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배수의 고도' 관객과의 대화 (7월 1일)

글 입력 2014.07.0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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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문극장 2014 : 불신시대] 마지막 작품인 <배수의 고도>는 3.11 동일본 대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다룬 연극이다. 필자는 이전에 두산아트센터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에 대한 신뢰가 크기에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연극을 보러 갔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에서 일어난 이 비극이 비단 먼 나라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공연을 예매했다.
 
필자가 공연을 보러 갔던 날에는 운이 좋았는지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이날은 김재엽 연출과 나카츠루 아키히토 원작 작가 겸 연출, 이홍이 드라마터그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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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재엽 연출이 나카츠루 아키히토 원작 작가 겸 연출에게
 
Q. 연극을 구상하게 된 과정
 
≫ 2011년 3월 11일에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습니다. 그 대지진이 일어난 뒤에 실제로 이시노마키로 자원봉사를 하러 갔습니다. 그곳에서 실제로 통조림 사건도 일어났고 그밖에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현지 사람들이나 방송국 사람들, 자원봉사자들을 만나면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Q. 작품을 집필했던 상황과 과정
 
≫ 먼저 쓰나미가 있었고 그 뒤에 방사능 문제가 터졌는데, 그걸 쓴다는 게 사실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아마 일본인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는데요, 대부분의 일본 작가들은 좀 더 시간이 지난 다음에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온 이후에 이런 테마를 건드려봐야겠다고 생각한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굉장히 일이 진행된 상황에서 이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난 다음에 어느 정도 결과를 보고 쓰면 좀 더 정확하면서도 총괄적인 시선에서 작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그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이나 심정, 아픔이나 괴로움, 고통이라든지 그런 생생한 느낌들을 잃게 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미래에 이 일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얘기하거나 정확한 정답을 제시하는 것보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좀 더 담아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2. 관객이 나카츠루 아키히토 원작 작가 겸 연출에게
 
Q. 일본에서 공연했을 때랑 오늘 보셨을 때랑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 먼저 배우분들이 열연해주셔서 그 부분에서 굉장히 공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김재엽 연출님의 아주 스마트한 연출에 감사를 표합니다. 사실 일본에서 했을 때는 더 리얼한 무대였습니다. 그런데 한국 무대 같은 경우에는 좀 더 추상적이어서 사람들의 움직임이나 어떤 장면을 어떻게 하는지 보다 명확하게 보였던 거 같습니다. 아마도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건 배우분들의 감성적인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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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실제로 일본 국민들이 위험성을 얼마나 실감하고 있나요?
 
≫ 일본의 특징이라고 말씀드려도 되는지 모르겠는데요, 사실 대부분 일본인들은 이런 사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마음속에 담은 채로 살아가는 건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망각이라고 할까요, 잊는다거나 기분을 전환시키는 등 그런 식으로 약간 현실에서 벗어나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방침도 그쪽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도 영향이 있다 생각합니다. 연극이란 것은 시민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 경제와 같은 문제랑 예술은 대등한 관계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치의 입장이나 경제의 입장과 떨어져서 연극 예술만의 입장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분들도 그렇게 다른 입장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기업이나 재무성의 입장에서 재무정책 방향은 실제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모델로 하셨는지, 또 거기서 어떤 점이나 사건을 보고 경각심을 느껴서 적용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먼저 맨 처음에 나온 코모토의 독백은 실제로 일었던 일을 그대로 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외의 것은 창작인 부분도 있지만 사실을 그대로 쓴 부분도 있습니다. 히노시에서 히노 자동차가 나간다는 얘기는 사실이지만 토요타 같은 경우는 소문을 참고했습니다. 그리고 이시노마키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기본적으로 창작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악운이 강하다는 말이 있는데요, 나쁜 쪽으로 잘 흘러가는 걸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런 쪽으로 쓰는 게 인간의 본질이나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 보다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2막 부분은 창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사실 2막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그 점이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Q. 공연을 보고나서 얘기할 때 가장 의견이 갈린 부분이 극한의 상황에서 노자키씨와 유우가 했던 일에 대한 공감 여부였어요. 어쨌든 저희는 아직까지는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많지 않기에 상상할 수밖에 없는데, 작가님은 어떤 생각을 하시고 그 부분을 넣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먼저 노자키의 그 에피소드는 창작입니다. 그렇지만 충분히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얘기를 들었던 건 있습니다. 임신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이시노마키를 배경으로 한 이 장면은 인간이 비상상태에 가치관이나 인간스러움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가에 대해 쓴 장면이거든요. 물론 인간은 누구나 아름답게 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내가 원하는 만큼 돈을 가지지 못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그런 일들이 많이 있잖아요. 또 예를 들어서 사랑이라는 형태가 결혼이 행복한 결말이라고 친다면 작가로서는 불륜이라든가 나쁜 쪽으로 생각해보는 게 작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누가 살인을 했다고 치면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람이 미쳤다고 생각하겠죠. 그렇지만 인간을 그리는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좀 더 정확하게 그 사람의 심정, 김정을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왜 사람이 나쁜 일을 하는지, 나는 좋은 일을 하려고 했는데 그게 실패하거나 혹은 내가 하는 일이 다 나쁜 행위가 되는 일 등을 보는 게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결말이 나는 일반적인 작품과는 반대로 나쁜 면을 보는 게 끌린다고 할까요, 그런 면이 있는 거 같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인간의 본질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Q. 공연을 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궁금하고요, 연출님이 자막으로 얘기하셨지만 지금 한국에서도 원전이나 밀양 같은 이슈들이 있어서 시의성이 큰 작품처럼 느껴졌는데, 이런 작품을 한국에서 막상 창작하기엔 어려울 거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연극 작업 환경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 먼저 감사한 일인데요, 최근 몇 년 동안 나라에서 지원금을 받고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선 이런 작품을 쓰겠다고 기획서를 쓰는데요, 거기에 이만큼 내용이 들어간다는 것까지는 사실 쓰지 않습니다. 즉 나카츠루 아키히토라는 작가는 어느 정도 이러한 퀄리티의 작품을 쓰겠다는 담보로 지원 받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그 담보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씁니다. 그리고 민감한 테마라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이걸 쓰는 것은 개인의 자유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극작가 같은 경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이런 걸 잘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걸 보기 싫으니까 외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감사한 일인데요, 일본에서 이 작품으로 상을 많이 탔습니다. 그건 아마 저희 극단이 예술이란 이래야 한다, 예술은 이런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걸 계속 주장해왔기에 얻어지는 하나의 수확이라 생각합니다.
 
