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의 계절, 당신의 귓가를 적셔줄 플레이리스트 [음악]

글 입력 2017.07.0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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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의 계절이 또 다시 돌아왔다. 초여름과 한여름을 잇는 장마철은 어쩌면 제 5의 계절일지도 모른다. 습하고, 지독히도 흐리고, 매일같이 비오는 날씨가 반복되지만 이보다 더 인간의 센치한 감성을 툭툭 건드리는 때가 있을까. 괜스레 생각에 깊이 빠지게 되는 장마철, 빗소리와 함께 듣는 노래로 눅눅한 마음을 채워 보자.



1. Travis-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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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is의 1999년 발표된 2집 [The Man Who]의 수록곡.

 90년대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결성된 록 밴드 ‘Travis(트래비스)’. 어느덧 평균 나이 40대 중반을 달려가고 있는 이 ‘영국 아재’들은 감성적면서도 담담한 색채의 음악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국내에 많은 팬을 가지고 있어서 내한을 자주 하는 편이니, 트래비스의 음악을 더 들어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매년 열리는 락 페스티벌의 라인업 또는 단독 내한공연 소식에 귀를 기울여 보길 바란다.

 이 곡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는 트래비스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2집 [The Man Who]에 수록된 곡인데, 초반부터 등장하는 바이올린 소리, 그리고 그 위에 얹어지는 기타와 드럼 사운드는 흐렸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분위기의 비 오는 날의 풍경을 단번에 그려낸다. 또한 뒤이어 등장하는 전형적인 브릿 팝 보이스의 보컬은 반주와 어우러져, 스코틀랜드 특유의 흐린 감성을 듣는 이의 귓가에 선사한다. 장마철, 도시의 버스 안에서 듣는 이 곡은 마치 치킨과 맥주의 근사한 조합과 같을 것임을 필자는 장담한다.



2. 윤하-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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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의 2008년 발표된 2집 [Someday]의 수록곡.

 2007년, ‘비밀번호 486’과 함께 처음 한국 가요계에 등장한 윤하의 모습은 신선하고도 기분 좋은 충격이었다. 직접 피아노 건반을 치면서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노래를 부르는 어린 소녀 뮤지션을 처음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본 후, 그 날로 필자는 윤하의 팬이 되었다. 데뷔 앨범 [고백하기 좋은 날]에서 풋풋한 소녀의 첫사랑을 녹여냈다면, 그 후 1.5집 [혜성], 2집 [Someday] 등을 거치며 그녀는 보다 성숙해진 음색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곡들을 표현해 냈다.

 '빗소리'는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의 작곡과 반주가 윤하의 목소리와 어우러진 재즈 풍의 곡이다. 이 곡의 진가는 윤하의 라이브 영상에서 잘 드러나는데, 연도 순으로 이 곡의 라이브를 들어보면 시간을 더하면서 더욱 윤하의 음색과 표현력이 성숙해지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 오는 날 즐겨 듣는 윤하의 노래로 ‘우산’을 꼽지만, 재즈 풍의 음악을 좋아한다면 '우산' 보다는 조용히 비 오는 풍경을 보며 방 안에서 듣는 ‘빗소리’ 를 강력 추천한다. 그리고 같은 앨범의 이 곡 바로 앞에 있는 트랙 ‘Rain & The Bar’도 꼭 한 번 같이 들어볼 것.



3. 이지형- 비가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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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형의 2012년 발표된 3집 [청춘마끼아또]의 수록곡.

