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완벽한 연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페라 부파 '코지 판 투테'

글 입력 2017.07.0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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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 판 투테 ‘Cosi Fan Tutte', 여자는 다 그래요


 나의 서울오페라페스티벌 첫 시작은 국립오페라단의 ‘코지 판 튜테’와 함께 했다. ‘코지 판 튜테’는 ‘여자는 다 그래’라는 뜻으로 자매의 파트너 바꿔치기 라는 다소 웃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코믹 오페라를 ‘오페라 부파 (buffa)’라고 하는데 이는 심각한 내용만 담았던 ‘시리아 (seria)’ 오페라와 대비된다. 오페라 부파라는 장르는 고전음악 후기에 등장했다. 굉장히 황당한 상황이 펼쳐지지만 해피엔딩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또한 대중적인 선율을 사용하여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갔고 사람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어서 같이 따라 부를 수 있었다고 한다. 개인의 아리아 보다는 중창이나 합창의 비중이 높았으며 각 막이 마칠 때마다 중창형식의 ‘앙상블 피날레 (ensemble finale)’ 가 등장하기도 했다. 오페라 부파에서는 희극적인 인물이 극을 이어가기 때문에 희극 캐릭터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희극적인 인물은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사람으로 설정하여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코지 판 투테’를 작곡한 사람은 다름 아닌 모차르트다. 모차르트는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그의 인생이 담긴 영화를 보면 그가 꽤 유쾌하고 행복한 삶을 사려고 했던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 또한 그의 성격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천재 작곡가답게 작품성도 높았지만 작품의 대중성도 꽤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오페라 부파에만 한정되지 않고 시리아나 독일의 ‘징슈필 (singspiel: 대사가 있는 독일식 오페라, 대표작으로 ’마술피리‘가 있다)’ 등 여러 장르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었다. 모차르트는 극작가인 다 폰테(Lorenzo da Ponte)를 만나며 총 3개의 오페라 부파를 만드는데 (피가로의 결혼, 돈조반니, 코지 판 튜테) 그 중 하나가 바로 ‘코지 판 튜테’이다. ‘코지 판 투테’는 기존의 작품들과 달리 완전히 새롭게 지은 작품이었고 파트너 체인지라는 요소 때문에 베토벤에게 강한 비판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Cosi fan tutte.jpg
 

 ‘코지 판 튜테’에는 총 6 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언니인 피오딜리지, 동생 도라벨라, 언니의 연인인 굴리엘모, 동생의 연인인 페란도, 두 여인의 정절을 시험하게끔 만든 철학가 돈 알폰소, 그리고 두 자매의 하녀인 데스피나이다. 원래 배경은 18세기 후반의 이탈리아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배경을 바꿔 1941년 미국 뉴욕으로 만들었다. 자매의 연인들은 여전히 군대의 장교로 등장하지만 돈 알폰소는 철학가가 아닌 조교로 등장한다. 그리고 피오딜리지와 도라벨라, 그리고 데스피나는 미국의 한 병원 간호사로 등장한다.

