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까운 너와 나, 하지만 알고 보면 너무 다른 우리, 중국의 결혼 문화 [문화전반]

글 입력 2017.06.2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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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아는 사람이 결혼을 했다. 신랑과 신부 가족 모두 기독교인이기에 한 교회의 예배당에서 꾸밈없는 결혼식이 진행되었다. 식의 순서는 마치 교회의 예배 순서 같았다. 함께 기도를 하고, 찬송가를 부르고, 목사님의 말씀이 있었다. 식사 자리에는 술이 없었다. 간소하고 소소한 결혼식이었다.

 우리나라 결혼식이 다 이렇지는 않다. 사촌언니의 결혼식에서는 한 식장 당 세 커플이 예약되어 있어 굉장히 후다닥 빨리 끝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할 건 다 한다. 신랑, 신부 입장, 주례 말씀, 축가, 양가 부모님께 인사, 그리고 행진까지. 그리고 요즘은 폐백을 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한다. 몇 년 전부터 스몰웨딩이 트랜드로 떠오르기도 했다. 결혼식의 모든 것을 신랑, 신부가 정해서 작은 규모로 한다는 스몰웨딩은 젊은 커플들의 로망이 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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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신아일보


 결혼식을 보고 있자니 작년 중국에서 본 결혼식이 생각났다. 인턴하고 있었던 회사의 직장 상사 결혼식이었는데 한국 결혼식과 너무 달라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한 것 같았다. 오늘은 가깝지만 먼 나라, 알고 보면 너무 다른 중국의 결혼식 문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붉은색으로 치장된 신방

 중국 사람들은 붉은색을 좋아한다. 거리를 가도 붉은색 글씨로 써진 간판들을 쉽게 볼 수 있고, 붉은색 속옷은 가장 비싸게 많이 팔리는가 하면, 가장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온통 붉은색으로 꾸며놓기도 한다. 붉은색은 중국에서 행운, 복, 성공을 뜻한다. 또한 붉은색은 악운을 물리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게다가 국기도 붉은색이 대부분이라 붉은색하면 ‘국가’를 떠올리기도 한다. (중국의 붉은색 문화는 영화를 통해서 쉽게 발견될 수 있다. 장이모 감독의 ‘홍등’이나 ‘인생’ 등 영화에서 붉은색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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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이두, 双喜, 기쁨이 두 배라는 글자이다, 주로 결혼식 때 많이 쓰인다


 결혼식 당일에 도와달라는 대리님의 연락을 받고 집에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신방이 모두 붉은색으로 꾸며져 있어 조금 놀랐던 것 같다. 배게, 침대보, 이불 모두 붉은색이었고 방 안에는 풍선으로 한껏 꾸며져 있었다. (신방에 사용된 붉은색 침대보, 이불 등은 중국에서도 꽤 비싸게 팔린다.) 결혼이라는 것은 일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행사이고 비단 신랑 신부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복이기 때문에 집안 전체를 붉은색으로 꾸며 놓는다.

 또한 신방 침대 위에 특별한 글귀를 대추, 용안, 땅콩, 연밥으로 꾸며놓는다. 이 특별한 글귀는 바로 '早生贵子'라는 단어로 '귀한 자식을 일찍 보세요'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단어의 발음과 비슷한 발음을 가진 과일과 견과류로 글씨를 만드는데, '早(zao)'는 대추 '枣子(zaozi)'로 '生(sheng)'은 땅콩 '花生(huasheng)'으로, '贵(gui)'는 과일 용안으로 '桂圆(guiyuan)' '子(zi)'는 연밥 '莲子(lianzi)'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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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당시 꾸몄던 신방



홍바오와 사탕, 담배, 술

 중국 결혼식에서 홍바오(红包)를 얘기 안 할 수 없다. 홍바오의 뜻은 붉은 봉투로 설날이나 결혼식 축의금, 돌잔치 등에 사용된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붉은색은 복과 길함을 뜻하기 때문에 무조건 중요한 행사에서 현금을 내야하는 경우 홍바오를 꼭 내야 한다. 홍바오를 축의금으로 생각하게 되면 하객들만 홍바오를 내는 것으로 많이 알고 있는데 사실 신랑과 신부도 하객들에게 홍바오를 나눠주기도 한다. 신랑과 신부는 결혼 전날 홍바오에 1위안~ 20위안 정도 (160원~3,000원)의 돈을 넣는다. 신랑은 신부의 집에 와서 신부를 직접 결혼식장에 데려가야 하는데 여기서 신부의 친구들이 장난을 치거나 신랑을 방해한다. 그러면 신랑은 자신이 준비한 홍바오를 주며 협조하기를 부탁한다. 직접 경험한 바로는 서로 홍바오를 차지하기 위해서 친구들끼리 경쟁도 붙고 신랑에게 많은 홍바오를 요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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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이두


