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술로 세상을 담으렷다, <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

믿고 가는 술, 인류 최고의 발명품
글 입력 2017.07.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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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무엇일까. 누구나 분명 다른 답이 있겠지만 나에게는 적어도 한결같이 일관되다. 인류 최고(高)이자 최고(古)의 발명품은 단연 술이 아니겠는가. 술에 대한 근거 없는 로망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드라마와 영화 속, 책 속에 나오는 술도, 그리고 처음 맛보고 지금까지 느낀 술이란 녀석은 한마디로 매력적인 녀석이다. 물론 환상이 너무 컸던지라 처음 마신 술은 생각보다 밍밍하고 달지도 않고 어지러움만 주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날 술 생각으로 웃음이 지어지고 입이 근질근질한 경지도 때때로 찾아오게 되었다. 놀라지는 마시라, 그래도 알코올바라기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그래서 대리 만족이나 하기로 했다. 세계 곳곳을, 그 곳의 술을 탐방한 니시카와 오사무의 <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으로. 이름부터 대리만족이 잘 될 것 같은 촉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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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이라면, 행복한 건 술맛이라고 대문짝만하게 말하는 셈이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고 술의 단점을 모르냐며 차갑게 별 꼴인 책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맞다. 술은 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수많은 이의 필름을 끊기게 하고, 온갖 안봐도 될 주사를 보게 하고, 헤어진 전남친/전여친에게 연락하게 하는 등 이불에 구멍을 나게 할만하게도 한다. 뱃살과 옆구리살의 주범이며, 간에도 좋지 않다. 다른 나라는 어떨지 모르지만 한국은 밑잔이나 꺾어마시기를 달갑게 보지 않는 억지로 술 권하는 국가이다. 술은 1차에서 끝나면 의아한 일이라 그런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주류를 소비하는 랭킹에 빠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얼굴이 빨개지거나 심장이 쿵쾅거리거나, 다음날 '어제 왜 그랬지' 싶은 숙취의 원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해줄 효소는 상대적으로 현저히 적은 편이다.

  몸이 따라주지 못하게, 이기지도 못할 술을 마시는 지경이다. 이것만 봐도 술이 대체 뭐가 좋냐며 따지고 들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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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술의 매력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역으로 이기지도 못할 그 술을, 이러니 저러니하면서도 열심히 찾는 걸 보면 술은 적어도 꽤나 멋진 애증의 존재이다.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서인지, 각자 과하게 마시지 않고 즐기면 몸에 좋은 효능도 다양하다. 술이 문제가 아니라 마시는 사람의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술은 대체 무엇이 매력이란 말인가. 술에는 '맛'이 있다. 혀가 꼬부라졌을지언정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진심과 진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솔직한 맛. 기분에 따라서, 몸 상태에 따라서 쓰기도 달기도 한 변덕스러운 맛. 혼자 먹을 때는 혼자만의 평온함이 있고, 여럿이 먹을 때는 함께 복닥복닥한 즐거운 맛. 누군가에겐 뮤즈처럼 수많은 글과 사랑, 음악과 그림, 아이디어(새로운 술 조합도 포함이다)를 샘솟게 했고, 누군가에겐 절대 하지 않을 후회스러운 흑역사를 남겨주는 축복이자 저주같은 이중적인 맛도 있다. 먼저 세상을 떠나간 이들을 위로할 때도, 혼자 남겨진 우리들을 위해서도 기꺼이 잔에 따를 수 있는 생사에 놓인 맛. 비오는 날엔 비가 와서, 날이 더운 날에는 더워서, 어느 날은 회가 있어, 어느 날은 치킨이 있어서. 술이 목을 타고 흐르는 목넘김이 그리워서. 이렇듯 술은 적어도 내게 날씨와 음식, 온갖 기분과 상황에 맞춰 대응할 수 있는 맛깔진 즉흥성과 풍류, 임기응변이 매력인 것이다.

  이쯤되면 술 예찬자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사실이다. 나의 몇 안되는 별명 중 하나는 지오니소스(이름인 '지원'+ 술의 신 디오니소스)인 것을 보면. 그러나 아쉽게도 술과 나 역시 이번 생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다.  술을 한잔만 해도 몸이 새빨갛게 변하는 자칭타칭 홍익인간, 알콜쓰레기인지라 넘치는 마음에 비해 몸을 생각해서 거리를 두고 있다. 그마저도 온몸이 벌게지도록 좋다고 열심히 마셔대곤 했던게 엊그제다. 그러나 아직 술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술이 무엇이 매력적이냐고 묻는다면 저렇게 하룻밤이 모자라게 읊을 수 있지만 술이 왜 좋은지를 묻는다면 답은 하나다. 술이 좋은 건 술이 인간스럽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술은 흘러들어갈 수 있다. 너무 좋은 것만 아니고, 너무 나쁜 것만도 아니다.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다른 의미가 되어버린다. 늘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사람같다. 완전하지 않은 사람을 잘못되었다 술은 내치지 않는다. 완전하지 않은 술도 역시 내처지지 않는다. 때에 따라 좀 더 깊이 있고, 취향에 걸맞는 술이 있기 나름이겠지만 각각의 술은 각각의 인간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풋내나는 술은 풋풋한 맛으로, 깊은 술은 또 깊은 맛대로. 들어가는 재료부터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 어느 하나 당연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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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니시카와 오사무


  맛집을 탐방하고 먹방을 찍는게 대세라면 대세인 시대에 생각보다 술을 탐방하는 일은 그에 비해 붐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것 같다. 그런 점에서 <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을 지은 니시카와 오사무의 어쩌면 개인의 취향적인, 어쩌면 깊은 생각의 산물이 반갑고 기대된다. 그는 어느 날 깨달아 버린 건 아닐까. 그가 유럽이나 아시아 곳곳 여행길에 올라 발걸음이 머무는 곳에서 마신 술과 안주는 가장 혀 끝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선명한 기억일지도 모른다. 길고 구구절절한 여행기나 보기 좋게 찍은 사진이 생각보다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이 아닐지도 모른다. 술은 그 자체로  필터가 되어 우리 스스로를 카메라 그 이상의 역할을 하게 할 것이다. 눈으로, 귀로, 입으로, 살갗에 와닿는 느낌을 잊지 못하도록. 이 모든 것은 아쉽게도 작가만 알 수 있겠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책에 글과 사진 그 이상의 강렬함을 담을 것이라고 함께 기대한다. 제목과 소개글만 보고도 얼른 보고팠던 책! 암만, 술과 여행이라면 후회할 일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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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어릴 적부터 가장 로망에 가득찼고 여전히 좋아하는 막걸리를 다뤄준다니, 그 챕터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주전자에서 콸콸 흘러나오는 따뜻한 빗줄기, 푸근한 막걸리를 그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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