Q. 연출님이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이 작품을 선보일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쓰셨을 부분이 어딘지 궁금합니다.
 
(김재엽 연출) 처음에 이 작품을 다큐멘터리적인 관점에서 본 거 같아요.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다큐멘터리로 흉내 내는 건 잘못 생각한 거 같고 좀 더 보편적인 내용으로 끌어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또 1막을 일본처럼 하는 건 우리에게 별로 의미 없지 않을까 해서 대부분 조금 어레인지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러니까 일본의 특수성에 대한 얘기들보다는 좀 더 보편화시킬 수 있는 코드를 보다 많이 넣었는데, 국가 기관이 가지고 있는 무책임한 부분이나 자연 재해처럼 보이지만 인재에 가까운 일들, 사람들의 일종의 실수들, 불성실한 부분들 같은 것들을 부각시킬 방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한테도 너무 안 좋은 일이 계속해서 상반기에 생겨난 바람에 1막에서의 보편적인 감정들을 관객들이 빨리 체감해버렸어요. 일본이라는 거리감이 아예 사라질 정도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저희들도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거 같아요. 공연도 중간에 제가 했던 공연에 비해서 덜 본 편인데, 작품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조금 버렸어요. 잘 만드는 건 의미가 별로 없는 거 같고 거꾸로 얼마나 더 진실할 수 있을까, 양심적으로 연기를 잘하자, 작품을 그럴 듯하게 보이자는 건 거짓말 같아서 가장 솔직하고 성실하고 진실할 수 있는 순간들을 계속 관객들에게 어필하자,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는 리듬이니 템포니 연출 같은 걸 별로 계산하지 않기로 했어요. 배우들에게도 그때 느끼는 솔직함만큼만 하자, 너무 오버하지 말자 해서 매일 조금 달라도 되니까 그 순간에 진실성이 약간이라고 있어야 한다고 했고, 감동을 주고 교감을 하기 위해 지금 우리 관객들에게 얼마나 다가갈 수 있느냐 쪽으로 연출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2막을 보면 작가 선생님도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하다 보니까 1막과 2막의 성격이 좀 많이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1막에서는 우리가 느끼도록 한다면 2막은 느끼기보다는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그래도 일본 사회보다는 조금 더 다이나믹해서 최소한 리본을 달거나 촛불 정돈 들 수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동시대 관객에게 정서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에서 2막 자체가 어필할 수 있는가가 저희의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마지막에 우리 원전에 대한 얘기도 사실은 조금 하고 싶었던 거고요. 그리고 작가 선생님의 글이 그때 당시 고민을 많이 했고 발로 뛰면서 쓴 글이기에 최대한 존중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공존할 수 있는 원 텍스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을 그대로 믿으면서 동시대 우리 관객들에게 조금 더 부각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마치며
 
"연출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1막 부분은 느끼는 연극이고 2막 부분은 생각하는 연극인데요, 어떤 본질이라고 말해도 될까요?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부분을 잘 읽어주신 거 같아서 먼저 감사드리고 관객분들의 반응을 보니까 거의 일본이랑 차이가 없을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바라봐주시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감사하게 느끼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박은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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