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피부로 느끼는 '언어'의 복잡미묘한 묘미, 연극 붉은 매미

글 입력 2017.07.0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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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로 느끼는
언어의 복잡미묘한
묘미
연극 붉은 매미


극단 죽죽_붉은 매미 포스터.jpg


설망어검, 혀는 칼보다 날카롭다는 사자성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신체에 상해를 입히는 칼은 언젠가는 나을 상처만을 남기지만, 정신에 상해를 입히는 ‘말’은 영원히 낫지 않을 상처를 남기기 때문에 나온 사자성어인데요. 그만큼 언어 사용에 있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삶에서 ‘말’, 즉 언어의 중요서은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란 얘기죠. 언어는 가장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도구임과 동시에, 또 가장 특별한 도구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언어는 소통과 단절이란 두 가지의 층위를 모두 갖습니다. 물론 언어의 가장 1차적인 목표는 소통입니다. 하지만, 그 소통이 가끔은 무관심보다 더한 단절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가끔씩은 언어 자체가 ‘싸움’을 위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요. 모두가 같은 언어로, 같은 의미의 말을 하더라도. 그것을 듣는 이가 어떻게 이해할 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발화자의 의도가 수용자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법은 좀처럼 많지 않죠. 이를 위해선 발화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발화자는 그 ‘일상적인’ 언어에 노력을 크게 기울이지 않죠. 우리가 내뱉는 대부분의 언어는 수용자에게 제대로 가 닿지 않습니다.

심지어 나름대로 언어를 다루고, 무언가를 언어로 표현해내고 수용하는데 준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신문사 기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저는 학보사에서 기자로 일을 하고 있는데, 기자들끼리 회의를 할 때마다 각자가 한 가지 사안에 대해 같은 의견을 피력하고 있더라도, 수용자는 그 의견들을 각각 다른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공을 들이고, 또 들인 언어조차도 수용자에게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은 무궁무진 한 거죠.

이러한 상황 속. 소통을 하는데도, 소통이 되지 않을 때. 그 ‘소통’은 안하느니만 못한, 무관심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보다 적극적인 단절이죠. 소통 과정 속,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혹은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에게 환멸을 느껴 그 상대와 제대로 대화하고자 하는 의지 자체를 상실해버리는 것입니다. 소통을 이뤄내든, 싸움을 이뤄내든 그 자리엔 수많은 언어들이 들어차지만. 싸움의 언어는 상대의 말을 들을 의지도, 상대에게 내 말을 전할 의지도 없는 언어들입니다. 단지 언어들이 공중에 부유하며 서로를 공격할 따름이죠. 이쯤 되면 언어가 과연 소통을 위해 존재하는지, 적극적인 단절을 위해 존재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붉은 매미 10.JPG


연극 붉은매미에서의 ‘언어’는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붉은 매미의 3개의 에피소드에서 각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입장이나 논리를 상대방에게 강요하거나, 설득하려고 노력하죠. 여기서의 대화는 상대와 어떠한 합의점을 찾아내기보단,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소통’의 의지가 없었던 거죠. 아직 저도 제대론 알 수 없지만, 아마 연극은 ‘단절’로 향해갈 것입니다. 소통의지가 전무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는 대화는 결국 단절을 불러일으킬 뿐이니까요.

그 단절의 과정을 다른 장르도 아닌 ‘연극’으로 보는 것은 크나큰 의미가 있습니다. 애초부터 시각적인 것이 강조되는 영화나, 혹은 어조를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화 및 소설과는 달리. 연극은 시각적 지배보다 청각적 지배가 우세한 장르니 말입니다. 언어들이 공중에 부유하며 만들어질 연극적 분위기와, 어조의 그 미묘한 차이까지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무대라는 공간, 그 언어들에 따라 달라지는 무대 위 인물들과 무대 아래 관객들의 미묘한 긴장. 저는 연극만큼  ‘언어’를 느끼기에 적합한 장르는 없다고까지 생각하는데요.

붉은 매미는 그 장르적 특성에 더불어, ‘언어 중심’의 연극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쯤되면 ‘언어’의 그 복잡미묘한 특성을 즐기기에, 연극 붉은매미 만큼 적절한 매체는 없지 않을까요? 무대 위 언어들이, 그 내용적인 것들이 내포하고 있는 수많은 의미들과 더불어- ‘언어’ 그 자체가 갖는 힘과, 특성까지. 연극 붉은 매미를 보며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가장 까다롭고, 또 가잔 특별한. 언어의 묘미를 즐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예매는 여기. 아래는 상세정보입니다!



웹상세_붉은매미_70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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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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