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큐를 통해 돌아보는 지금의 시대 [문학]

글 입력 2017.06.25 12:3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jpg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실수를 했을 때, 혹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것에 대처하는 자신만의 습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조금 비겁한 방법이지만 책임을 회피한다든지,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등의 습관이다. 아큐정전에서 아큐는 수많은 모욕과 멸시를 당하지만, 이를 모두 이겨내 버리는 독특한 정신 승리법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방법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아큐는 자신이 처한 시대적 상황이나 남의 심리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는 중국의 날품팔이꾼이다. 그는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특정한 그의 방법으로 이를 무마하려고 하는데, 그 중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패배 후’의 승리법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괴롭힘과 모욕을 당한 뒤 사람들이 가 버리면 혼잣말로 자신을 달레곤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두들겨 맞고 난 뒤에는 자신이 아이들에게 맞은 것뿐이라며 세상이 말세라며, 세상을 한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아큐는 자기 비하와 자기 경멸을 한다. 아큐의 자기 합리화를 알아차린 사람들이 그를 더욱 멸시하며 괴롭히자, 그는 자기 자신을 버러지라 부르며 비하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없어진 후에야 자신이 자기 비하의 1인자라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아큐는 또한 정말 비굴하게도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약자에게는 강한 척 하며 자신을 합리화한다. 예를 들어, 아큐가 두 번의 심한 모욕을 당한 뒤 비구니를 만나고 자신의 나쁜 운수를 모두 다 비구니의 탓으로 돌린다. 그리고 그녀에게 무례한 행동을 범하며 놀리고 조롱하며 승리감을 맛본다. 마치 그를 괴롭히는 사람에게 통쾌한 복수를 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으며 상쾌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아큐의 부정적인 모습을 통해 작가 루쉰은 중국의 근대화 과정 중 혼란스러워하던 중국인들을 계몽하고자 하였다. 당시 중국은 매우 혼란한 시기였으며, 잇따른 혁명의 실패로 몰락해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부정확한 현실 인식과 자기기만, 노예근성 등은 당시 중국 국민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성이었으며, 작가는 이 글을 통해 그들의 모습을 고발하고 이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물질만능주의, 이기주의는 이제 너무도 보편적인 단어가 되어 버린 지금의 시대. 지금과 같은 시대에 어떤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타협하며 자기 자신마저도 기만하는 것이다.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자신만의 생각을 확립하지 않은 채 그저 세상의 흐름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큐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사람들을 되돌아볼 때, 아큐정전에서 아큐는 마치 우리에게 현재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풍자하는 역할이 아닐까 싶다.


[김현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