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無情(무정)한 사회 속 소통의 기적 [문학]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현대문학, 2012)-
글 입력 2017.07.1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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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삶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이야기들을 접한다. 그리고 그 중 잔인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에 쉽게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반면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는 앞의 잔인하고 자극적인 이야기와는 다르게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어떻게 확장되어 가는지, 그리고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고민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 속의 이야기는 오래된 잡화점에 우연히 숨어 들어가게 된 세 명의 도둑들로부터 시작된다. 수십 년 전, 사람들의 고민 상담자였던 나미야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은, 마법처럼 33년 전 과거의 그 날과 오늘의 시간을 연결시켜준다. 평생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본 적 없는 도둑들은 다른 사람들의 고민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고, 진심이 담긴 조언을 해주게 된다. 사람들은 세 도둑들로부터 받은 조언을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의 조언이라고 생각한 체, 때로는 그들의 조언을 따르기도 하고, 때로는 무시하기도 하면서 삶을 살아나간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고민과 소통이라는 주제로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 그리고 세 도둑들을 통해 소설의 축을 이뤄나간다.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수많은 고민들을 안고 살아간다. 어떤 고민들은 풀어놓기에 너무 사소하기도 하고, 반면에 어떤 고민들은 쉽게 얘기를 꺼내기 힘들 정도로 중대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타인의 고민을 듣고 나름의 조언을 해주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 고민들은 모두 다 완벽하게 해결되었을까? 해결된 사람들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고민 상담을 통해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사람들은 자신의 고민을 타인에게 털어놓는 것일까? 이에 작가는 고민, 그리고 소통에 대해 이 소설을 통해 이야기해보고자 한 것이다.

윗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고민을 타인에게 털어놓을 때, 완벽한 해결책을 기대하거나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완벽한 답이 존재했다면, 그것은 고민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이다. 소통을 통해 고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타인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것은 아마도 누군가 자신의 고민을 알아주고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고민이 생기면, 그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외로움을 느끼는 자신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기를 바라게 되고, 누군가 자신의 이러한 처지를 알아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고민이 생기면 타인을 찾고 상담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고민을 위한 상담은 ‘자기 위로’의 기능만 갖고 있지는 않다. ‘자기 해결’의 기능도 갖추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민을 타인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를 정리해보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진정한 마음이 무엇인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고,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게 되는 것이다. 즉, 추상적인 고민을 현실적으로 풀어내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해결 방안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기 때문에 자기 해결의 기능 또한 고민 상담의 주요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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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고민 상담은 어떤 것이며, 상담자의 역할을 할 때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까? 윗부분에서 언급했듯이, 사람들은 타인에게 고민을 상담하면서 자신의 고민이 완벽히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면서 공감해주고, 함께해 줄 어떤 대상인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민을 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문제에 있어서 너무 쉽게 냉철한 심판관이 되어버린다.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해주는 것에 앞서 이렇게 칼 같이 객관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오히려 이 사람들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겨 주고 자신이 혼자 고립되어 있다는 사실만을 더욱 부각시키게 될 것이다. 고민 상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태도는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주의 깊게 들어주고, 그 사람의 문제에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태도다.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는 상담자의 이상적인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던진 질문에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의를 다해 대답했을 뿐 아니라, 세 명의 도둑들이 반신반의한 체 던진 백지에도 그 질문을 보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의 마음을 헤아려 최선을 다해 답장해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진심을 담은 마음은 상대방의 마음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며 전달된다. 고민에 숨겨져 있는 진심을 파악하고, 이것에 대해 최선을 다해 답변할 때 질문자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세 명의 도둑들이 던진 백지에 대한 할아버지의 답변이 우연히 맞아 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할아버지의 답변은 고민을 가진 사람에 대한 진정한 마음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다.

현대인에게 고민은 결국 사람 사이의 대화, 그리고 소통의 문제로 연결된다. 근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은 불완전성을 내포하고 있다. 서로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내 고민을 100% 전달하거나, 이해를 바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편견 없이 진정한 마음가짐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소설의 작가는 타인에 대한 선의가 어떻게 시작되고 퍼져나가는지 소설에서 다루고 있다. 공명을 통해 사람에 대한 이해심, 진심, 그리고 착한 마음은 더 많은 사람에게 퍼져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근원적 외로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 그리고 대중 속의 고독 등과 같이 사람 사이의 외로움에 대한 다양한 표현들이 있다. 이런 관계 속에서 상대방을 진심을 다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공감해주는 것은 근본적으로 의사소통에 불완전성을 갖춘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기적이라고 볼 수 있다. 비록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같은 일들이 현실에서 재현될 수는 없겠지만, 자신에게 고민을 호소하는 타인의 이야기에 진심을 다해 깊게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기적의 한 가운데 놓이게 되는 것이다. 세 명의 도둑들이 어느 밤에 우연히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가 변화된 것처럼, 무정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현대인들도 이 소설을 통해 서서히 변화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 사이의 작은 기적들이 점점 퍼져나가 조금 더 따뜻해질 사회를 꿈꿔본다.


[이수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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