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따듯하고 단호한 위로_내가 상처받는 이유

글 입력 2017.06.26 13:4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위로를 위한 발화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너만 힘든 거 아니야, 다 똑같아.’
‘너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아.’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무엇이 더 위로가 되고, 어떻게 위로가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힘들고 지치는 순간에 가장 중요한 건 ‘나’다. 남이 나보다 못하다고 해서, 혹은 다 나처럼 인생의 질곡을 겪고 있다고 해서 내 기분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그래서 고통을 향한 응원은, 아픔을 향한 위로는 그 본질을 어루만져줄 때에야 효과를 발휘한다.

 처음엔 <내가 상처받는 이유>가 심리학적 지식으로 똘똘 뭉쳐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기대는 깨졌고 흔한 이야기를 괜히 길게 늘어놓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따듯했던 건 몇 가지 감정들의 본질을 넌지시 일러주어서고, 내가 그 당연한 걸 못하는 사람이어서다.
 

1.jpg
 
 

  : 고독, 외로움, 불안, 슬픔을 사랑하는 저자 

 책에서 저자는 인간은 자유로울 때 가장 행복하지만 자유를 느낄 때 스스로를 억압하기에 고독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한 중요한 타자에게 있어 내가 유일한 존재가 되길 갈망하는 나르시시즘은 본질적으로 충족될 수 없으며 때문에 인간은 항상 외롭다는 걸 일깨워 준다. 또한 이렇듯 내면에 갈등이 존재한다는 건 곧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며 결국 고독, 외로움, 불안, 슬픔 등은 내 존재로 인해 부차적으로 따라붙는 요소들이기에 살아있는 한 나는 이 모든 것들을 무조건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운명론자나 허무주의자는 아니다. 그녀는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근본적이라는 불변의 진리와 함께 그것들이 가진 긍정적인 면모를 사고를 통해 끄집어 내어 그 속성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충분히 전환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2.jpg
 
 

 감정과 사고는 전혀 다른 영역이며, 감정은 사고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심리현상입니다. 물론 두 영역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모든 상황에서 잘못될 수도 있는 부정적인 여지를 남겨두지 않습니다. 
… 
생각은 긍정적이지만 감정을 멜랑콜리하다면 그 감정을 승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슬퍼서 글이 써지고, 고독해서 몰입하게 된다는 말이 이러한 근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결핍이 아름답다는 말도 결국, 자신의 결핍이 강한 의지를 만들어내고 특별한 몰입을 유도하여 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긍정적 멜랑콜리 -



 <내가 상처받는 이유> 라는 제목 아래 ‘긍정적 멜랑콜리, 불안의 미학, 스트레스와 알고리즘’ 등을 목차로 품고 있는 이 책은 나의 일상을 흔드는 불안정한 감정들이 생각에 따라 마음을 할퀴는 비수가 아닌 또 하나의 에너지로 얼마든지 그 방향성을 달리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한편 저자는 이러한 감정들을 조절하고 극복해야함과 동시에 그렇게 하기 위해 감정에 충분히 빠져들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슬플 때는 슬퍼야 하고 외로울 때는 충분히 외로워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젖고 나서야 다시 터널에서 나올 힘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면 터널을 나와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남겨 놓은 그 감정의 잔재를 찾아 너무 빠른 시간 안에 다시 터널을 찾아 들어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 긍정적 멜랑콜리 -


 생각은 긍정적이고 합리적으로 해야 하며 감정은 느끼고 있는 그 감정이 어떤 것이든 우선은 수용해 주고 그것에 충실해야 합니다. 감정에 충실하다는 것은 내 마음을 가만히 바라봐주는 일이니까요.

- 감정에 대한 성찰 -



3.jpg
 
 
 글을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멜랑콜리나 불안이 언제나 나를 휘감는 건 분명한데 그렇다면 난 긍정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간 겪었던 몇 가지 아픔들, 미래만 떠올리면 아득해져 급히 고개를 돌리곤 했던 순간들이 다른 사람 혹은 외적인 환경 때문이었을까? 긍정적이지 못한 나 자신에게 원인이 있었던 건 아닐까?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기에 그토록 상처받았던 건 아닐까? 이 모든 물음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다 종래엔 자존감의 문제로 귀결되었고 ‘관계의 미학’에 이르자 보다 분명해졌다.



  : 나를 사랑한다면 남도 사랑할 수 있다 

 나 자신을 사랑하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다. 그만큼 바람직한 가치라는 말이고 동시에 인생살이에서 당연한 법칙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아마 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어떤 기준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그에 대한 태도는 두 가지로 나타난다. 그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든가, 나 자신이 이미 그 수준에 도달했다고 착각하거나. 그동안의 나는 후자에 속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겸손한 태도로 타인의 장점을 실제보다 더 높여주는 사람이 스스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사람이며 칭찬을 잘 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사람은 그 반대라고 말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심지어 칭찬도 기쁘게 받을 줄 모르고 그것을 부인하며 겸손이라 여긴다는 것이다.


4.jpg
 
 
 더 이상 착각 속에 살 수 없다는 생각. 나름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남을 잘 칭찬하지 못하고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사소한 일에도 상처받았고 솔직함과는 담을 쌓았으며 내가 이해받지 못하거나 상대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 그 사람을 질책할 수 있었던 건 진짜 타인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닌 순전히 남을 ‘탓’했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나를 인정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 가장 시급했다. 저자가 말했듯 그래야만 타인의 말과 행동을 근시안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통찰력을 갖출 수 있으며 상처받지 않을 수 있으니까. 나를 위해 상대를 이해해야 한다는 조언이 마음 깊숙이 와 박혔다.
  



 모든 문장과 조언이 간결하고 당연했지만 물렁물렁하지 않고 힘이 있었다. 심리학과 인문학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이 책은 피상적인 질문이 아닌 본질에 대한 답이었고 그래서 어떤 고민과 결함을 가진 사람에게든 유의미할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왜 상처받고 왜 아픈가.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건 다른 사람을, 나를 둘러싼 환경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어렵지만 제일 가능성 있는 시도다. 의도와 상관없이 떠오르는 생각들과 부르지도 않았는데 내달리는 감정들이지만 최소한 그것들은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니 말이다. 기대와는 달랐지만 덕분에 따듯하고도 단호한 가르침을 얻어갈 수 있어서 나는 이 책에 감사하다.



  



한국통합예술치료개발원(KIIAT) 

저자 홍지영이 대표원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인간세계의 다양성과 총체성을 근거로
예술영역의 심리치료를 중심적 도구로 사용한다.
심리적 접근을 넘어 인간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며,
인문학과 관련된 폭넓은 일들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KIIAT에서는 예술치료의 영역이 치료의 대상들만이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접하고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차원으로 보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 연구 및 앞서는 교육을 추구하며
통합예술심리지도사 자격증 과정과
부설연구소 운영자 반의 전문가 자격증 과정 및
수퍼비전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KIIAT에서 운영하는 'Arete예술치료연구소'는
매달 다른 주제로 인문학 세미나가 개최되고 있으며
 소수정예의 특별한 세미나로서 개인 개인에게 의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또한 개인치료와 상담의 업무를 진행하여
개인에게 잠재되어 있는 'arete'를 찾아
더욱 능동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으며
현재의 서울 본원을 시작으로 타 지역에
부설 연구소들을 설립 및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Contact
tel. 02.713.6361
http://blog.naver.com/arete17
https://www.instagram.com/_arete_official/





아트인사이트 tag.jpg
 

[반채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