 이야기는 알폰소가 여인의 정절은 믿을만하지 못한다고 언급하자 굴리엘모, 페란도가 그럴 리 없다며 발끈하며 시작된다. 이 세 인물들은 100달러 내기를 하게 되고 굴리엘모는 동생 도라벨라를, 페란도는 언니 피오딜리지를 꼬시기로 한다. 알폰소 또한 자신이 내기에 질 수 없기 때문에 돈으로 두 자매의 하녀인 데스피나를 매수하고 데스피나는 두 여인들이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작전에 투입된다. 그녀는 때로는 가짜 중국인 의사로, 결혼 중매인으로 역할을 바꿔가며 ‘코지 판 투테’에서 가장 희극적인 역할을 맡아 극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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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폰소는 자매에게 거짓으로 굴리엘모와 페란도가 전쟁에 나가게 되었다고 말을 하고 이 두 여인은 하루하루가 절망으로 이루어져 있겠지만 그래도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염을 붙이고 다른 사람들로 변장한 굴리엘모와 페란도가 그 다음 날 자매가 일하는 곳에 나타나게 되고, 두 여인의 마음을 흔들고 만다. 결국 동생이 먼저 굴리엘모에게 빠지게 되고, 이에 격노한 페란도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피오딜리지를 꼬시는 데에 성공한다. 결국 결혼의 약속을 하기로 결정한 이 자매는 결혼식 당일 날 전쟁에서 돌아오는 군인들의 트럼펫 소리를 듣고 두려움에 몸을 떠는데,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굴리엘모와 페란도를 보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 네 사람은 서로의 배신에 마음 아파하지만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 동안 부파형식의 오페라를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공연을 보고 나서 음악뿐만 아니라 연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대사는 없지만 무대 위 주인공들 뒤에서 연기하는 연기자들의 모습들은 관객들을 웃게 하였고 주인공들의 연기 또한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예를 들자면 두 자매가 자신의 애인들과 이별하고 근무지인 병원에 돌아오게 되는데 슬픔에 빠져 환자들이 누워있는 침대에 막 앉기도 하고 환자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피오딜리지가 환자의 다리 위에 앉자 환자는 다리가 부러진 듯 연기를 하고 나머지 두 환자들이 도망가려고 하자 자매들이 다시 침대에 눕히며 그들을 괴롭히는 모습이 애인들이 떠나서 화풀이 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굴리엘모가 도라벨라를 꼬시는 장면도 굉장히 인상 깊었다. 도라벨라는 언니보다는 끼가 많아서 이미 굴리엘모에게 마음이 조금 열린 상태였는데, 굴리엘모가 자신의 셔츠를 풀어 가슴털을 보여줄 때, 관객 모두 경악했지만 도라벨라는 무척 좋아했다. 이러한 희극적인 요소가 없었더라면 유혹의 장면이 꽤 지루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데스피나가 다른 역할을 맡을 때마다 다른 목소리로, 다른 스타일로 연기하는 것 그리고 알폰소가 주인공들 모르게 승리를 확신하는 모습 등의 연기가 부파 형식의 오페라에 딱 맞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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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장면은 앙상블 피날레에 맞추어 6명의 주인공들이 함께 중창을 하고 무대에서 퇴장을 하는데 굴리엘모와 페란도가 원래의 애인을 데리고 퇴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꼬셨던 여인들을 데리고 퇴장한다. 오페라 성부에 맞게 계산을 한다면 원래는 소프라노가 테너와 짝을 이루어야 하고, 메조소프라노가 바리톤과 짝을 이루어야 한다. 언니인 피오딜리지는 소프라노였는데 첫 파트너는 바리톤인 굴리엘모였고, 메조소프라노인 동생 도라벨라의 첫 파트너는 테너인 페란도였다. 즉, 처음부터 짝이 잘못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파트너 체인지를 하면서 올바른 성부계산대로 소프라노는 테너와 짝을 이루었고 메조소프라노는 바리톤과 짝을 이루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해석하자면 서로 맞는 짝을 데리고 퇴장했음을 알 수 있다.

 완벽한 연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사랑과 관련된 진실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쉽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심각한 이야기로 흐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믹하게 만들어 사랑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뜨끔하게 만들었다. ‘코지 판 투테’의  ‘아 보아요, 자매여’ (자매가 서로의 애인을 자랑할 때 부름), ‘바위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언니인 피오딜리지가 자신의 변치 않는 마음을 고백할 때), ‘우리 연인의 사랑스런 숨결은’ (페란도가 도라벨라의 변치 않은 마음을 보고 감동하여 부름), ‘이 마음을 드릴게요’(도라벨라가 굴리엘모의 구애에 넘어가서 같이 부르는 노래) 등의 노래는 완벽했고 그 이외에 극의 연출과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빛을 바랬다. 미국 뉴욕이라는 배경과 자매가 병원에서 일한다는 설정은 처음에 어색했지만 이내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코지 판 투테’ 작품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즐겁게 관람했었을 거라 믿는다. 앞으로 이런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서울오페라페스티벌 2017 포스터.jpg
 

[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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