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극단 떼아르뜨 봄날의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

글 입력 2017.06.2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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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극단 떼아르뜨 봄날


 "극단 떼아르뜨 봄날"의 연극은 기억 속에 유쾌하게 남아있습니다. 이 극단을 처음 만난 것은 연극 "심청"을 통해서 였는데요. 우리가 아는 심청이 아니라, 젊은 처녀를 제물로 넘기는 일을 하는 선주의 죽음에 관한 연극이었습니다. 죽음이라면 무겁고 진지해보이는데, 이 극단은 그런 소재도 중간에 개그를 넣어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더군요. 단지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기보단 웃음과 슬픔으로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연극. 그런 극단 떼아르뜨 봄날에 대한 인상으로 인하여 이번 연극도 많은 기대를 하고 극장을 찾았습니다. 지난번에 봤던 배우들을 몇 명 볼 수 있었는데 여전히 연기가 훌륭하더군요.



안티고네의 기본적인 플롯


 이번에 제가 본 연극은 "안티고네"입니다. 그리스의 비극이지요. 전체적인 플롯은 다음과 같습니다. 테바이의 왕 오이디푸스가 죽자 아들 에테오클레스가 왕위를 차지합니다. 쌍둥이 형제 폴레네이케스는 외국으로 망명하고 외국군과 함께 동생을 공격해요. 일으켰고 둘은 전투를 벌이다 함께 죽고 맙니다. 새로 왕이 된 외숙부 크레온은 반란자라는 이유로 조카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를 들판에 버리고 매장을 금지시킵니다. 그의 동생이자 오이디푸스의 맏딸 안티고네는 크레온의 명을 거역하고 오빠의 시신에 흙으로 덮어버립니다. 그녀에겐 인륜이 독자재의 율법보다 더 중요한 도덕적 가치였어요. 크레온은 왕권을 내세워 안티고네를 벌하지만 도리를 지키려 한 그녀보다 더 끔찍한 비극을 맞게 됩니다. 안티고네는 동굴에 갇히고 아무것도 먹을 수 없게 됩니다. 크레온의 하나뿐인 아들이 안티고네를 구하러갔다가 안티고네가 목을 매어 죽은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보고 자결하게 됩니다. 죄책감으로 인하여 크레온의 왕비 역시 자결합니다. 크레온의 율법적인 태도와 형벌은 오히려 자신을 비극으로 몰아간 셈입니다.



비극과 비극의 쾌, 카타르시스


 이런 비극은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줍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감정을 "비극의 쾌(즐거움)"라고 했구요. 이런 비극의 쾌는 눈물로 감정을 배설시킵니다.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고 이야기 속의 남의 일이기에 거리를 두고 볼 수 있구요.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이런 카타르시스는 우리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하고, 잘 만들어진 비극은 자신에 대한 반성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그에게 예술은 감정으로 인간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알게하는 매개체이지요. 플라톤과는 정확히 반대되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비극에서 무엇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인륜이라는 도덕이 먼저인가, 율법이 먼저인가?


 인륜이라는 도덕이 더 먼저인가, 율법이 더 먼저일까. 작품의 초반은 이런 의문을 감상자들에게 안겨줍니다. 안티고네의 입장에서, 폴리네이케스는 반역을 저질렀지만 그럼에도 장례식은 치뤄줘야하는 혈육입니다. 하지만 크레온은 자신이 왕으로서 세우는 권위와 형법이 더 중요한 사람으로,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흙으로 덮는 것조차 금하는데요. 안티고네는 인륜을 위해서 시신을 흙으로 덮고 형벌을 받습니다. 극의 초반부에 안티고네는 동생과 말다툼을 벌이는데, 이 과정에서 죽음보다 인륜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안티고네의 모습은 조금 극단적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권력의 정점에서, 비극의 나락으로


 크레온은 꽤 오만한 모습을 보이는데, 자신이 안티고네에게 내린 형벌로 일어날 저주를 예언하는 사람을 실컷 비웃거든요. 안티고네에게 내린 형벌도 절대 취하하지 않구요. 반성과 고뇌보다도 자신의 아집을 내세우던 크레온은 자신의 아들이, 자신의 사랑하는 왕비가 자결하는 모습을 보고 그 때서야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최후를 맞이하여 괴로워하는 크레온. 다만 아쉬웠던 점은 왜 그랬냐는 질타에 "내 목소리를 들어주었으면 했어..."라는 식의 대사였는데요. 비극의 개연성을 약화시킨다는 인상을 주었거든요. 크레온이 왜 그렇게 냉정하고 무자비했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개연성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극단 떼아르뜨의 연극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가서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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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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