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빛을 다룬 화가- '반고흐, 밤을 탐하다'를 읽고 [문학]

글 입력 2017.07.0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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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는 다수의 근대화가 중에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하루의 빛을 시각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화가였다. 내리쬐는 땡볕에서부터 해질녘, 적막한 밤, 황혼까지 물감의 질감과 색감만으로 뛰어나게 표현해 낸 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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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위 그림은 고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인 ‘별이 빛나는 밤’이다. 땅거미가 세상을 뒤덮기 시작하는 황혼 무렵을 그린 그림이다. 황혼은 어둠에 잠겨 빛이 완전히 사라진 시간으로 본격적으로 밤이 시작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보통 밤은 빛이 사라진 황혼에서 새벽 이전의, 어둠에 잠긴 시간을 말한다.
 
황혼은 인간의 상상력과 감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시간이다. 산업혁명 이후의 도시문화 속에서는 이런 경험을 할 수가 없다. 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태양을 대리한 강렬한 인공 빛에 의하여 그러한 감정의 변화과정을 철저히 차단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밤의 세계에 초대되기 직전 황혼녘에 느끼는 감동과 희열의 긴장감을 느끼지 못한 채 밤의 한 복판으로 들어서게 된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뒤 인류는 낮과 밤의 연속성을 맛보게 되었지만 그것은 곧 밤을 온전히 만끽하기 어려워졌다는 것과 같다. 푸른 초원지가 끝없이 펼쳐졌던 몽골로 여행을 갔을 때 쏟아지는 별뿐만이 아니라 새까만 어둠에 오히려 취했던 기억이 난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은 예전의 나에겐 그저 불안과 위험한 감정만 줬지만 어둠은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별이 빛나는 밤에'는 밤 낮 할 것 없이 점점 바빠지는 현대인들에게 몽골에 직접 가지 않고도 진정한 밤을 체험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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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고흐, 해질녘의 포플러 길


고흐는 밤뿐만 아니라 해질 무렵을 매우 좋아했다. 해질녘을 그린 그의 그림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사실 일몰은 고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일몰은 단순히 해가 지평선 혹은 수평선 아래로 사라지는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다. 일몰은 낮이라는 일상 세계에서 밤이라는 전혀 이질적인 세계로 전환하는 시간이다. 공간의 이동이 아닌 시간의 흐름만으로 전혀 다른 곳을 맞이할 수 있는 찰나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순간을 만끽한다.

 
"어제, 해질녘에 나는 자갈투성이 황야에 있었다. 그곳엔 아주 작고 뒤틀린 떡갈나무들이 자라고 있었고, 배경의 언덕엔 폐허가, 계곡엔 밀밭이 펼쳐져 있었어. 낭만적인 풍경의 극치였지. 몽티셀리(반 고흐가 존경했던 프랑스 화가)의 그림에서처럼, 태양은 그 샛노란 햇살을 덤불과 땅 위로 쏟아 부었어. 정말로 황금의 소나기 같았단다. 그리고 모든 선(線)들은 아름다웠다. 매력적이고 고귀한 장면이었지. 매사냥에서 돌아온 기사(騎士)와 귀부인들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늙은 프로방스 음유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전혀 놀라지 않았을 거야. 들판은 자주색으로, 먼 곳은 푸르게 보였단다. 그리고 나는 이 풍경을 그린 습작을 가지고 왔어. 그러나 내가 그리고 싶은 만큼 잘 되지 않았단다."

-고흐가 동생 테오 에게 보낸 편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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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고흐, 해질녘의 밀밭
 

고흐는 일평생 정신병을 앓고 살았다. 그러나 현대 정신과 의사들도 그 당시 고흐가 앓았던 정신병의 정확한 원인과 병명을 모른다. 고흐가 굉장히 유명해 진 지금도 고흐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이처럼 그에겐 외로움만이 그의 유일한 동료였다. 외로움과 고독에 기대어 고흐는 하루 종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을 관찰하며 그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김윤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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