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장 아름다운 봄을 이야기하다 < 4월 이야기 >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6.22 19: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가장 아름다운 봄을 이야기하다

계절마다 떠오르는 영화가 있기 마련이다. 여름이 되면 < 시간을 달리는 소녀 >를 떠올린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여름의 더위에 주눅 들지 않는다. 무더위의 불쾌함을 느낄 틈 없이 여름과 청춘을 향한 그 싱그러운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여름이란 사실 청량한 계절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곤 한다. 가을은 위대한 배우 알 파치노와 < 여인의 향기 >를 떠올리게 하고, 겨울은 < 러브 레터 >의 오타루를 우리의 버킷 리스트에 담게 한다. 며칠 남지 않은 4월, 가장 아름다운 봄을 담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 4월 이야기 > 없이 이 글은 완성될 수 없을 것이다.

영화가 개봉한지 약 20년이 지났다. 나는 아직 이 영화처럼 봄의 아름다움과 스무살의 설렘을 훌륭하게 묘사한 영화를 알지 못한다. 내게 봄과 4월은 언제나 < 4월 이야기 >로 기억된다. 영화의 배경이 ‘4월’인 것은 일본의 개학이 4월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본의 개학이 우리처럼 3월이 아닌 4월인 것에 감사한다. 겨울을 지나며 우리가 기다린 봄은 4월은 되어야 조금씩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월의 날씨는 봄이라기보다 늦은 겨울의 것에 가깝다. 우리가 기억하는 따스함과 충만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4월까지의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다. 

< 4월 이야기 >는 일본 국민 배우 마츠 다카코의 첫 주연작이다. 그녀는 영화 촬영 당시 실제로 10대의 마지막을 지나고 있었다. 이와이 슌지는 그의 영화에 그녀를 캐스팅한 것은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평소 그녀의 이미지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그의 선택이 얼마나 훌륭한 것이었는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영화 속 그녀의 연기를 통해 그때의 4월을 완벽하게 경험하고, 추억한다.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설렜던 그 아름다운 4월을 그녀보다 훌륭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다카코의 연기도 일품이지만 그녀의 캐스팅을 시작으로 이 모든 감정을 조율한 감독의 역량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는 아마 감독 본인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이와이 슌지는 영화 속 우즈키처럼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린 나이에 혼자서 생활 전부를 책임져야 했던 그는 스스로를 아주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순정만화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자신의 학창시절을 얼마나 멋지게 생각하고 있는지 우리는 영화의 오프닝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경험을 통해 타인에게 감동을 느끼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대다수가 경험하는 평범한 이야기일 때는 더욱 그렇다. 이와이 슌지는 모두를 관통하는 평범한 이야기로 이 위대한 작업을 해냈다. 모두가 대학생활을 타지에서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모두 각자의 스무 살이 있었고, 스무 살의 봄이란 어떤 것인지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영화는 기억 속 그때의 봄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움을 놓지 않는다. 벚꽃과 함께 어설프게 이사를 돕던 오프닝 씬부터 영화관 변태(우즈키의 시선)를 피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씬, 동아리 사람들과 플라잉 낚시를 하는 씬, 서점 앞에서 선배가 우산을 골라주는 씬까지. 영화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고를 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답게 연출되어 있다. 그리고 영화의 아름다움에 한껏 빠져들 때쯤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마치 봄처럼, 가장 아름다울 때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 4월 이야기 >가 더 아름다운 것은 그 아름다움이 봄을 닮았기 때문이다. 시종일관 아름다움을 뽐내다 예고 없이 사라지는 봄을 닮았기 때문이다. 짧은 러닝 타임이 아쉽기도 하지만, 봄이란 어떤 속성을 가진 것인지 아름다운 봄을 경험한 우리는 모두 알고 있기에 아쉬움을 이해할 수 있다.  

영화가 개봉한지 약 20년이 흘렀다. 나는 아직 이 영화만큼 아름다운 봄을 알지 못한다.


1212.jpg
 < 출처: 4월 이야기 스틸컷 >


[김우식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