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리스의 여인들, 정의를 묻다! 연극 '그리스의 여인들 - 안티고네'

글 입력 2017.06.25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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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 나온씨어터 무대에 연극 <그리스의 여인들 -  안티고네>가 올랐다. 고전 명작으로 손꼽히는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각색한 연극이었다. 이야기도 방대하고 등장인물도 많은 작품인데 많은 것들이 한정적인 소극장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냈을지,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SYNOPSIS*

테바이의 왕 오이디푸스가 죽자
큰아들 에테오클레스가 왕위를 물려받는다.

둘재 아들 폴리네이케스는
이에 불복, 반역을 일으켰고
둘은 전투를 벌이다 함께 죽고 만다.

새로 왕이 된 외숙부 크레온은 반란자라는 이유로
조카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를
들판에 버리고 매장을 금지시킨다.

그의 동생이자 오이디푸스의 맏딸 안티고네는
크레온의 명을 거역하고 오빠의 시신을 흙으로 덮는다.
크레온은 왕권을 내세워 안티고네를 벌하지만
도리를 지키려 한 그녀 이상의 큰 비극을 맞게 된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과 가치는 무엇일까?"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우려했던 바와 같이 안티고테의 줄거리를 오롯이 따라가지는 못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무대도 작고 인물의 등장에도 한계가 있었으니 말이다. 연극은 위에 언급한 시놉시스에 따라,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을 그려내었다. 나는 이것이 아주 효과적인 재해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설프게 명작의 줄거리 전부를 따라가기보다 한 장면에 집중하는 것이 더 집중과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스토리는 이미 알려져 있으니 연출이나 연기, 인물들의 내면들을 표현하는 데서 차별점을 두어, 극단 떼아뜨르 봄날 만의 안티고네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본 연극은 이러한 점에 있어 성공적이었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
     2006년 창단한 극단 떼아뜨르 봄날은 간결하고 절재된 양식미, 시적 음악적 화법의 사용, 통렬한 블랙유머를 동반해 감각적인 페이소스를 추구해 온 연극 극단이다. 한국적이면서도 동시에 현대적인 무대를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험한다.


     연극은 아주 독특한 연출기법을 통해 안티고네를 재탄생시켰다. 나는 떼아뜨르 봄날의 연극은 처음이었는데, 뇌리에 강하게 남을 것 같았다. 극단만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났달까.

     동작이 주가 되기보다는 대사, 즉 독백과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주가 되는 연극이었다. 때문에 그들에게는 대사를 얼마나 맛있게 하느냐, 표정을 얼마나 강렬하게 짓느냐가 극을 표현하는 데 팔할이었다. 대사를 때로는 길게, 강조할 곳에서는 짧게 발화하거나, 강약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대사로 온전히 이루어진 연극이었음에도 불구, 지루하거나 들리지 않는 대사로 흥미를 잃는 일이 없었다. 표정도 무척 풍부했다. 배우들은 웃을 때는 무대가 떠나가라 웃었고, 화를 낼 땐 이마에 핏줄이 설 정도로 악을 질렀다. 감정이 북받칠 땐 눈물을 흘렸다. 이들의 생동감 넘치는 열연은 관객들이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살아있다, 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연극이었다.

     아마도 블랙유머라고 하는 것 같다. 그것이 정말 매력적으로 사용되었다. 비극적 요소를 희화화하여 더 극강한 비극을 치닫게 하는 것이었다. 과장스러운 연기와 우스꽝스러운 대사 속 표현들은 보는 이들을 더 불안하고, 더 긴장하게 만든다. 불길한 유머. 나는 특히, 크레온의 독백에서 가장 극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연출이 분명 흥미가 있는 것 같다. 이는 역시 행동보단 말이 많은 연극이어서 더 적절했다고 볼 수 있겠다.


     대사 하나하나에 몰입하다보면, 역동적인 동작보다도 더 깊고 진한 여운이 남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극을 보는 내내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지금껏 많은 장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안티고네>가 재해석되었지만 본 연극을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극단만의 해석과 연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타연주와 음악의 활용도 빼놓을 수 없다. 무대 한편에서는 기타연주자가 극 내내 연주를 한다. 이러한 불안한 유머 속 오는 긴장감 속에서 듣는 기타 소리는 묘하게도 잘 어울린다. 더불어 배우들이 허밍하거나 신음하며 극의 흐름을 더 맛깔나게 하기도 한다. 다른 연극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지점들이 극을 계속 집중해서 보게 도왔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정극으로 녹여냈다고는 할 수 없겠다. 그러나 색다른 <안티고네>를 마주할 수 있다. 이야기꾼에게 이야기 듣는 느낌이랄까?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다음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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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개요*

공연기간   2017.6.1~6.25
(평일 8시/토, 일, 공휴일 4시/월 쉼)
공연장소   대학로 나온씨어터
런 타 임   65분
제      작   극단 떼아뜨르 봄날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티      켓   전석 30,000원
예      매   인터파크티켓, 대학로티켓닷컴
문      의   02-742-7563



     2014년 <그리스의 연인들 3부작>에 이어 그리스 비극 두 번째 시리즈라고 한다.
     올 8월, <그리스의 여인들2, 트로이의 여인들>이 이어진다고 하니, 다음 연극에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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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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