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는 모두 삶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전시]

나와 당신, 우리 모두는 각각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는 하나뿐인 디자이너다.
글 입력 2017.07.0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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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많이 소비하는 디자인이
바로 가장 좋은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성별, 나이, 계층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카림 라시드는 실용적인 디자인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널리 공급한다는 ‘Designocracy’를 주장한다. 그래서 그의 디자인은 부드럽고, 민주적이고, 친환경적이며, 무엇보다 인간적이다. 이번 전시는 ‘카림의 이야기, 삶의 미화, 글로벌러브 홀, 스케이프 속으로, 디지팝 대량생산의 시대, 인류를 위한 사명’ 이라는 7개의 테마로 진행되어 초기작을 비롯한 대표작과 수상작들을 모두 전시해두었다. 또 한국에서 첫 공개되는 ‘초기 디자인 스케치’와 오직 한국 전시만을 위한 조형물도 만나볼 수 있었다.



전시의 상징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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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을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글로벌러브‘ 홀.

 한국제작팀과 협업하여 제작한 작품으로, 직접 원목을 깎고 층층이 쌓아서 만든 것이다. 노동력도 꽤나 많이 들고 힘든 작업이었지만 제작팀 아날로기즘에서 완벽하게 구현해주어 카림이 아주 만족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전시 이후에도 한국에 기증되는 작품이라 더욱 뜻깊다.

 또한 글로벌러브 홀은 관람객들의 참여로 완성되는 작품이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마치 카림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안쪽 공간에 앉으면 노래가 흘러나온다. 디제잉 활동도 한다는 카림 본인이 직접 믹싱한 비트곡이라고 한다. 조명, 사운드 등의 장치를 통해 그의 미학 세계 및 디자인 세계를 한층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카림 머리에 떠오르는 상상들을 시각화하여 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의 대표 디자인 글로벌 러브, 유심히 관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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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을 둘러보다보면, 카림라시드 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글로벌러브와 더불어 이 작품이 메인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카림은 이 작품을 스케치까지로만 두고 있었다가,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해냈다.

 이 작품도 글로벌러브와 마찬가지다. 미술관처럼 고상하게 보고 있으면 완성에 실패하는 것! 관객이 참여했을 때 이 작품의 완전한 가치를 빛낼 수 있다. 우리는 그저 온 몸으로 즐기면 된다. 과거의 방식대로 부담스럽게 뚫어져라 쳐다만 보는 것이 아닌, 만져보고 앉아보고 누워보고, 마음껏 즐길 때 진정한 상호텍스트성을 구현해낼 수 있다고 본다. 카림 라시드는 관객들이 참여하고 사진을 찍고, 그렇게 하면서 어떠한 자극으로 작용되기를 원했다.




디지팝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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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림은 디지털화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디지털 이미지로의 구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장인정신으로 한땀한땀 제작하지는 않았지만 디지털시대에 이르면서 그에 맞게 이미지 작품을 본인 마음대로 구현해내는 것을 지향하였다.

 디지팝이라는 이름으로 해당 섹션을 소개했지만, 이 공간만 디지털섹션이 아니라 지나온 모든 세상이 디지팝이었다. 입구부터 출구까지 하나의 유기적인 주제 아래 설계되어 있어 작가가 치밀하게 구상한 미쟝센을 느낄 수 있다. 여러 패턴으로 공간이 채워져 있는데, 카림라시드가 프로그래밍을 통해 데이터화시켜서 만든 디지털 이미지이다.

그의 디지팝 아트는 작품 하나하나가 심벌 아이콘이다. 이는 모두 카림 라시드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것으로, 프로그래밍으로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그의 출신인 이집트의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은 아니고, 새로운 형태의 이미지를 따내는 것에 집중하여 디자인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신진 디자이너일 때는 싸인 남길 수 없기 때문에 패턴을 직인처럼 만들어서 초기 디자인에 하나씩 박아놨다고 한다.



