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음과 가까워지는 시간 - '내가 상처받는 이유'

글 입력 2017.06.2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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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왔다. 오랜만의 가족여행이다. 시험도 끝나고, 이제 드디어 방학이 왔다. 그래서 떠났다. 사실 가볍게 등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일상은 생각보다 무거워서, 서쪽 반대편에 두고 온 삶들이 계속 신경쓰인다. 주말에는 알바도 해야겠고, 다음 주 부터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다음달 중으로는 공모전 준비도 하고 수업 내용도 준비해야 한다. 쓰고 보니까 참 많네. 2박 3일. 짧다면 짧은 여행이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마음을 편히 놓지 못한다. 이쯤 되면 고질병일까.

그래서 더욱 책 한 권을 챙겨왔다. 여유 속에 나를 가두기 위해. 표현이 이상하지만 그렇다. 곰곰히 생각하다 골라온 책은 '내가 상처받는 이유'. 바쁘면 바쁠 수록 내 마음은 뒷전이고 눈 앞에 닥친 상황만 견디기 버겁다. 그렇게 폭풍같은 일상이 한번 휘몰아치고 나면 남는 것이라곤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인데, 참 어리석은 나는 회복될 새 없이 다시 달린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다가 문득 나를 바라보고, 이 힘든 날들에 익숙해진 내가 꽤나 강해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과연 거침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강해진 것인지, 혹은 그저 정신없이 몰아치는 것들에 무뎌져버린 것인지. 잘 들여다 보아야 한다. 내 상처들이 나아가고 있는가, 혹은 곪아가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상처들은 왜 생겼는지, 뭐, 그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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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꽤 정확하게 내 마음의 생채기를 짚어내었다. 첫 페이지에서 끝 페이지까지 조곤조곤, 책이 전해주려는 메세지는 단 하나였다. 내가 느끼는 감정적이고 정신적인 문제의 괴로움, 아픔, 슬픔, 고통의 원인은 내 안에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아픔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가진 것 역시 나라는 것이다. 상담사로써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치료해온 작가는 그간의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이 책 한 권에 담아내었다. 기쁨, 행복, 슬픔, 절망 등 개인의 감정적인 문제에서부터, 대인관계 속에서 겪는 어려움, 삶 속에서 마주하는 근원적인 질문들까지 다양한 내용을 다룬다. 그리고 그 순간 어떻게 마음의 물꼬를 터야 하는지,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한다.

내 마음을 어떻게 들여다 보아야 하는지 알게 된다. 결국 외부 세계에서 오는 모든 자극은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진다. 슬픔이 기쁨이 될 수도 있고, 아픔이 용기가 될 수도 있다. 아픔에 짓눌리는 마음이 나를 더욱 아프게 해서, 그 아픔에서 벗어나고자 쉽게 남의 탓을 해버린다. 내 바깥에서 내 안의 문제를 찾는다. 내 마음이 내 밖에 있는 것이 아닌데 어떻게 그 아픔들이 해결될까. 나와 가장 가까운 것이 내 마음인데도 때로는 가장 멀고 험한 길을 따라가야만 만날 수 있다. 마음을 들여다 보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문제의 원인이 내 안에, 답 역시 내 안에 있다는 것은 차라리 속 시원하면서도 조금 겁이 난다. 더 단단한 나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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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그랬다. 행복은 느끼는 것이라고. 결국 우리는 모두 행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렇게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 역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만 하는 내 마음의 문제임을 깨닫는다. 조곤조곤 설명해주듯 이어지는 이야기와, 편안한 숨 한 번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조각글들. 정말로 행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따듯한 문장 속에서 여유롭게, 잠시 미뤄두었던 행복을 느꼈다. '내가 상처받는 이유'. 책에게 참 고맙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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