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삶은 이미 여행인걸요, 영화 UP.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6.2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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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씩 지금의 일상을 던져버리고 멀리 여행을 떠나고픈 때가 있습니다. 혹은 인터넷에서 마주친 낙원과 같은 여행지 사진을 보고 꼭 방문하고픈 마음 속 버킷리스트에 추가하기도 하겠지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위 두 가지를 경험해보았을 텐데, 그 생각을 영화 UP을 통해 바꿔보려 합니다.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한창 우울함에 빠져있었을 때 였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과 빛나는 휴양지로 떠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그러한 고민들로 잠 못 들던 새벽에 UP을 보았고, 저는 다음날 아침 바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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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은 한 시간 반 정도의 길지 않은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입니다. 게다가 등장인물도 몇 명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여운은 길고 크게 남았습니다. 우선 Up의 주인공인 칼은 어린 시절 모험과 여행을 꿈꾸는 소년이었습니다. 어느날 그는 자신과 비슷하게 모험을 좋아하는 소녀 엘리를 만나게 됩니다. 자연스레 둘은 사랑에 빠졌고 결혼하여 함께 살게 됩니다. 칼과 엘리는 파라다이스 폭포라는 꿈의 여행지에 가기 위해 돈을 모으기로 약속합니다.

  하지만 우리네 인생이 그러하듯 예상치 못한 사건과 사고들로 인해 저금통에 모아두던 돈은 매번 다 모이지 못하고 쓰이고 맙니다. 그렇게 폭포에 가겠다는 목표는 어느새 흐릿해지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엘리는 칼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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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을 함께해온 엘리가 떠나자 칼은 마치 흑백사진처럼 빛깔 없는 일상을 보내게 됩니다.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엘리와의 추억이 가득 담긴 집안에서만 지내는 것이지요. 어느 날 그는 아내와 함께 지내던 집이 공사 때문에 철거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집의 철거를 받아들일 수 없던 칼은 공사차량이 엘리와 함께 만든 우편함을 부수는 것을 보고 급기야 직원을 때려서 다치게 합니다.

  그 일로 인해 양로원에 들어가기로 결정된 칼은 떠나기 전 마지막 날 짐을 싸기 위해 벽장을 열었다가 ‘My adventure book’ 발견하게 됩니다. 어릴 적 모험을 하게 되면 그 추억들을 담아두기 위해서 만든 책이었죠. 그리고는 잊혀졌던 파라다이스 폭포를 떠올리게 됩니다. 엘리가 떠나고 결국엔 이루어 지지 못했던 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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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양로원 직원들이 찾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칼은 엄청난 일을 벌이게 됩니다. 바로 엄청난 양의 풍선으로 집을 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엘리와의 추억이 담긴 집을 고스란히 파라다이스 폭포를 향해 가져가려는 그의 마음입니다. 그렇게 수천 개의 풍선으로 집을 타고 폭포가 있는 남미로 날아가는데, 모험에 뜻하지 않았던 동반자가 생기게 됩니다.

  바로 이전에 노인인 칼을 도와주고자 찾아왔던 소년 러셀입니다. 어쩌다 보니 날아가는 집과 함께 딸려오게 된 것이죠. 칼은 어쩔 수 없이 러셀을 집안에 들이게 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날아 칼과 러셀을 마침내 파라다이스 폭포 가까이에 다다르게 됩니다. 하지만 폭포를 코앞에 두고는 애석하게도 모험을 방해하는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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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든 여정을 끝으로 칼은 마침내 엘리와의 집을 파라다이스 폭포로 가져오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렇게 기쁘지도, 엄청나지도 않습니다. 영화를 보는 저 조차도 그가 파라다이스 폭포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조금 뒤에 깨달았을 정도니까요. 그 이유는 아마 여러 가지 일 것 입니다. 무작정 폭포에 도착하기 위해서 외면했던 다른 가치들(앞에서 이야기 하지 않은 영화의 한 내용이겠지요?)과 엘리의 부재 등.

