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밝은 모습으로 무장한 우리에게 - 도서 '내가 상처받는 이유'

글 입력 2017.06.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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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모습으로 무장한 우리에게
'내가 상처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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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핀 꽃 한 다발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표지 사진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책 제목인 내가 상처받는 이유와 이 사진은 무얼 말하고 싶던 걸까? 상처라는 이름에 가려진 진정한 나의 모습인가? 아님 사람들에게는 예쁜 모습으로 보이지만 진짜 내 모습은 보여줄 수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책을 읽어보니 두 질문 모두 맞는 것 같았다. 무언가의 뒤에 가려진 나의 모습, 나를 그대로 드러낼 수 없는 것은 어찌됐든 '상처'가 이유일 것이기 때문이다. 홍지영 작가는 나도 모르는 곳에 숨겨진 나의 상처, 나도 모르게 포장하고 있었던 나의 겉모습을 거둬내주는 글을 썼다.

상처는 그 사람이 준 것이 아니라
내가 상처의 의미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저자는 '상처'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주체 역시 자기 자신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물론 상처를 벗어 던질 수 있는 것은 나의 몫이지만 내가 굳이 어떤 말을 상처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아도 그렇게 내 마음에 새겨지는 것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빗대어 보았을 때, 아마 대화를 하면서 상처를 사서 입으려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나도 무척이나 예민한 편이기에 늘 상대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상처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일부러 상처 받으려고 내뱉은 말은 내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

참 억울한 일이다. 시시때때로 상처받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살아가면 소심한 사람같고 사람들을 피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고 정면돌파하다 보면 만신창이가 되어버리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마음과 감정상태를 잘 다루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 책들이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

'내가 상처 받는 이유'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읽어봄직한 도서였다. 어쨌거나 결국 '상처'를 극복하는 주체는 '나'이므로 그러기 위해서는 상처도 내 마음도 다르게 보려고 노력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와 '상처'에 대해 다른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걱정과 불안, 시간 그리고 늘 바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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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조금 다른 각도에서 봐야할 것들을 책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요즘에는 여유를 되찾긴 했지만 정말 얼마 전까지 '걱정,불안,시간,바쁨'은 나와 떼어놓을 수 없는 단어들이었다. 늘 시간이 없어서 불안했고 걱정이 많았고 걱정을 해결하지 못한채로 바빴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너 너무 바쁘잖아.'라는 소리를 계속 들어야 했다. 여러 개의 일을 해야했고 그 일들을 완벽하게 하고 싶었고 책임감있게 해내고 싶었지만 시간과 나의 능력은 그것들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늘 불안했고 걱정만 했다. 사실 걱정의 해결은 그게 무엇이든 시작하면 조금 해결된다는 것을 알면서 전전긍긍하며 시간들을 보냈다. 지난 4개월간 머릿 속에는 '이거 해야하는데.. 저것도 해야해'가 가득한 시간을 보냈고 스케줄러에 빈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바쁘게 산 만큼 보람이 있을 것 같아 시작한 일들은 후회와 회의감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칭찬받는 것이 좋고 칭찬이 내 삶의 원동력이었는데, 칭찬 받을 만큼 해내는 일들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서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 것 같지만 나는 내 능력을 제대로 알게 되었던 소중한 4개월로 생각된다. 여러 가지 일들을 다 잘하려고 하는 것은 분명한 나의 욕심이었으며, 선택한 일들에 책임을 지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도 깨달았다. 물론 누군가는 나에게 그걸 이제야 깨닫냐고 다그칠 수 도 있지만 이제라도 깨달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내 능력을 정확히 안 것이 한계를 느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좀 더 정확하게 알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정말 걱정은 줄어든다. 왜냐하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택하는 일들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시간의 쫓김, 걱정, 불안 그리고 자책은 나에게 상처로 다가올 수 도 있었지만 '나'라는 존재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게끔 만들어주었다.



#외로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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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해주는 말이다. 당장 외로워서 외로움 때문에 시작하는 연애는 쉽게 끝난다. 이 끝맺음이 나에게만 쉬우면 다행인데, 이 쉬운 끝맺음은 누군가에게는 큰 실연의 상처로 남게 된다. 그래서 늘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은 신중을 기해야하고 그것을 함께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연애를 시작한다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행복한 순간에도 외롭다. 왜그럴까? 외로움, 행복함, 슬픔 등 모든 감정의 기준이 내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외로움의 기준은 내가 정하는 것이다. 시리도록 외로운 감정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은 환경도 그 누구의 부재도 아니다. 바로 내가 나를 외롭게 만든다. 그리고  외로운 것은 나쁜게 아니다. 항상 누구와 함께여야하며 누군가와 함께일때만 행복하다면 그 얼마나 피곤한 인생인가? 외로운 시간도 있어야 누군가와 함께일 때 진정한 행복도 가치있게 느낄 수 있다.



#상처를 아름답게 드러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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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을 읽기 전 가장 기대했던 것은 '예술치료'에 관한 이야기였다. 저자가 예술치료에 대해 깊게 공부를 하셨다길래 책에도 '예술치료'의 사례나 예술 장르에 따라 상처를 다루는 법 같은 내용이 담겨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중간 중간 예술에 대해 언급한 이야기들은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아마 사진의 내용이 표지 사진을 설명해줄 수 있는 가장 알맞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예술을 접할 때 자신을 가리고 막고 있었던 것들을 모두 거둬낼 수 있다.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이 춤으로 연기로 그림으로 노래로 연주로 나올 수 있다. 그게 바로 나의 표현이며 예술이다. 즉, 예술을 통해서 나를 끄집어낼 수 도 있지만 내가 표현하는 진정한 나의 모습이 모두 예술이 될 수도 있다. 그게 바로 진정한 예술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나'를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심지어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더더욱 어렵다. 본래의 나보다 더 멋지게 표현할 수단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나'를 표현하자. 이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이다. 상처받지 않는 인간은 없다. 상처 받은 나도 내 모습이다. 그 모습 그대로 표현하고 내가 받아들일 때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내가 상처받는 이유'는 이렇게 고군분투하는 나를 따뜻하게 위로해준다.


▶도서정보
저 자 : 홍 지 영
규 격 : 신국판 변형(152×225)
쪽 수 : 224쪽
출간일 : 2017년 5월 30일
정 가 : 13,000원
ISBN : 979-11-85973-26-5(03190)
출판사 : 도서출판 따스한 이야기
문 의 : 김현태 (070-8699-8765 / 010-8763-8765 /


[이정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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