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바닥없는 물에서 열심히 헤엄치는 우리들의 이야기.
글 입력 2017.06.22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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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두 팔을 휘저어 나아가 거예요. 헤엄쳐야지 별수 있나요, 어쩌면 세상은 그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
 
바닥없는 물에서 열심히 헤엄치는 우리들의 이야기. [아가미]
 
어렸을 적 아이들에게서 소소한 이슈였던 것은 바로 움직이는 귀였습니다. 움직일 수 있는 아이는 드물었고 그 아이를 둘러싼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들은 그를 신기한 눈으로 관찰하곤 했죠.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 라는 사실을 이해하기까지는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당시 아이들은 신기한 것을 넘어 징그러워하거나, 인상을 찌푸리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귀를 움직였을 뿐인데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공공연하게 거부 받는 현실 속, 사람의 몸에 아가미가 있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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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곤은 귀 뒤에 아가미가 있습니다. 생긴 이유도, 배경도 없지만 자신을 버리고 나가버린 엄마와 자신을 데리고 동반자살을 하려던 아버지 밑에서 그는 계속해서 그 작은 아가미로 숨 쉬듯 자신의 외로움을 토해냅니다. 아이는 아가미만 달렸을 뿐 여느 아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기였을 때 폭우로 침수된 집안에서 놀래 달려온 아빠를 보며 물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꿈뻑꿈뻑 눈을 깜빡이던 곤은 아가미만 있을 뿐 순박한 어린소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아가미에 계속 고통 받는 곤. 새로운 가족이 생겨도 비뚤어진 애정에 비롯된 폭력으로 곤은 계속 상처받습니다. 끊임없이 주변사람의 죽음을 맞이하고 또 혼자남아 살아가는 곤은 작은 세숫대야 안에서 물장구를 치며 외로움을 달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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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명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곤이 구해준 그녀, 어머니의 병수발과 회사일에 치여 하루하루 버티다가 곤을 만나고 삶의 한 빛을 발견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곤을 찾아 곤의 이야기를 찾아서 헤매며 곤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받아드릴 때, 그녀는 아가미가 아닌 곤의 끊임없이 헤엄쳐가는 모습에 집중합니다.
 
숨 막히는 현실 속에서 간신히 입이 아닌 아가미로 숨을 토해내는 곤의 모습이, 마치 바닥없는 물에서 계속해서 헤엄쳐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지 않나요?
 
남들과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드릴 때, 그런 자신의 상처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때 겪을 수 있고 외롭지만 함께 있음에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아가미].
 
   
[이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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