시대를 상징하는 디자인
예술과 디자인의 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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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작품의 성격에 따라 예술과 디자인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는 상업적인 제품을 디자인할 때도 본인만의 독창적인 흔적을 남긴다. 현재의 경험에서 얻은 영감으로 자연스러우면서도 예술적인 오브제를 만들어낸다.

 이 카펫은 한국기획자가 그의 스튜디오에 갔다가 본 작품이다. 입구 벽에 걸려 있길래 그림 작품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카펫이었다는 것. 디자인이라고 기능성만 중시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과 순수미술의 경계는 얼마든지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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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그가 디자인으로 평생 먹고 살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들이 있다. 이건 그냥 쓰레기통이다. 심지어 활발히 판매되고 있는 상품. 하지만 이 작품 하나에 그의 많은 고민이 담겨있다고 한다. 각진 형태가 아니라 움푹하고 동그랗게 만들어져 있는데, 기존의 일반적인 쓰레기통에 기능성을 추가해서, 음료 같은 것이 남아서 샜을 때 위생적으로 처리하기 힘들다고 생각한 것을 보완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곡면 디자인의 미감도 좋다. 손잡이부분 위치도 높여서 쓰레기를 버릴 때 좀 더 수월하게 버릴 수 있도록 제작하였다. 또한 재생 시 색을 바꿔서 다시 제작 할 수 있을 정도로, 재생성에 있어서도 아주 뛰어난 제품이다. 쓰레기통 하나로 몇 대가 먹고 살 수 있다니, 아주 놀랐던 작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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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작품은 식사하던 도중에 엉덩방아를 찧어 만들었다는 일화가 있다. 저렴한 소재지만 튼튼하고 좋은 디자인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제작한 것으로, 색감이 다양하여 많은 대중들의 선호를 보인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 연구소장품으로까지 지정이 되었다고 하니, 과연 시대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진정 예술과 디자인의 크로스 오버를 실현하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겠다.



Design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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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림은 ‘당신의 삶을 디자인하라’라고 계속해서 얘기한다. 이 전시에서는 많은 의미들을 제시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일상적인 것, ‘매일매일 섹스를 하라.’는 카림이 중요시하는 것 중 하나다. 이것은 섹스 체위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작품이다. 하나하나가 섹스의 체위를 상징하고 있다. 카림은 사랑하는 연인들의 삶의 질을 올리는 필수적인 것인데, 이 소중한 것을 갇힌 사고로 바라봐야하는가 고민했다고 한다. 작품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기획자는 우리나라 정서에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고 고민했다는데, 카림의 세계에는 이 계열의 디자인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보아 그의 세계에서 중요시되는 부분이라고 여겨 가져왔다고 한다. 그렇기에, 전시 공간 자체를 ‘카림 라시드’라 생각하고 즐기면서 관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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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림라시드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 성에 관해서도, 새로운 문명에 대해서도 과감히 접근하고 시도하는 사람이었다. 또 그것을 다수가 행복해하는 디자인으로 변환시켜 구현함으로써 작품의 대중성도 놓치지 않는 작가이다. 나와 당신, 우리 모두는 각각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는 하나뿐인 디자이너다. 타인의 취향대로 따라 사는 삶이 아닌, 내 삶의 주체 의식을 갖고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다.

 내 삶의 목적을 파악하고 어떤 형태로, 무슨 색깔로, 어떻게 장식하여 살아갈 것인지 계획하는 것. 그것이 ‘삶’을 디자인하는 방법이다. 과거의 축적들로 만들어진 ‘나’이지만,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 카림 라시드의 철학대로 현재의 내 모습에 집중하여 앞으로의 내 삶을 디자인해보자.

 인생의 주체로서 나를 알고 내가 원하는 것, 필요한 것, 삶의 질을 어떻게 하면 능률적으로 올릴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라. 내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그의 작품 세계를 통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성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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