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녕히, 안녕! 'PRODUCE 101'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6.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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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누군가에겐 주마등처럼 빨리 지나갔을 3개월이 끝났다. ‘국민’과 ‘프로듀서’의 결합이 주는 이질감도, 잘 부탁드린다며 아티스트가 화면을 통해 허리 숙여 인사하는 낯설음도 익숙해지려니 끝나버리는 아쉬움이었다.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하나의 상징과도 같은 악마의 편집논란은 여전했지만, 발표되는 신곡 모두가 음원차트를 줄 세울 만큼 매 회마다 이슈를 몰고 왔다는 점에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그간 금요일은 ‘불금’이 아니라 ‘프요일’이였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다 같이 울고 웃는 연습생들을 보면서 친구의 도전을 보듯 자연스럽게 마음을 다해 응원하게 되었었다.




그리고 지난 16일, 파노라마 같았던 시간을 뒤로한 채 최종 멤버 11명이 확정됐다. 멤버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불릴 이름도 정식으로 정해졌고, 밤낮없이 연습했을 ‘프로듀스101’에서의 마지막 무대도 선보였다. 휴면 계정을 찾아서 투표했다던 동기의 말을 들으며 ‘뭘 굳이 저렇게까지’하며 의아해했던 나도 까마득한 ‘슈퍼스타K1’이후 처음으로 문자 투표를 했고, 하다못해 새벽 한 시에게 오빠에게 투표해달라며 연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데뷔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간절했냐’ 스스로에게 질문한다면 좋아하는 사람이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똑같고, 그 상대가 연예인이냐, 아니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줄 수 있는 게 이 노래밖에 없다, 는 노래처럼 내가 줄 수 있는 건 이 한 표밖에 없다는 쓸데없는 아련함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그토록 궁금해 했던 데뷔조가 확정되자 사람들은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기뻐하고 슬퍼하며 감정을 공유했다. ‘데뷔길만 걷자’던 말이 실현된 연습생에게는 전해지지 않더라도 저마다의 축하를 해주었고, ‘프로듀스 101’에서 아쉽게 탈락한 연습생에게는 그들이 주저앉지 않도록 위로의 말을 건넸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과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분명 그들이 이번을 통해 배운 점은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얻지 못했을 것이다.


프듀.jpg


시즌1을 보지 않았던 내가 처음 ‘남자판 프듀’의 소식을 들었을 때 지난 인기에 등 입어서 우려먹는다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힘들어 하다가도 한 발짝 나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괜한 감정이입이 되었고, 10분의 1이라는 확률에 얽매이지 않고 몸소 행동하는 도전정신과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가는 어린 친구들의 모습은 나에게도 은근한 자극제로 작용했던 것도 같다. 그들이 데뷔확정 소식을 듣고 온몸으로 기뻐하고 환호할 수 있었던 까닭도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온전한 행복에서 나오는 그들의 표정을 보며 필자는 언제 그런 웃음을 지어보았는지 돌이켜 생각해봤다.)
 
투표 중간에 후보 공개에 따른 공정성과 모두를 지치게 만들었던 시간 끌기, 11시부터 약 3시까지 진행된 방송에도 의자 하나 주지 않던 부족한 배려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방송이 끝난 만큼 데뷔한 연습생에게는 그만큼의 축하와 관심을, 그렇지 못한 연습생에게는 꾸준한 애정을 보낸다면 2017년을 즐겁게 만들어주었던 추억을 예쁘게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그래서 모두가 웃으며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도록, 그리고 결국 그들이 바친 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나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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