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리스의 여인들, 안티고네

글 입력 2017.06.2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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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여인들, 안티고네


  영문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가지지 않은 채 들었던 영미희곡 강의시간에 텍스트로나마 안티고네를 읽었던 적이 있다. 그렇게 텍스트로, 상상속의 무대로 어렴풋이 나에게 남아있던 ‘안티고네’를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무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다. 비교적 큰 무대에서 클래식공연이나 오페라를 주로 보던 나에게,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소극장이었다. 배우의 표정 하나하나와 숨소리까지도 다 들릴 것 같은 그 무대에서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들려주는 에우리디케의 독백으로 극이 시작되었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을 소개하는 말 중 ‘시적-음악적 화법’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연극을 보았다. 인물들의 짤막한 소개에 이어 안티고네와 동생 이스메네는 각각 무대의 양 편에 서서 대화를 주고받는다. 두 인물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심지어는 침묵하는 순간까지도 리듬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졌다. 대사가 짧아질수록, 주고받는 타이밍이 짧아질수록, 목소리가 커질수록 점점 긴장을 만들어내다가도 이내 찾아오는 침묵, 혹은 낮은 음성의 긴 독백이 이어져 다시 그 긴장을 이완시킨다. 고개를 돌리거나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하는 인물들의 움직임이나 책상을 치는 소리 하나하나까지도 템포와 타이밍, 그리고 셈여림이 존재한다고 느껴졌다. 인물들은 뒤편에 서서 담담하게 허밍으로 노래하기도 한다. 그렇게 목소리가 악기가 되고 대사는 가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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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도 있었다. 갈등이 극에 달하여 클라이막스로 치고 올라가는 순간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유머들 때문에 약간은 그 흐름이 깨졌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짧은 러닝타임 때문인지 떨어지는 연관성 때문인지 작품의 부분 부분만 떼어놓은 예고편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고전작품을 현대적으로 각색되어 색다름을 느꼈다. 다만 기존에 안티고네이야기, 혹은 오이디푸스 이야기에 대해 잘 모르는 관객이었다면 확실히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개성 있고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이었기에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극을 또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또다시 찾아가고 싶게 하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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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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