  그는 집 안에 들어와 소파에 앉아서 다시 ‘My adventure book’을 펼쳐보게 됩니다. 그리고는 이전에는 펼쳐보지 않았던 뒷부분을 펼쳐보게 됩니다. 몰랐던 그곳에는 엘리와 함께 했던 시절들의 사진을 쭉 붙여져 있었습니다. ‘Thank for the adventure- now go have a new one!’이라는 엘리의 메시지와 함께 말입니다. 그제서야 칼을 깨닫게 됩니다. 비록 그녀와 꿈꾸었던 파라다이스 폭포에는 혼자 오게 되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엘리와 함께 했던 그 인생자체가 하나의 모험이었다는 것을요. 영화는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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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모두 보고 나면 러닝타임 내내 나오던 잔잔한 노래와 앞부분의 엘리와 칼의 인생이 짧게 요약된 약 5분간의 영상이 계속해서 떠오릅니다. 삶이란 모험이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곱씹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그때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기만 했던 그 생각은 잠시 접고 내일 눈을 뜨면 펼쳐질 모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눈 앞에 펼쳐진 것이 모두 모험이라는데 멀리 떠날 필요가 있을까! 하며 말입니다.

  여행을 떠나 멋진 곳에 도달한다고 정말로 인생이 멋있어질까요? 어쩌면 허탈할지도 모릅니다. 매일매일 펼쳐지는 날들이 하나의 모험이고 하나의 여행이라 생각하고 따뜻하게 채워나간다면 어떤 멋진 여행지와 비교도 할 수 없는 ‘나’라는 인생의 여행지 되겠지요. 어느 멋진 나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날이라면 우선 ‘UP’을 보는 것이 어떨까요? 생각보다 모험과 여행은 가까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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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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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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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yeonjg
    • 안녕하세요 두레에 참여하고 있는 조현정입니다.
      연수님 글을 보니까 <낢 부럽지 않은 신혼 여행기>에서 봤던 글이 생각나요.
      "우리는 지금 지구라는 커다란 우주선에 타서 새카만 우주를 바라보며 매일매일 여행을 하는 중인거야"
      이 말은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말이었지만, '매일매일 펼쳐지는 날들이 하나의 모험이고 하나의 여행이라 생각'하라는 연수님의 글과 어느정도 부합하는 말인 것같아요.
      아직 영화 <UP>을 보지못했는데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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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매나무
    • 안녕하세요 두레 참여 중인 김소원 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UP>에 관한 글이라 반가웠어요! 글 내용도 모두 공감이 됩니다. 영화 줄거리를 부드럽게 풀어주셔서 몇 년 전에 본 작품임에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저는 이 작품을 보며 엘리와 칼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봤는데 이렇게 보니 삶 자체가 여행이라는 메세지가 곳곳에 들어 있네요. 원래 무언가 간절히 원하던 걸 얻게 되면 막상 그 기쁨이 생각만큼 오래 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걸 얻기 전 기다리는 시간이 더 즐겁곤 하죠. 목표를 이루기까지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꼭 그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남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요즘 좀 무기력한 상태였는데 내일부터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시작해 봐야겠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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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olo
    • 안녕하세요! 두례에 참여하게 된 성채윤입니다. 앞서 피드백을 너무 늦게 써 드려서 죄송합니다 ㅠㅠ
      글을 읽으면서 영화 속 파라다이스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앞서 제 글에서 죽음이 어떤 마침표로서 병을 끝낸다고 묘비명을 해석해서 댓글을 달아주신 걸 보고 조금 슬픈 해석이다, 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글을 읽으며 문득 인간은 자신의 영원, 또는 파라다이스가 어디인지 모른 채로 그 곳에서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불완전함이 아름다움을 주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저도 영화 업 정말 좋아하는데요, 어릴 때 할아버지의 시각에서 그려내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할아버지가 태어났을 때부터 할아버지인줄 알았던 어린 생각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도 꿈이 있었고 사랑하는 이가 있었고 다만 그것이 상실되고 되찾고 하면서 그 자국을 주름살에 새기셨을 뿐이며, 나도 그렇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어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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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인
    • 안녕하세요 두레에 참가 중인 최지은입니다. 글 재밋게 봤어요 예전에 UP을 봤어서 가물가물 잘 기억이 안나지만, 읽으면서 회상을 했네요. 풍선을 타고 집이 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서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해도 그것이 마냥 전부가 아니구요. 여러 어려움이 있었죠. 하지만 '앨리와 함께 했던 인생 자체가 큰 모험'이라는 표현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여행과 모험을 밖의 목적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탐험하고 여행한다면 삶이 얼마나 즐거울까요! 연수님 말씀처럼 삶을 더 즐겁게 여행할 수 있기를 힘쓸게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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