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카림라시드展 리뷰

글 입력 2017.07.11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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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색을 사랑하는 디자이너의 전시회답게 전시장은 입구부터 핑크빛으로 가득했다. 무채색과 베이지색에 환장하는 나로서는 채도 높은 핑크색이 지닌 강렬함에 순간 주춤하기도 했다.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으며 관람객을 맞이하는 핑크빛 입구를 지나 전시장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역시나 전시장 내부에서도 그의 핑크 홀릭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갸름한 달걀을 연상시키는 핑크빛의 쿱 의자, 쨍한 핑크색의 플레져 스케이프, 세면대와 욕조 등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핑크색의 향연. 그는 주로 모노톤이 사용되는 미니멀리즘 디자인과는 반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전시장 구석구석을 관찰할수록 현란하고 비비드한 유채색을 미니멀리즘과 결합시켜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킨 카림 특유의 디자인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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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또 다른 디자인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곡선이다. 그가 만든 작품은 온통 유기적인 곡선과 다면화된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제품은 오우 의자와 키스하는 소금∙후추통, 포옹하는 소금∙후추통이었다. 카림은 뉴욕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다 유독 불편했던 의자가 결국 식사 도중 부서지는 경험을 한다. 그 후 편안함을 고려해 탄생한 의자가 오우 의자다. 직선의 딱딱함보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이 제품은 2000년도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에 영구 소장되었다고 한다. 메탈 소재로 만들어진 키스하는 소금∙후추통 역시 인체의 곡선에서 영감을 얻어 키스와 포옹을 하는 연인의 모습이 형상화된 작품이다. 이처럼 단순하고 간결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은 심미성과 기능성의 절묘한 조화를 돋보이게 했다. 다른 제품들도 훌륭했지만 이 두 작품과 가르보 쓰레기통을 가장 베스트로 꼽고 싶다. 미니멀리즘은 사각형이나 원형같이 정형화된 형태를 사용하는 특정 스타일이 아니라 디자인의 원칙이라 정의 내린 그의 철학과 완벽히 부합할뿐더러 실용성도 잃지 않은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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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그는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디지팝의 공간으로 관람객들을 초대한다. 화려한 색감, 상형문자를 연상케하는 아이콘을 특징으로 만들어낸 그의 새로운 작품 또한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작품 속에 담긴 그의 나르시스적인 자아, 개성 넘치는 아이디어, 핑크를 향한 일관된 뚝심 모두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혹시라도 빼놓은 부분이 있을까 싶어 다시 한 번 전시장을 훑어본 뒤 카림의 디자인 세상 속에서 빠져나왔다. 사실 산업디자인에 대해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처음과 달리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졌다. 그의 디자인으로부터 마치 이런 질문을 건네받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예술이란 무엇인가? 점점 허물어져가는 산업과 예술, 작품과 제품의 경계에 선 카림의 디자인은 나에게 깊은 사색 거리를 던져주었다. 디자인은 현재에서 영감을 얻어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나 역시 디자인의 미래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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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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