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리포트] Silver Trend (1)

글 입력 2017.07.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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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Silve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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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강원지방신문


  2015년 연말,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습을 보인 후로 차트 역주행을 하며 인기몰이를 했던 이애란의 백세인생. 이 노래가 세대를 불문하고 사랑을 받으며 오랜 기간 동안 패러디되고, 인기를 끌었던 것은 단순한 멜로디와 반복적인 가사의 구성뿐만 아니라 개성 있는 가사의 영향이 컸다. 가사를 살펴보면, 60세엔 아직 젊어서, 70세엔 할 일이 남아서, 80세엔 아직은 쓸 만해서, 90세엔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고, 100세엔 좋은 날 좋은 시에 가겠다는 등 나잇대별로 죽고 싶지 않은 이유를 든다. 노래 제목과 같이 ‘백세인생’이 되어버린 평균수명 100세의 장수 시대에서 삶에 대한 욕망과 나이듦에 대해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백세인생의 흥행은 ‘나이 듦’, ‘노인’, ‘고령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를 돌이켜 보게 한다. 우리나라는 2016년 말, 노인 인구의 비율이 13.5%로 집계되어 고령사회를 바라보고 있다. (14%가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아직 우리 사회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노인 인구 비율보다 제도적으로 노인을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하여 고령화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흰 머리의 실버 세대가 하나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주체 세대가 된 것에 주목한다면,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문화의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들이 주체가 되는 실버 트렌드(Silver trend)는 노인을 소비 주체로 보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실버 트렌드가 있기 전까지는 보험, 건강 관련 제품과 서비스, 의약품 등으로 한정적인 노인 관련된 광고조차 중장년층이 광고 모델로 등장했고, 광고카피도 소비 주체를 노인으로 바라보지 않고, 노인의 자녀 혹은 손주를 대상으로 한 카피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버 세대를 청장년층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소비 주체로 나타내고 있다.


쉐보레 스파크 광고 (2017년 5월)


 2분여간의 광고 영상에서 배우 신구는 매장 방문뿐만 아니라 꼼꼼하게 신문 스크랩과 인터넷 검색을 한 후 구매하는 합리적인 소비자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또한, 광고에서 나타나는 할아버지는 경차 한 대를 지불할 만큼의 재력이 있음을 은연중에 암시한다. 실버 세대를 합리적인 소비 주체이자, 지불 능력이 있는 경제 주체로 표현한 이 광고는 실버 트렌드를 표현한 최초이자 최고의 광고라 할 수 있다.
 광고에서 보이는 실버 세대는 안전성을 중요시 여기며 구매까지의 과정이 무척이나 신중하다. 그리고 신중한 과정을 거친 이유를 손주를 위한 선물로 설명한다. 이 지점에서 실버 트렌드를 새롭게 볼 수 있다. 경제력이 어느 정도 있어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2세, 3세를 위한 지출에 아낌없는 실버 세대의 등장은 단순히 청장년층의 소비 품목을 실버 세대가 구매한다는 사실을 넘어 실버 세대가 청장년층 주요 소비 품목의 구매 타깃으로 작용하는 데 의미가 있다.


 인구 4명당 1명꼴로 노인인 일본은 이미 우리나라보다 더 일찍 초고령사회를 맞이하였고, 실버 트렌드의 형태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버 세대의 다양한 모습 중 손주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은 일본 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손주의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고가의 란도셀 가방을 선물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데, 한 번 구입하면 6년을 쓰기 때문에 품질도 좋고, 디자인도 예쁘고 가격도 어느 정도 높은 란도셀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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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초등학생이 메고 다니는 란도셀 가방


 일본에서는 손주를 위한 구매뿐만 아니라 손주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할아버지들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이쿠지이(育じい)’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또한, 조부모와 손주-3대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이 진행되어 ‘손주와 함께 즐기는 소비’의 개념으로, 패션과 건강 등 조부모 대상의 ‘안티 에이징 소비’나 요리, 스포츠, 디지털 단말기 등 손주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취미 소비’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손주와 함께 즐기는 소비’가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 젊은 스타와 그 조부모의 여행을 다루는 ‘금쪽같은 내 새끼랑’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은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조손 간 단둘만의 여행을 통해 실버 세대의 새로운 여가 문화 모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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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영중인 '금쪽같은 내새끼랑' / EBS 방영


 근대화 이후로 사회는 더욱 빠르게 변화한다. 그리고 그 사회가 고령화 될 때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은 '세대 간 갈등'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각 세대가 인식하는 사회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그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실버 트렌드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실버 세대와 다른 세대 간의 소통 가능한 지점을 살펴본다면, 세대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Silver trend 2부에서 계속
 




[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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