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설은 어떤 역할을 할까? [문학]

글 입력 2017.06.2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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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소설은 어떤 역할을 할까?”


  어릴 적의 필자에게 소설은 그저 ‘시간 죽이기’용 이었다. 집에 혼자 남았을 때면 꺼내 읽을 수 있는 놀이거리였다. 어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읽는 것보다는 스토리텔링을 읽으며 즐거워했고, 책 내용에 내 상상을 덧붙여 보며 소설에 대한 흥미를 키워 나갔다.


  그런데 어느덧 머리가 제법 크면서, 소설은 단순히 ‘시간 죽이기’용 장난감으로는 너무 커다란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너무 담고 있는 내용이 많았고,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보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현실에 대한 비판’인가 했으나 그보다 더 고차원적이었고, ‘위로’인가 했으나 그보다는 더 폭넓게 봐야했다. 그러다 정식으로 소설은 무엇을 하는가에 대해 내 자신의 결론을 내린 것은 고등학교 시절, 문학 시간이었다. 굳이 나 혼자 내렸다고 보기에 어렵고, 그렇다고 누가 콕 찍어준 것도 아니다. 다만 고등학교 시절 문학에 대한 꿈을 키우며, 배운 것들을 조립하여 세워낸 일종의 기념비적인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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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의 기능을 간추리자면 두 가지로 나누어 말 해보겠다. 첫째, ‘인간에 대한 탐구’를 담는다. 소설은 오랜 시간 동안 어느 장르의 소설이든 간에 인간에 대한 탐구, 인간성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아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작가의 인간성에 대한 연구물은 독자들에게 전달되어 읽히고 새로운 생각을 증폭시킨다. 예를 들어,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들 수 있겠다. 인간이 가진 ‘이중적인 모습’, 구체적으로 자유와 구속, 육체와 영혼, 그리고 전체적인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두 여자, 사비나와 테레사에게 투입시켜 그려낸 것이다. 독자는 이 책을 읽고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기도 하고, 인간의 존재는 어떠한가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한다. 소설은 이렇듯 인간에 대한 탐구의 결과물이며, 또 다른 탐구를 촉발시키는 촉진제 기능을 한다.


  둘째, ‘존재에 대한 위로’를 준다. 어쩌면 인간 자체에 대한 위로일 수도 있고, 사회 부조리의 존재에 대한 위로일 수도 있다. 사소한 일상에 대한 위로일 수도 있고, 유형은 얼마든지 많다. 위로의 방식도 다양하다. 주인공 한 사람에 초점을 둬, 그 사람의 행동에 따라 대리만족을 느끼며 위로를 받는 방식, 혹은 사회 전체에 초점을 두어 부조리를 그려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는 방식, 혹은 소설을 독자가 싫어하고 슬퍼할 방향으로 이끌어내면서 독자의 ‘화’를 통해 우울함을 정화하는 방식 등이 있다. 또 어느 쪽도 없이 사소하고 기분 좋은 이야깃거리를 꺼내어 우리를 다독이는 경우도 있다. 어느 방식이든 간에 이 모든 존재에 대해 위로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자기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사소한 일들의 공감하며 위로 받기도 하고, 또 비극에 울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위로를 받는 것이다. 이처럼 소설은 다양한 것에 초점을 맞춰 독자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위로하게 한다.
 

  하지만 어떻게 소설이라는 넓은 장르의 기능을 단 두 가지로 규정할 수 있을까? 소설로 얻어가는 것이 많은 만큼, 이보다 더 많은 기능, 더 많은 역할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소설은 본인에게 어떤 역할을 했는지 되돌아보면 유의미하겠다. 더 나아가 소설을 포함한 문학은 얼마나 우리에게 큰 기능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도.


[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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