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상처를 다르게 바라보기, '내가 상처받는 이유'

글 입력 2017.06.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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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즐겁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영화의 은유적인 장치는 둘째 치고, 영화가 기본적으로 주는 메시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항상 긍정, 기쁨, 행복만을 추구하고 현대인들에게 그럴 것을 권장하는 사회에 ‘슬픔’이라는 반대되는 감정을 긍정, 기쁨 못지 않은 긍정적인 가치로 내세웠기에, 영화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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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영화에서도, 영화 내내 기쁨이는, 그리고 기쁨이를 비롯한 다른 감정들은 슬픔이를 부정적인 존재로 생각한다. 주인공 라일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슬프게 만드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이 전개되며 ‘슬픔’이란 감정이 억제되자 라일리는 기뻐지긴 커녕 오히려 더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그리고 영화가 후반부로 접어들며, 라일리의 그러한 파국의 삶은 결국 ‘슬픔’이라는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며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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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씨의 책 ‘내가 상처받는 이유’를 읽으며,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며 느꼈던 그런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우리는 종종, 아니 매우 자주, 행복, 긍정, 기쁨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와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슬픔, 우울 등의 감정을 억압하고, 숨기려 한다 나는 행복해야 할 것 같고, 조금이라도 슬프거나, 눈물이 나거나 싶으면 괜히 행복하지 않은 인생, 잘못된 인생을 사는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우리가 상처 받는 이유는 우리의 감정을 억누르게 되면서 마음 깊숙히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발하는 감정과 머리 속의 생각이 충돌하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해야 한다’라는 당위와 자연스런 마음이 반할 때에서 발하는 상처.



슬플 때는 슬퍼야 하고 외로울 때는 충분히 외로워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젖고 나서야 다니 터널에서 나올 힘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면 터널을 낭ㅘ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남겨 놓은 그 감정의 잔재를 찾아 너무 빠른 시간 안에 다시 터널을 찾아 들어 가게 되기 때문이비다. 이왕 터널 속에 들어왔으니, 어둠 속에서 촛불도 하나 켜고 못 부르는 노래도 불러 보며 그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겨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방법이 우울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은 사람은 아직까지 한 사람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기쁨과 슬픔은 감정의 대척점에 있는게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기쁨이 있기에 슬픔이 있는 것이고, 슬픔이 있기에 기쁨도 있는 것이다. 감정의 기복 없이 살아간다면, 그것을 과연 기쁨이라 할 수 있을까. 결국 우리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기에, 상호 보완적으로 기쁨이라는 감정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그는 그 감정을 여실히 느끼는 것이라 말할 수 없다.



한 가지 사물도 이쪽에서 바라보는 것과 저쪽에서 바라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형태를 보여줍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어떤 방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참 많이 달라집니다. .. (중략) 바라보는 방향을 바꾸어 볼 용기가 필요합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사고를 취할 용기를 내야 합니다. 용기를 내는 사람에게 변화가 올 것이고, 그 변화는 나를 성장하고 발전하게 해 줄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고 불안에 대한 관점도 바꾸고 불안을 즐기며 살아보세요. 내가 불안의 주인입니다.



결국 내가 상처받는 이유는, 나 자신 때문이 아니었을까. 외부의 환경에 대응하여 자연스럽게 발한 감정을 부정적이라 여겨 애써 무시했기에 받는 상처가 아니었을까. 그것을 '상처', 곧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잠시 그 감정에 젖어보기도 하는 것이 내 삶을 온전히, 나로서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책에 대하여


1. 치유의 여정-경험의 내러티브
2. 긍정적 멜랑콜리
3. 철학의 실존
4. 불안의 미학
5. 스트레스와 알고리즘
6. 감정에 대한 성찰
7. 용기의 심리학
8. 관점의 진화
9. 관계의 인문학
10. 영혼의 위탁


총 10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챕터는 또 짧은 글 여러 개로 이루어져 있어, 가볍게 읽기 좋다. 물론 내용이 주는 무게는 가볍지 않으나, 짧은 글 하나 하나를 읽다 보면 내가 가진 불안과 슬픔, 두려움 등의 감정들이 부정적인 것만이 아닌 나를 이루는 실존적 현상임을 깨닫게 되고 본인의 감정에 푹 젖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김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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