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리스의 여인들 - 안티고네, 죽은 자의 삶, 산 자의 죽음

글 입력 2017.06.26 04:3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406X594_안티고네_최종포스터.jpg
 

그리스 신화 중 비극의 한 부분을 다룬 이 작품은 ‘안티고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었다. 다른 인물들에 비해 잘 알지 못했던 인물이기에, 안티고네에 대해 조금 찾아 본 후, 연극을 관람하게 되었다. 안티고네는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의 딸인데, 전쟁터에서 죽은 오빠가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 매장조차 되지 못하자, 오빠에게 장례를 치러 주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크레온의 명령에 어긋나는 것으로, 결국 안티고네는 산 채로 가둬지고, 결국엔 자살로서 생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 극에서는 그 이후 안티고네의 약혼녀이자, 크레온의 아들 역시 안티고네를 따라 죽게 되고, 크레온의 부인도 이에 절망한 나머지 죽고 만다.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다가, 결국 홀로 남은 크레온은 절망하며,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인지, 죽은 것인지 고뇌하게 된다.


안티고네_장면사진_5.jpg
 

복잡한 줄거리는 아니지만, 이번 연극은 꽤나 독특하고, 실험적으로 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첫째는 주인공의 옷차림이었는데, 배경이 그리스 신화임에도 불구하고 남자 주인공들은 양복, 현대식의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현대의 복장으로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들의 모습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아마 그들이 전달하는 대사가 지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너무나 잘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새로웠던 다른 부분은 극 중의 인물들의 움직임이었다. 그들은 기타 연주 하나에 춤을 추듯 몸을 움직이곤 했고, 대사를 전달할 때는 앞에 나와서, 정면을 보고 대사를 전달하였다. 극 중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는 연극과는 다르게 말이다. 주요한 대사를 전달하는 인물이 아니면, 뒤의 의자에 앉아서 그들의 목소리를 내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을 전달하는 인물들은, 마치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떼아뜨르 봄날의 극에서는 해설은 굉장히 길게,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반해 주인공들의 대사는 짧은 대사가 대부분이었다. 짧은 대사를 조금씩 반복하면서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강조하곤 했다. 일반적인 연극의 대사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이런 방식의 연극은 매우 새로웠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연극을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지 않았다 싶다. 특히 인상깊었던 대사는 마지막 크레온이 죽었나, 살았나. 라는 대사를 반복하는 부분이었는데, 계속해서 이러한 대사를 반복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살아 있지만 죽음을 경험하는 크레온의 심정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었다.

이번 극을 관람할 때는 내용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극의 형식적 측면까지도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떼아뜨르 봄날의 극이 그만큼 새로웠기 때문이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형식들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새로운 형식이, 그리스 신화의 내용과도 잘 어울린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김현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