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신의 말에 확신할 수 있습니까? : 12명의 성난 사람들 (1957) [영화]

글 입력 2017.07.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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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의 성난 사람들
(12 Angry Men, 1957)

연출 : 시드니 루멧
출연 : 헨리 폰다, 리J. 콥, 에드 베글리 등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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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의 살인 혐의에 관한 재판의 배심원들. 서로 다른 성격, 직업,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12명의 배심원들은 소년의 유죄여부를 두고 논쟁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범죄현장은 배우들의 대화만으로 사건은 재구성된다. 90여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어디까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며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엄청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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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배심원 no.8

정황 상 소년의 유죄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처음 실시된 투표에서 유죄 11대 무죄 1의 결과가 나온다. 무죄를 주장한 배심원8은 알 수 없는 말로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닐지도 모르죠.'

모든 상황들과 증거들을 다시 한 번 고심해보고 논의해보는 과정에서 유죄를 주장한 11명의 배심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의심한다.

"모든 게 확실하지 않습니까?"
"확실한 게 도대체 어디 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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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인 상황판단도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감정적 대립을 동반한 의견충돌을 눈여겨 보아야한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고 처음 만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각자는 서로에 대해 편견을 가진다. 서로 대화를 하며 알게된 그 사람의 배경, 출신지역, 인종, 직업 등으로 상대방을 판단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과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육체적 충돌의 상황으로 번지기 일보직전까지 나아간다.
 
"죽여버리겠다는 말은 함부로 사용하지 않아요."
"난 당신을 죽여버리겠어!"
"설마 그게 진짜 죽이겠다는 뜻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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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한 사람 배심원8의 의견에 설득당하기 시작한다. 유죄를 선고하였던 사람들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서로를 의심하고 깎아내리린다. 결국 마지막 결정적 증거의 등장으로 처음부터 의심스러웠던 증인의 신빙성을 뒤집어 놓음으로써 상황은 일단락된다.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모두가 저 한 명에게 설득당할 것인가, 하는 생각에 계속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되고 하나씩 증거가 엎어질 때마다, 논리가 깨질 때마다 드는 쾌감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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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이나 되는 주조연들이 있지만 꽤나 명확한 캐릭터 설정이 영화를 어지럽지 않게 해주었다. 이름, 직업, 나이 등 개인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를 만나 서로 이익에 상관없는 일에대해 목소리 높여 토론한다는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설정도 영화의 재미를 부가해 준다. 그와 더불어 오직 '말'로만 전개되는 영화이다 보니 우리가 의사소통에서 얼마나 많은 오류와 오해를 낳고 있는지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한편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우리가 확실하다고 믿는 것에 대한 의심, 논리와 상식의 개념, 다수결의 폭력성, 편견에 대한 경각심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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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촌스럽다거나 과하다거나 하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겨우 방 두 세개로 이루어진 세트장, 어설픈 비 효과 등에도 불구하고 책상에 둘러 앉은 사람들의 연기만으로도 영화는 가득찬 느낌이었다. 가끔 연극적인 연출이나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였는데 실제로 연극으로 현재까지 활발히 제작되는 인기 작품이다.

군더더기 없는 연출과 개성있는 캐릭터들, 날씨와 이야기 흐름의 조화, 논리의 거듭된 반전이 이 영화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1957년 제작된 이 영화는 흑백으로 제작되었다. 영상 중간 중간 화면에 검은 점과 같은 아날로그 필름으로 인해 생기는 노이즈들이 보였는데, 그러한 것들이 오히려 엔틱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비 오는 날 영화 속 세계에 몰입하며 긴장감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영화이다.

(이미지 출처 : Youtube 영상 캡쳐)


*영화는 유투브를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유세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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