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死학년의 회고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6.2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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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라는 숫자가 유난히 무겁게 들리는 지금이다. 동시에, 여태까지의 나는 뭘하면서 살았는지에 대해 수없이 되뇌이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작아지게 만드는 요즘이다. 마치 미로에 갇혀 탈출 방법은 모른 채 천장으로 가만히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얼마 전 <너와 100번째 사랑>이라는 영화를 보며 생각했다. 저런 사랑이 찾아오지 않아도 좋으니, 저에게도 저런 타임리프 능력을 주세요. 그러면 적어도 예전보다는 더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살겠습니다. 사실은, 고등학생 때부터 늘어놨던 비현실적인 희망이며 반복되는 후회라는 점은 누구보다도 제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학교에 하루 종일 붙들려있던 고등학생 시절, 나는 원치 않는 일을 억지로 하기보다는 지금 하고 싶은 일에 충실하겠다는 객기어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문학 교과서보다는 온전한 자의에 의한 독서를 좋아했고, 자율학습 시간에 좋아하는 연예인 영상을 찾아보면서 하루의 반절을 가만히 앉아서 보내는 나를 위로하기도 했었다. 공부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니었어도 어디서 들었던 말처럼 나는 늘 영혼에 느낌표를 찍은 채로 살고 싶었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던 소소함이 곧 행복으로 다가왔다. (사실 누군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번지르르한 핑계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면 이쯤에서, 내게 지금 찍혀있는 점은 무엇인가 고민해본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 대답을 묻는다면 곧 침묵으로 대신할 것이다.스마트워치가 발명되었다고 해서 시간의 속도가 다른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중·고등학교 3년과 비교했을 때 유독 대학교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 것 같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새내기였다’는 웃픈 말처럼 학과행사를 참여하는 것이 일상처럼 익숙했던 (지금으로써는 낯선) 1학년 때의 생활이 아직도 선연한 것은 단순한 기억의 문제일까. 이상한 것은 기억뿐만이 아니다. 누군가 나이를 물었을 때 ‘스물’이 주는 이미지는 새내기·청춘과 같은 긍정적인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스물하고 셋’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물음표를 띠더니, 이내 힘내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다. 고작 3년인데, 사람들에게는 그 3년이 ‘고작’이 아닌가보다. 약간은 슬픈 아이러니함이다.예정대로라면 다음 학기가 마지막이겠지만, 요즘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음식 메뉴 하나 정하기도 쉽지 않은 내가 삶의 속도가 될 수 있는 지금을 결정하는 일이 쉽겠는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말 그대로 시간낭비가 되든 자기계발의 시기가 되든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인데, 날 위한 헌신으로 정작 자신의 미래는 놓치고 있는 부모님의 시간을 알고 있기에 어떤 말도 섣불리 건넬 수 없다. 마음먹은 대로 선뜻 행동을 취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지금, 내가 가진 청춘이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은가보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취업을 걱정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당연시 여겨지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사실 여러모로 두렵다. 인생에 있어서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새로움을 추구하는 일은 여전히 낯설고, 도전에 앞서 항상 두꺼운 생각들이 따른다. 내일의 나는, 더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을까. 또 불안함에만 갇혀 허투루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었을까.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오늘이다.[나예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예진님 글을 읽으면서 눈물이 고였어요. 어떤 한 문장에서 울컥했다기 보다, 이 글 전체에서 느껴지는 예진님의 깊은 고민과 생각때문인 것같아요.
이 글만으로 예진님의 깊은 걱정과 생각을 다 알수는 없지만, 저와 비슷한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시는 것같아요. 그래서 글 한문장 한문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고 많이 공감하면서 마음이 아팠답니다.
저는 요즘 이런 고민들로 혼자 끙끙 앓다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으려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있는데, 오히려 불안감만 커지고 있어요. 예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불안감에 갇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즘입니다.
저는 아직 대학교 4학년은 아니지만 글에서의 예진님의 감정은 제가 새내기 때에 겪었던 감정과 참 닮아있어요. (남들은 그저 신나게 노는 새내기 때에 고민과 한숨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답니다..ㅠ) 사실 지금도 여러 감정이 있지만 옆으로 잠시 미루고 무엇이라도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우울감은 언제 찾아올지 몰라 두려운 감정인 것 같아요. 이럴 때는 다 괜찮을 거라는 빈 위로보다는 예진님과 같은 동지가 여기 또 한명있다는 위로를 해드리고 싶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하루가 가치 없지만은 않기를 바라며 말이에요:^)
저도 학교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매우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정말 새내기와 4학년은 겨우 3,4년 차이일 뿐인데 주변의 시선도, 대우도 엄청 달라지는 것 같아요. 마음은 새내기때와 큰 차이가 없는데 뭔가 결정을 내리고 엄청난 걸 해내야 할 것 같은 부담도 있고요. 그리고 저도 새로운 걸 시작하기 전에 많이 망설이고 섣불리 도전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해요. 그래도 저는 수많은 걱정과 불안 속에서 느리지만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어요. 예진님이 이렇게 고민하고 불안해하는 것들도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오지랖이 넓은 걸까요..? 아무 생각 없이 되는대로 사는 것보다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사는 게 결국에는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삶을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고민 끝에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