 이제 결혼식장에서 홍바오를 신랑측, 신부측에게 전달하는데 중국 회사의 월급이 짠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월급 1/3 정도를 축의금으로 낸다. 우리나라의 경우 5만원이나 10만원 정도를 내는데 여기서는 결혼이 가장 중대한 행사이기 때문에 굉장히 많이 내는 편이다. 이렇게 많이 냄으로써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딸이나 아들의 결혼식 때 홍바오를 많이 내주기를 바란다. 중국에서의 숫자 '8'은 부자를 뜻한다. 이는 '8'이라는 발음, 八(ba) 가 '돈을 많이 벌다'라는 단어의 발음 发财(facai) 과 비슷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홍바오를 낼 때에도 금액을 8로 맞추어 내기도 한다.

 이렇게 홍바오를 내면 신랑과 신부측이 준비한 선물을 받는다. 그 선물 안에는 바로 사탕(喜糖)담배(喜烟)가 담겨 있다. 중국 문화에서 서민들과 가장 깊이 연관되어 있는 물건을 뽑자면 바로 사탕, 담배, 그리고 술이다. 지아장커의 영화 '스틸라이프'를 보면 아무 것도 없는 소시민조차 사탕, 담배 그리고 술을 통해 사람들과 친밀해지고 자신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래서 하객들에게 결혼의 기쁨과 달콤함을 친근하게 알리기 위해 사탕과 담배를 꼭 전달하고 결혼식장 테이블 마다 중국에서 가장 비싼 담배와 술(喜酒)을 올려놓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결혼 언제 할 거야?'를 '국수 언제 먹여줄거야?'라고 얘기한다면, 중국의 경우 '언제 결혼식 사탕 먹게 해줄거야?'라고 묻는다고 한다. 이렇듯 사탕, 술, 담배는 중국 결혼식에서 항상 볼 수 있고 우리나라와 결혼식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가장 명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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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에는 술과 담배가 올려져 있고 파란색, 분홍색 종이박스에는 사탕이 담겨져 있다.



신부 결혼식장에 데려가기

 신랑은 신부를 직접 결혼식장에 데려가야 한다. 그리고 데려갈 때에는 신부의 발이 바닥에 닿으면 안 된다는 전통이 있다. 첸카이거의 '황토지' 영화를 보면 신랑이 신부를 한 어깨에 매고 신방에 들어가는 전통적인 혼례모습을 볼 수 있다. 어디서부터 이런 문화가 시작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도 신부를 직접 결혼식장에 데려가는 문화가 유지되고 있다.

 신랑은 신부를 데려가기 위해서 총 3 가지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전통적인 중국집이라면 마을 입구에서, 집 대문 앞에서 방 문 앞에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지만 아파트 집이었으므로 1층 입구, 현관문, 그리고 신방 문에 관문을 만들었다. 먼저 신랑이 1층 입구에 도착하면 폭죽을 쏜다. 밤하늘에 예쁘게 펼쳐지는 불꽃이 아닌 소리가 요란하고 종이들이 날리는 폭죽이 터지는데 폭죽을 많이 터트리고 소리가 크게 나야 부부가 잘 살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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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이두, 저렇게 생긴 폭죽을 집 앞에, 결혼식 할 호텔 입구에 설치해 놓는다.


