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다림을 인화하는 필름 카메라 [시각예술]

필름 카메라 사용 경험과 기다림에 대한 생각
글 입력 2017.07.1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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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카메라, 관심의 시작



  “이거 뭐로 찍은 사진이에요?” 우연히 본 사진은 어딘가 빛바랜 듯한 색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DSLR로 찍었다고 하기에는 노이즈가 감돌고, 심지어 화질도 약간은 부족해 보였다. 포토샵을 통한 후보정인가 생각하는 순간 돌아온 답변은 “필름 카메라.”였다. 필름 카메라라면 예전에 부모님이 사용하시던, 그 필름 카메라. 맞다.


  필름 카메라는 사진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로, 지금은 디지털카메라의 성장에 밀려 대부분 생산을 중단했다. 카메라를 구하려고 한다면 중고로 구해야 하며, 필름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 매력에 빠져 알아보던 중에, 필자처럼 필름 카메라에 매력을 느껴 장롱 속에서 필름 카메라를 꺼내거나 중고로 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알게 되었다. 또, SNS 속에서도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친구들이나 사용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아날로그 열풍이 불고 있는 현재, 필름 카메라는 그 덕에 최근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듯했다.


기다림을 인화하는 필름 카메라


  카메라와 사진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그 후 바로 필름 카메라를 구했다. 지인의 아버지께서 사용하시던 ‘미놀타 X-700’. 하지만 사용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필름 카메라는 뒷면의 커버를 열고 필름을 넣어야 하는데, 동영상을 참고해도 쉽지 않았다. 결국, 6500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산 필름은 빛에 너무 장시간 노출되어 몇 컷을 버려야만 했다. 뒤에도 문제는 계속되었다. 필름 카메라다 보니 필름을 감고 셔터를 눌러야 하는데 필름 감기 레버가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이에 3일을 끙끙대고 고민하다가 알게 된 사실은 매우 간단했다. 건전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막연히 필름 카메라의 아날로그적 외관을 보고 필름 카메라는 그저 수동으로 작동하는 줄 알았지만, 건전지가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 모델이었다. 이 외에도 생각보다 무게가 꽤 나가서 장시간 목에 걸고 있으면 목에 무리가 느껴지기도 했고, 필름 카메라는 생각보다 어려운 카메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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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놀타 X-700, 미놀타는 현재 필름 카메라 사업을 중단하고 소니에 합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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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고리 모양이 필름 감기 레버로, 레버가 감아져야 셔터를 누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 필름 카메라에 필름 넣는 방법



직접 공부하게 만드는 필름 카메라



  혼자서 동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 필자는 결국 한 오래된 사진관을 방문했다. 사진관 아저씨께 직접 카메라를 보여주며 여쭤보아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풀고, 도움을 받아 카메라에 필름을 감고 나왔다. 하지만 약 1시간 동안 사진을 찍던 중 또다시 필름 감기 레버는 작동을 멈췄다. 다시 오랜 거리를 걸어 사진관에 들어가 수리를 맡겼는데, 이번에는 나의 잘못이 아니라 카메라의 고장이었다. 사진관 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필름 카메라는 고장이 잦고, 필름 카메라 업계들의 사업 정리로 시장에 남은 부품이 많지 않아 고칠 수 없는 경우까지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운 날씨에 땀도 나고 덥기도 한 필자는 자연스레 왜 굳이 필름 카메라를 선택했을까 하는 후회도 하게 되었다. 요즘 세상이란 어떤 세상인가, 항상 우리와 함께하는 스마트폰들은 출시 때마다 얼마나 좋은 렌즈, 사진 기술 스펙을 탑재했는지를 자랑한다. 마음만 먹으면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멋진 사진을 뽐낼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성가신 과정을 겪어야 하는 필름 카메라를 찾는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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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의 오래된 스트로버와 필름 카메라 DSLR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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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의 오래된 필름 카메라들, 투박한 모습이 오히려 사랑스럽다.



'필름 카메라'여야만 하는 이유



  위의 물음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바로 ‘기다림’이다. 필름 카메라는 기다림을 인화한다. 모든 것이 빨리빨리, 스피드가 중요한 시대. 하지만 필름 카메라만큼은 그에 상응하는 빠른 결과를 바랄 수 없다. 필름은 많은 필름 카메라 업체들의 업계 철수로 쉽게 구하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필름 카메라 사용자들은 한장 한장 소중하고 신중하게 셔터를 눌러 추억을 기록하게 된다. 스마트폰이나 일반 디카로는 수없이 찍고,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장을 골라낼 수 있지만, 필름 카메라는 인화 전까지는 어떤 사진이 찍혔는지도 알 수 없다.


  그렇게 고심하여 필름을 사진으로 다 채운 후에는 필름 카메라를 인화할 수 있는 사진관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 필름을 맡겨야 하고 이렇게 맡겨진 필름은 최소 2일에서 일주일 후에 돌려받게 된다. 특유의 필름 카메라 색감이 입혀진 사진들은 때로는 내가 예상한 모습으로 때로는 내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난다. 미리 결과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인화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 또한 필자가 느낀 ‘필름 카메라’여야만 하는 이유다.


  단지 필름 카메라의 색감에만 매력을 느낀다면 후보정을 이용하거나, 필터를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듯이 매 컷을 고민하며 정말 기록하고 싶은 것을 찍게 된다는 점과 설레는 기다림의 순간,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결과가 있다는 점이 우리로 하여금 필름 카메라를 자꾸 꺼내게 만든다. 기다림을 설렘으로 바꿀 준비가 되어있거나, 장롱 속에 잠자는 필름 카메라를 발견하게 된다면 한 번쯤은 필름 카메라와 함께 외출해보기를 권한다. 기다림은 생각보다 훌륭한 취미가 되어 줄 것이다.


[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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