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작은 단추의 커다란 이야기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리뷰
글 입력 2017.07.0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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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특별전을 보기 위해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얼마만에 가보는 국립박물관인지.


프리뷰에서도 소개했듯이 전시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18세기, 19세기, 20세기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사실 얼마나 다양한 단추가 있을지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시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 있을지도 예상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내가 평소에 패션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패션공부를 한건도 아니니 단추에 대해서는 특별히 생각해본 적도 없고 단추만 수집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 내 머릿속에 있는 '단추의 다양성'이라 해봤자 소재나 모양의 다양성이 전부였는데 전시실에 들어가자 내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단추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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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8세기 단추들은 전시의 부제가 '단추의 황금기'인만큼 온갖 종류의 단추들이 모여 있었다. 손가락 한마디만한 단추에 정밀한 자수를 놓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심지어 파리(그 날아다니는 파리 맞다)를 넣어 만든 단추도 있었다! 이 때의 단추는 옷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사치품이었다는데 전시된 단추들을 보고나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 산업혁명 전이고 대량생산이라는 개념도 없을 때라 이 단추들은 그야말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단추들이다. 이때까지의 단추들은 모두 남성복을 위한 것들로, 여성복에는 단추가 없었다는 점도 특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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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로 넘어오면 남성복이 수수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여성복의 단추가 두드러진다. 여담이지만 도슨트의 설명에 따르면 이 때 한번 옷을 입으면 다시 벗을수가 없어서 파티중에 용변이 보고 싶으면 하는 수 없이 그냥 선 채로 볼일을 봤다고 한다. 아직 상하수도가 만들어지지 않아 파리 거리가 더러웠다는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선 채로 용변을 봤다는 건 충격적이었다. 아 그리고 이때의 단추는 직업이나 소속을 나타내는 중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에 공식적인 모임에서는 늘 사람들이 단추달린 옷을 입고 갔다고 한다. 이런 관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서 지금까지도 단추달린 옷이 그렇지 않은 옷보다 좀 더 고급으로 인식되는 거라고.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다. 티셔츠보다 단추달린 셔츠가 더 격식이 있는 느낌이고 겉옷도 지퍼달린 옷보다는 단추달린 옷이 더 고급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것들도 모두 이런 식으로 유래가 있다니 새삼스럽게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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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로 넘어오면 본격적으로 단추를 만드는 게  하나의 산업이 되고 동시에 '개인'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지면서 생산물로서의 단추와 예술작품으로서의 단추가 함께 나타난다. 수많은 예술가들과 그들이 만든 단추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 최근에 보고 왔던 블라맹크도 있어서 괜히 반가웠다. 20세기에는 세계대전이 두 번이나 있었던 만큼 애국정신이나 민족정신이 단추에 반영되기도 했는데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예술적인 단추와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소속감을 드러나는 단추, 두가지 상반된 단추가 함께 나타났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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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며 몇 년 전에 들었던 교양수업이 떠올랐다. '한국민족의 생활사' 라는 과목이었는데 주로 조선시대 사람들이 뭘 먹고 입었으며 어디에 살았는지를 배웠다. 고등학교 때까지 주로 정치, 경제사에 초점이 맞춰진 역사가 익숙했던 나는 그 수업을 매우 재미있게 들었다. 책속에서 조약 이름, 전쟁이름으로만 존재하던 역사가 내 옆으로 바짝 다가온 느낌이었다. 결국 역사의 중심은 사람이고 사람을 살게 하는 건 정치나 법보다도 기본 의식주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옷의 작은 한 부분인 단추로 프랑스 의생활을 들여다보고 또 그 의생활을 통해 프랑스의 근현대사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작은 단추가 담고 있는 거대한 이야기를 들은 셈이다. 그리고 이런 전시가 가능했던 이유는 루익 알리오라는 한 개인 덕분이다. 사라지거나 골동품 가게에서 잊힐 수도 있었던 단추들이 그의 손을 거쳐 역사를 이야기하는 작은 입이 되었다. 우리가 지금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일상 속의 물건들도 몇 백년뒤 미래에는 우리 시대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 귀중한 입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색다른 느낌이 든다. 결국 우리 모두가 역사의 가장 작은 단위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던 전시였다.



내부 사진촬영이 금지라서 사진출처는 국립중앙박물관 보도자료



<전시 정보>


기간:5.30~8.15 / 9.9~12.3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5.30~8.15)
국립 대구박물관(9.9~12.3)

입장료
성인   9000원/단체(20인 이상) 8000원
중,고,대학생   8000원/단체 7000원
초등학생   7000원/단체 6000원
65세이상, 유아(5-7세)   5000원/ 단체 4000원
만 4세이하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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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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