 이렇게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면 현관문에서는 친구들이 문을 막고 '给我红包' ‘홍바오를 줘' 라고 외친다. 문 밑 사이로 홍바오를 하나씩 주면 더 달라고 목소리를 올리고, 이렇게 홍바오를 많이 안주면 못 열어줘 라는 말까지 오고간다. 홍바오를 어느 정도 받았다 싶으면 두 번째 관문을 열어주고 바로 세 번째 관문을 위해 신방 문을 닫는다. 이전과 똑같이 홍바오를 달라고 외치고 신랑은 홍바오를 문 밑으로 넣어 마지막 관문을 넘는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신부의 구두를 찾아서 신부의 발에 끼워 넣어야만 결혼식장에 갈 수 있다. 구두의 위치를 친구들이 알려줄 턱이 없다. 신랑은 친구들이 요구하는 미션 예를 들면 팔굽혀피기 등을 완수해야 하고 홍바오를 줘야지만 힌트를 받을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구두를 신긴 후에는 신랑이 신부를 안고 현관문까지 나간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대화가 되면서 이런 전통문화는 사라진 것 같다. 중국에서 여전히 이런 문화가 있다는 것에 놀랐고 현대화되었지만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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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이두, 가오즈치 (高梓淇) 라는 중국 배우가 신부를 안고 있다



너무 다른 결혼식

 중국 결혼식은 현대화가 되면서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서양식 결혼식을 따오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식 문화를 지킨다. 또한 한국에서는 몇 시간이면 결혼식이 끝나지만 중국에서는 반나절이나 걸린다. 결혼식은 주로 호텔에서 진행되며 결혼식장에는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결혼식 시작 시각 또한 '8'이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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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랑과 신부는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 식장 입구에 만들어진 포토존에서 하객들을 맞이한다. 이는 신부가 신부방에만 있는 한국의 결혼식과 다른 모습이다. 결혼식이 진행되면 신부는 아버지와 함께 행진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주례가 없다. 신랑과 신부는 사회자를 따로 섭외하는데 이 모든 식이 무대 위에서 신랑, 신부, 사회자와 함께 진행된다. 내가 갔던 결혼식에는 신랑이 신부에게, 신부가 신랑에게 편지를 읽어주었고 또한 신부가 신랑 부모님께, 신랑은 신부 보모님께 차를 따랐다. 양가 부모님께 차를 따른다는 것은 효를 상징하는데 차가 아닌 홍바오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중국에는 축가라는 행사가 없다. 그래서 축가 없이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있고 혹은 하객이 직접 지원하여 축가를 부르기도 한다. 부케 던지기 또한 우리나라와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부가 미리 부케 받을 사람을 정해놓지만 여기서는 부케 받고 싶은 사람을 직접 무대에 모셔 부케를 잡도록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케를 잡으면 얼른 결혼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지만 중국에서는 그런 속설이 없는 듯하다. 모든 식이 끝난 후에는 신랑, 신부가 옷을 갈아입고 식장에 배치된 테이블을 하나씩 돌며 함께 술을 건배한다. 식사가 끝남에 따라 결혼식도 마무리가 된다.

 사실 결혼식을 하기 전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결혼증명서를 취득하는 것. 먼저 직장이 있다면 직장에 보고하여 ‘미혼증명서’를 발급받고, 그 다음 ‘건강진단서’를 발급받아 결혼증명서를 취득할 수 있다. 결혼증명서를 보면 아내와 남편이 함께 증명사진처럼 찍은 사진이 붙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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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이두, 여권처럼 생겼지만 결혼증명서이다





 결혼은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이다. 예전에는 부모님이 점찍어 놓은 상대와 결혼해야 했지만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에는 자유연애 결혼으로 변화되었다. 중국의 1자녀 정책으로 인하여 부모들은 자신의 하나 밖에 없는 자식들을 애지중지 키우게 되었고 자식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게 되었다. 중국 부모의 자식 사랑은 손자, 손녀 사랑으로 확대되고 있기도 하다. 엄마와 아빠가 둘 다 일하는 경우라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손자 키우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결혼은 긴 세월 동안 각자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란 두 사람이 결합하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가족 간의 결합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결혼식이 중요하고 자식들을 보내는 것에 대해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요즘은 스몰웨딩 또는 해외에서 결혼하는 것이 중국에서 화제라고 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크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중국에서의 결혼 문화. 그러나 결혼하는 것은 어디서나 똑같다. 부모님들은 아쉽고, 자식들은 부모님 품에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결혼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신랑 신부가 축복 받으며 행복한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문화는 어딜 가나 존재하는 듯싶다. 올해 결혼하는 모든 커플들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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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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