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완벽한 도미요리를 만드시오(5점)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7.03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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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도미 요리>는 제4회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절대악몽’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영화제는 신인감독 등용문으로 불리며 <늑대소년>의 조성희,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와 같은 감독을 배출해냈다(!)) 작품은 단편 영화답게 10분의 러닝타임을 가져 부담 없이 볼 수 있지만 보고난 후 머릿속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10분가량의 짧은 시간동안 극적인 서사나 갈등 대신 이 ‘완벽한 도미 요리’를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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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이 없어 졸고 있던 주방장에게(이 모습은 흡사 <괴물>의 송강호 등장 장면을 연상시킨다.) ‘완벽한 도미 요리’ 주문이 들어온다. 이에 요리사는 눈을 빛내며 이 도미 요리를 위해 살아온 사람처럼 공책에 어려운 기호들을 써가며 힘겹게 레시피를 완성한다. 여기서 끝이냐, 이제 시작일 뿐. 이 요리사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도미요리를 만드는 것 같지만 그다지 요리에 뛰어난 소질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누구보다 어렵게 소스를 만들고 온갖 과학실에서만 볼법한 도구들을 사용하고 자신의 신체를 훼손시키면서까지(잊지 말자, ‘절대악몽’부문 최우수작품상이다.) 온 힘을 다해 도미요리를 만든다. 이쯤 되면 얼마나 완벽한 도미요리가 등장할지, 주문한 손님이 얼마나 맛있게 먹어줄지 기대가 된다. 그러나 이 도미요리는 갖가지의 사소한 이유들로 계속해서 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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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가 나에게 깊게 다가왔던 이유는 이 답답할 정도의 무모한 완벽주의가 낯설지 않아서였다. 요즘 사는 게 마치 저 도미요리 하나 만들려고 아등바등하는 요리사 같았다. 그것에 재능이 없는지도 모르는 그 일에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몰입하는 삶은 찬란하게 안타까운 것이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저 도미요리 하나에 (진짜)목숨 거는 저 요리사가 한심해 보일수도 있고, 왜 도미요리 하나에 저렇게 오버하냐며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리사에게 있어 그 때 들어온 도미요리 주문은 단순한 돈벌이를 넘어서 자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거였을 거다. 물방울 소리밖에 안 들리던 그 죽어가던 가게에서 도미요리 주문 하나로 요리사는 살아있는 기분을 맛보았을 것이다. 요리사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비록 아무도 먹지는 못했지만 결국엔 도미요리를 완성해낸다. 요리라는 건 누군가가 먹어줘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이 요리사는 아무 의미 없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요리사의 이 어쩐지 돈키호테 같은 태도는 존경을 받을 순 없어도 존중받을 만하다.
이쯤 되니 이 영화가 주는 재미가 전혀 전달되지 않고 있는데 사실 영화의 분위기는 그렇게 무겁지 않다. 요리사가 도미요리를 실패하고 다시 시도할 때 마다 다소 익살스럽고 익숙한 파이프라인이라는 곡이 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이 아.. 한탄할 때마저 경쾌한 음악으로 막을 내린다. 무거운 분위기를 철저히 거부하는 영화다.
 
 단편영화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있어 그리 찾아보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계기로 그 편견이 깨진 것 같다. 영화는 그저 두 시간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갈등이 깊고 뭔가 심오할수록 좋은 영화라고 느꼈던 내 좁은 시야를 이 영화가 조금이나마 넓혀줬다. 대사 하나 없는 이 영화에서 요리사는 참 많은 말을 한다.







[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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