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시 듣고 싶은 이름을 확인할 때 <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6.2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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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고 싶은 이름을 확인할 때


그렇게 멋진 이별을 한 뒤에, 다시 시작 할 수 있을까. 여전히 달릴 수 있을까. <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은 여러 이유에서 기다려지는 영화였다. 기대됐다기보다 기다려졌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더 이상 브라이언 오코너를 볼 수 없는 시리즈가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끌고 나갈 것인지 그게 가능은 한 것인지 나는 궁금했다. 영화를 보니 가능은 했던 모양이다.

2013년 11월 30일, 폴 워커가 세상을 떠났다. 지인이 운전한 자신의 포르쉐를 타고 가던 중 일어난 참변이었다. 영화의 개봉은 지연됐고, 그의 동생 코디 워커가 분장과 CG의 도움을 얻어 추가촬영을 마친 덕에 영화는 완성될 수 있었다. 영화 같은 그의 마지막 때문이었을까. <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은 역대 월드 와이드 흥행 5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많은 이들이 스크린 속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브라이언 오코너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 위해 모인 이들에게 영화의 엔딩은 그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하나의 선물 같았다. 누군가에게는 < 분노의 질주 >의 전부였을 그를 영화는 그들의 속도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천천히 멈추지 않을 것 같은 레이싱으로 브라이언 오코너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 분노의 질주 > 시리즈는 후속편을 거듭할수록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때 보여주려던 것들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모습이다. 롭 코헨, 존 싱글톤이 감독했던 1, 2편이 스트리트 레이싱을 보여주는 것에 주 목적을 두었다면 저스틴 린이 감독을 맡은 이후부터는 시리즈의 방향성을 액션 블록버스터로 정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듯 보인다. 그들의 레이싱은 목적에서 수단으로 변질되었고,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며 레이싱을 즐기던 이들은 이제 탱크와 싸우고, 차를 타고 스카이다이빙을 하며 이번에 개봉한 < 더 익스트림 >에서는 잠수함을 상대로 얼음 위에서 술래잡기까지 벌인다.

< 분노의 질주 1 >에서 트럭을 터는 친구를 교화시키겠다고 달리는 차에서 트럭으로 몸을 날렸던 브라이언은 < 분노의 질주 4: 더 오리지널 >에서 그 소중한 친구가 감옥에 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호송 중인 버스를 엎어버리고, 덕분에 친구와의 깊은 우애와 국제적 범죄자라는 신분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 분노의 질주 >의 새로운 방향이 시작됐다.
 
영화는 이전보다 화려해졌다. 불법 개조한 카 레이싱을 보여주던 것에서 탱크와 헬기가 등장하고, 폭주족들은 이제 비밀 첩보원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분명 더 흥미로울 법도 하다. 그런데 영 개운치가 않다. 그것은 이 시리즈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 ‘차’라는 소재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관객은 < 분노의 질주 >를 통해 다른 시리즈에서 볼 수 없는 것을 원한다. 다른 시리즈와 차별된 자동차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원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자동차 액션이라는 단어를 통해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모두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어지는 글은 시리즈 초반의 스트리트 레이싱을 그리워하는 한 팬의 푸념이다.

< 분노의 질주 > 시리즈의 처음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팬으로서 브라이언의 부재와 함께 점점 산으로 가는 듯 보이는 영화의 방향은 아쉬웠다. 몸집만 커지고, 속은 텅 비어가는 후속편들에 지쳐가고 있었다. 세계 평화를 뒷골목 폭주족에게 맡겨야 하는 한심한 세계관에서 벗어나 좀 더 납득할 수 있는 그들만의 이야기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써의 레이싱이 그리웠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에 걸었던 기대는 역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물론 < 분노의 질주 >가 지금의 모습을 통해 얻게 된 것은 명확하다. 관객이 늘었고, 그만큼 돈이 늘었다. 액션 블록버스터로써 영화의 새로운 방향이 잡혀가면서 이전에 < 분노의 질주 >를 찾은 적 없던 새로운 관객들도 익숙한 포맷의 시리즈 영화에 쉽게 발을 들였다. 영화의 본질에서 멀어질수록 많은 사람이 찾게 되는 아이러니 속에 <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은 65개국 박스오피스 1위라는 엄청난 기록과 함께 전 세계 수익 10억불을 돌파했다.
 
이 화려한 기록 앞에 개인의 아쉬움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은 여러 부분에서 아쉬움을 투덜대고 싶은 영화였다. 스트리트 레이싱으로써의 기능을 잃은 시리즈가 새로 선택한 방향은 새삼 의문을 갖게 했다. 액션 블록버스터로 소비하기에도 <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시리즈의 초창기 색에 대한 기대를 자제하고도 < 분노의 질주 8: 더 익스트림 >은 기다려졌던 영화였다. 브라이언 오코너를 볼 수 없는 첫 시리즈가 과연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우려스럽지만 궁금했다. < 더 세븐 >을 통해 멋지게 이별한 폴 워커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기를, 어렵겠지만 또 다른 주인공 도미닉 토레토와 시리즈의 다섯 번째 감독에게 기대했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을 바란 것일까. 컸던 기대만큼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새로운 감독과 함께 나타난 도미닉 토레토의 비밀은 당혹스러웠고, 당혹스러운 소재 앞에 지금까지의 캐릭터는 부정됐다. 도미닉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 이전의 그를 부정하게 될 때, 그것을 지켜보는 시리즈의 팬은 괴롭다.
 
영화는 화려한 액션을 실컷 자랑한 후에 나름의 반전 요소로 세계 평화와 우정을 지키고, 어느 정도 예상된 < 분노의 질주 >만의 엔딩으로 관객을 기다린다. 그런데 이 엔딩이 불평 많은 팬을 울컥하게 한다.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기다렸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코가 시큰해지는 것은 지금껏 시리즈를 이끈 그의 힘이다. < 분노의 질주 >에서 브라이언의 이름이 가지는 힘은 그가 없는 순간까지 위대했다.
폴(Paul) 워커를 추모하며 빈 디젤은 새로 태어난 그의 딸 이름을 폴린(Pauline)으로 지었다.

다시 보고 싶은, 위대한 친구를 기억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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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 스틸컷 >


[김우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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