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멈추지 않는다, 다만 보여줄 뿐 '그리스의 여인들-안티고네'

글 입력 2017.06.25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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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트인사이트 206번째 문화초대
연극 '그리스의 여인들-안티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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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의를 위해 소의를 버리는 것인지, 소의를 위해 대의를 버리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세상엔 옳고 그름이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의 선택뿐이다. 무언가를 택했을 때, 택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反이 되어버린다. 나의 선택이 나의 세계에서 해결되면 좋으련만, 우리네 선택은 언제나 타인의 것들과 만나고 부딪히고, 또 부딪혀서 무뎌지기도 한다. 무뎌짐은 익숙함을 낳고, 그 선택이 언제 그렇게 중요했냐는 듯이 무심함으로 이끈다. 우리는 이 무심함을 지독히도 견디지 못해서 선택의 선택을 거듭하는 삶을 살아나가는 것만 같다. 그리고 일말의 후회 따위 들지 않도록 선택 앞에서 진지하고 또 진지하다. (물론 후회는 언제나 선택의 결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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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선택 앞에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한 자로 햄릿이 있다. 그러나 그도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언제나 고민하고 선택하는 인간이다.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자로 햄릿이 진부하게 느껴진다면 그리스 비극의 ‘안티고네’를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안티고네는 가엾기 그지없는 여인이다. 안티고네는 ‘정의’ 앞에서 그 누구보다 진솔한 인간이다. 허나 그런 그녀가 어딘가 모르게 가여워 보이는 것은 폭압적 권력과 지배적 규범, 관습적 윤리의 억압 앞에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안티고네는 죽은 오라비의 마지막을 인간답게 보낼 수 있도록 인간의 존엄성과 자기 결정권 획들을 위해 있는 힘껏 소리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갇혀 있는 그리스 비극의 인물이다. 이에 연극은 안티고네와 그녀를 둘러싼 여러 갈등과 그녀 스스로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끔찍한 비극 앞에 앞서는 진실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정의를 지키려는 자(안티고네)와 권력 위에 자신을 놓으려는 자(크레온)와의 대립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과 가치’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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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떼아뜨르 봄날’의 언어는 언제나 특이하다. 그리고 철학적이다. 철학이란 본래 우리가 의미 두는 것에 대한 의미를 풀어 헤치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말에 담긴 뜻을 파헤치고, 옳고 그름에 대해 논하는 것만큼 이상적인 해체과정은 없을 것이다. 봄날은 그런 작업을 매우 인상 깊게 하는 극단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의미 두는 것에 대한 진정의 의미는 무엇인지 묻고 또 묻는다. 어찌 보면 그저 말 꼬리 잡기에 불과해 보이지만, 배우들 간에 오가는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 본연의 모습이 보이고 나와 별 다르지 않은 극 중의 인물들이 보인다.

 전작 ‘스톡홀름’에서도, ‘심청’에서도 이들은 이러한 작업을 하면서 극을 펼쳐나간다. 대화 속에 담긴 말의 의미를 하나씩 파헤쳐가는 전개는 이들의 트레이드마크로 등극하였다. 전 작품 스톡홀름과, 심청에서 맛보았던 짜릿함과 극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오묘한 힘을 이번에도 느낄 수 있었다. 이토록 보는 이들을 집중하게 하고, 보는 동시에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극단은 오직 떼아뜨르 봄날 뿐 일 것이다. 안티고네의 다음 작품 트로이의 여인들을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언제나 봄날 같은, 떼아뜨르 봄날의 ‘그리스의 여인들-안티고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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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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