  필자가 이지형의 음악을 가장 처음 접한 건 토이의 6집 앨범 [Thank You] 중 타이틀곡 ‘뜨거운 안녕’을 통해서였다. 이 앨범은 내로라하는 객원 보컬들이 다수 참여한 명반이다. 윤하, 성시경, 윤상, 김연우 등 유명 보컬리스트들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 냈다. 그런데도 이 앨범에서 이지형의 목소리는 필자에게 단연 특별하게 들렸다. 노래를 기교 있게 참 ‘잘 부른다’는 것 보다는, 진심을 다해 ‘토해내는 듯’ 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지형은 꾸밈 없이 모든 감정을 노래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비가 오면’은 곡이 진행될 수록 가랑비에서 장대비로 빗줄기가 점점 거세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인디 락 장르의 곡이다. 이 곡을 들으면 우산 없이 빗속을 걷고 있는 듯한 가사 내용을 그대로 상상하게 되는데, 이지형 특유의 감정을 ‘토해내는’ 진심 어린 창법이 돋보인다. 한편 이 앨범에는 특이하게도 ‘비가 오면’의 정식 레코딩 버전과 더불어 데모 버전이 함께 실려 있는데, 두 곡을 연이어 듣다 보면 마치 전혀 다른 곡을 듣는 것처럼 느껴진다. 데모 버전의 ‘비가 오면’은 완벽한 어쿠스틱 느낌으로, 크레센도로 진행되는 정식 레코딩 버전과는 대조적이게 시종일관 잔잔하게 흐른다. 또한 데모 버전이기 때문에 주변의 빗소리나 연필 소리 같은 아날로그적 사운드가 그대로 녹음되어,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레코딩 버전과 데모 버전 중 각자 취향에 따라 더 좋아하는 버전을 취사선택해 들어도 좋을 듯 하다.



4. 윤종신, 정준일- 말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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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이 2011년 발표한 앨범 [월간 윤종신 2011 June]의 타이틀 곡.

 흐리고, 천둥이 치고, 비가 오고, 음악이 흐른다. 이 곡의 보컬, 멜로디, 반주, 가사, 감정선···. ‘말꼬리’는 장마의 감정 그 자체다. 비 오는 날, 센치함과 지나간 사랑에 대한 아련함에 흠뻑 빠지고 싶다면 이 곡을 꼭 들어보길 바란다. 이 곡은 이미 마음이 떠나버린 상대를 붙잡고 관계를 돌리기 위해 매달리며 애쓰는 자신의 처절한 감정에 대해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 극도의 애절함은 정준일의 보컬로써 비로소 완성되는데, 그가 아니면 누가 이 곡을 소화했을까 싶을 정도로 ‘말꼬리’는 정준일을 위한, 정준일에 의한 곡이다.

 정준일의 보이스는 첫 부분의 가사 ‘비는 오고, 너는 가려 하고’ 부터 슬프고 담담하게 읊조리다가, 점점 호소력 짙게 변화해 나간다. 마침내 곡의 뒷부분 클라이맥스에 가서는 줄곧 커지던 애절함이 마침내 처절함으로까지 번졌다가, 다시 차분히 감정을 추스리며 마무리된다. 이러한 정준일 특유의 호소력은 ‘안아줘’나 ‘바램’ 등 그의 앨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윤종신은 이 곡 ‘말꼬리’를 통해 그 매력을 가장 극대화시켰다. 이 곡의 가사처럼 마음이 눅눅하게 잠기는 때가 오면, 이 곡을 꼭 들어보기를 바란다.



5. Norah Johns- Don’t Know 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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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h Johns(노라 존스)의 2002년 발표된 1집 [Come Away With Me]의 수록곡.

 'Don't Know Why'는 앞서 추천한 윤하의 ‘빗소리’와 비슷한 느낌의, 편안한 팝 재즈 계열의 곡이다. 이미 이 곡은 국내에서도 노라 존스의 대표곡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녀는 이 곡이 수록된 1집 앨범을 통해 보컬리스트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2002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7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이 엄청난 성공을 통해 그녀는 2000년대 이후 최고의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된다.

 이 곡 'Don't Know Why'는 특히 비 오는 날 밤에 유독 잘 어울린다. 재즈 특유의 자유롭고 편안한 느낌의 선율과 노라 존스 특유의 나른한 허스키 보이스가 더해져, 없던 낭만도 있게 만드는 힘을 곡 안에 불어 넣는다. 비 오는 밤, 빗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차분히 정리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곡이다.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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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하기
    • 이지형의 비가오면 좋네요! 출퇴근길이 좀 나아지겠어요
    • 0 0
  •  
  • HS
    • 좋은 노래 많이 알고 갑니다:)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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