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단추로 풀어내는 프랑스 패션의 역사, <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 展

글 입력 2017.06.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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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를 통해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전을 다녀왔다. 현재 가장 큰 특별전시실은 < 아라비아의 길 >이 전시 중이기 때문에 본 전시는 상설전시관의 일부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시관이 꾸며져 있었다. 그렇게 공간이 큰 곳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전시를 다 보고 나니 이 전시에는 디테일이 많아서 자세히 보려면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소요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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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에 입장하자마자, 본격적인 전시에 앞서 프롤로그가 구성되어 있었다. 17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사회를 살펴볼 수 있는 회화 및 포스터들과 다양한 소재의 단추들을 통해 프랑스 근현대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게 한 공간이었다. 아주 우아하기도 하고 또 동시에 힙하기도 한 공간이었다. 처음에는 옛날 것이라는 느낌이 물씬 나면서도 어느 순간 돌아보니 현대에 사용하더라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싶을 만큼 세련된 멋이 느껴졌다. 특히 봉 마르셰 백화점의 광고 포스터는 정말 당장에 사용해돋 손색이 없을 것 같이 색감, 구도, 표현 방식이 멋졌다.







전시는 크게 18세기, 19세기 그리고 20세기를 살펴보는 3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1부에서는 단추의 황금기라 불리던 18세기 복식과 단추의 양식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절대 왕정이 끝나고 시민혁명이 발발하는 격변의 시대에, 단추는 비단 기능적인 요소에 국한되지 않았다. 초상화, 장르화, 풍자화와 같은 세밀한 그림이 담긴 단추들을 비롯하여 식물이나 곤충을 박제하듯 담은 뷔퐁 단추, 수수께끼 단추 등 아주 다양해서 현재로서는 생소할 정도의 단추들까지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굉장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개인의 정치적 신념이나 시대상을 담은 단추들이었다. 노예제도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단추에는 'Am not a man and a brother'라고 새겨져 있었다. 한 쪽 무릎을 꿇은 채 아마도 앞에 서 있을 누군가를 응시하는 듯한 사람의 형상이 단추에 새겨진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또 동시에 그 당시에는 당연했을 그 풍습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의 의사를 표현하는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안도되기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현대가 과연 지금같을 수 있었을까.


그러나, 이 모든 단추들은 남성복에 쓰여진 단추들이었다. 여성복에 달리는 단추는 사실 19세기 이후 것들이 더 많았고 1부에서는 양과 질이 남성용 단추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왜 그랬겠는가. 20세기 전까지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결단코 남성과 동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는 단추가 남성용은 있고 여성용은 없었겠는가. 간단하다. 당시에는 여성이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여성용 단추는 확실히 비중이 적었고 화려함의 정도조차 남성용 단추보다 덜했다.







2부에 접어드니, 그나마 현대의 단추 형태와 가까운 단추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구멍이 뚫려 있는 단추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규격화된 단추들이 보였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프랑스 사회상이 반영된 셈이다. 또 동시에 1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프랑스가 벨 에포크를 맞이하였던 시기인 만큼 댄디즘이나 아르누보 양식에 영향을 받은 심미적인 단추들 또한 여전히 많았다. 그만큼 풍요를 누렸던 시기였기에, 단추는 프랑스 사회 내에서 계급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했던 것이다.



20세기에 접어들어서는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남성복은 단촐해지고, 여성복은 신체를 억압하지 않는 새로운 구조로 변화되어 갔다. 단추는 이 과정에서, 남성복에서는 옷의 균형을 잡아주었고 여성복에서는 실루엣을 살리는 구성요소로 자리잡았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높아짐으로써 일어난 긍정적인 변화가 복식사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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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적 가치, 역사적 지식이 모두 충족되는 전시였다. 전시 공간은 매우 작아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단추와 옷 하나 하나의 디테일을 놓칠 수가 없기에 살펴보는 데에 시간이 굉장히 많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전시였다. 누가 단추를 통해서 사회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으리라 생각이나 했을까. 물론 한국이 단추로 이루어진 복식문화를 가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사회상이 담겨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디테일 하나 하나를 뜯어보아도 각양각색으로 살필 점들이 많아 흥미로운 전시였다.



광복절까지 이어질 이번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전은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와 문화, 인간을 바라보는 계기를 선사할 것이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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