시대 인간의 해부 그리고 부재감을 묵도하는 사회 - 붉은 매미 @대학로 나온씨어터

동시대 인간의 해부 그리고 부재감을 묵도하는 사회
글 입력 2017.07.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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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인간의 해부 그리고 부재감을 묵도하는 사회"

붉은 매미
-고독한 소년, 고립된 소녀-


극단 죽죽_붉은 매미 포스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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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씨어터는 지난 날 연극 <산토끼>와 연극 <상처투성이 운동장>를 관람했던 장소이다. <상처투성이 운동장>도 너무나도 심오했다는 기억이 강렬히 남아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더라. 이 곳은 개인적으로 작품성이 높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뇌리에 깊이 박히는 작품들을 잘 선정하는 것 같다. 다른 극장에 비해 지하철역에서 다소 먼 거리에 있지만, 그만큼 "믿고 오는 나온 씨어터"가 아닐 수 없다. 극장으로 가는 구불구불한 길을 걷으며 옆에 있는 작은 가게들을 보는 재미도 은근 솔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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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연극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와 어딘가 모를 비슷함을 느꼈다. 특유의 암울함과 극이 진행되는 내내 불편한 묘한 심리적 압박감 그리고 극이 끝난 뒤에도 어딘지 모를 찝찝함이 끝까지 따라 붙는다. 필자를 비롯한 현대인 내면에 꽁꽁 숨겨져 있는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들키게 된 양심의 가책이나 부끄러움과도 같은 느낌일까. 배우들이 내뱉은 말(대사)들은 사실 우리 관객들에게, 그들이 이 사회에,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였을까.

이 연극의 제목도 <붉은 매미>였던 이유는, 매미처럼 혼자 나무에 매달려 큰 소리로 울어대는 모습이 홀로 사회에 내 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울부짖을 우리의 성난 모습을 의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연극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배우들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지만, 그들이 '대화'를 하고 있지는 않는다.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만 내뱉을 뿐이지 소통이나 대화의 진척은 없다. 마치 누가 올지 모르지만 그저 텅 빈 허공에다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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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당시에 적은 '언어 중심의 연극'이 무엇일까 감이 잘 오지 않았는데, 극을 보고 나니 한 번에 이해가 되더라. 이 <붉은 매미>는 시작부터 끝까지 배우들의 큰 움직임이나 액션이 없다. 만약 그들의 대사를 듣지 않고 있다면 참으로 평온하고 잔잔한 연극이 아닐 수가 없다. 거의 한 자리에서 맴돌기만 하는 수준이다. 무대는 그들에게 그냥 하나의 공간일 뿐.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인상을 자아내는 공간이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몸짓에서 벗어나 대사를 듣는 순간 그 평온함은 한 순간에 깨어져 버린다. 인물들은 또 다른 얼굴이 존재하는 일상의 어느 부분에 걸려든 매미처럼 고독, 불안, 부재감 등의 신경증적인 태도를 보이며, 상대 혹은 자신한테 억눌린 분노를 설득과 언쟁과 반박, 조롱 등으로 거침 없이 쏟아낸다.


"(중략) 동시대인의 언어는
고독과 고립에서 발화되며
그들 존재에 대한 증명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언어의 연극성은
현대극의 좋은 수단이자 도구이기에
저 또한 나름의 문법을 견지하며 접근해 보았습니다."

-연출가 김낙형


공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대본가 텍스트를 강화하여 연극 분야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배우가 말하는 대사, 즉 '언어'를 중심으로 한 연극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 연극을 볼 예정인 관객이라면, 집중해서 그들의 말을 잘 들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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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극으로 이루어져있다고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까 네 개의 극으로 이루어져있더라. 그리고 극의 내용도 초기와는 많이 달라졌다. 어찌 되었거나 이 극은 나누어져 있지만, 어딘지 하나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대인들은 모두가 문명을 끌어가는 시스템에 대한 막연한 맹목으로 살아가고 그로인해 부재감에 시달린다. 현대의 젊은 청년들이 묵도하는 세상과 세대를 막론한 부재감에 관한 이야기로 합쳐지는 각각의 극은 뉴스에서, 가십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내용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결코 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직장 동료 간의 소통의 부재, 회사와 직원 간의 소통의 부재, 마을 이웃 주민간의 소통의 부재, 남매 간의 소통의 부재 그리고 부부 간의 소통의 부재. 억눌리고 베베 꼬인 인간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거대 구조 속에서 파편화된 인간과 그들이 속해있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해있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부재에 가깝게 살아가는 인간들의 내, 외면을 현전시킨다.

아래의 인용글은, 연출가님의 이야기 중 마음에 들어서 발췌해 왔다.


"이 모든 일련의 일들이
낮처럼 훤한 신도시 곳곳에서,
잠시 머물렀다 떠나야 하는 장소에서,
너무 멀리 나온 사람들처럼 안착하지 못하고
떠다니는 인물들로 채워지고
무대는 그러한 도시의 장소를 옮겨와
현대의 밝음 속에 생명 없음과 막연함을 드러낸다."

-연출가 김낙형



[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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