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얼티밋 카운터테너

Music for a while 이 음악이 흐르는 잠시 동안
글 입력 2017.06.22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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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for a while 이 음악이 흐르는 잠시 동안
곱고도 강렬한 남성미, 바로크 음악의 순수.
얼티밋 카운터 테너
2017년 6월 9일 |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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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고 예쁜것이 강렬할 수 있을까?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감각의 완벽한 조화가 실제로 존재할까? 감히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바로크 음악을 통해 발산하는 카운터테너의 신비한 매력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예전에 이태리 유학파 출신 바리톤 선생님께 떼를 써서 노래를 하나 배운 적이 있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모차르트의 유명한’편지 이중창’이었는데 소프라노 둘이 메기고 받는 형식의 아름다운 노래다. 영화를 보고 그 부분에서 전율을 느낀 사람이 수도 없었을 것이다. 선망의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실제로 불러보니 이게 어마어마하게 높은 거다. 목에 핏대를 세우고 고생을 하는 나와 대조적으로 바리톤이신 선생님은 가성으로 너무나 아름답게 백작부인 파트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수준 차이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 순간 왠지 억울했다. 성량도 크고 호흡도 긴데 소리까지 이렇게 예쁘게 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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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리넬리' 포스터


카운터 테너는 남성이 가성으로 높게 부르는 것으로 보통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확히는 연습에 의해 가성을 두부 공명화하여 여성 음역까지 도달 할 수 있는 고유한 남성 음역을 말한다. 변성기를 거치고 연습을 통해 높은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영화 ‘파리넬리’에 나오는 카스트라토와는 다르다. 메조 소프라노 혹은 소프라노와 비슷한 음역이지만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보다 큰 폐활량을 이용하여 더욱 크고 강렬한 남성적인 다이내믹을 자랑할 수 있다.
선생님이 비록 고음 바리톤이었지만 ‘편지 이중창’을 앞으로 부를 일이 없듯이 현대의 카운터테너도 마찬가지다. 소프라노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니까. 카운터테너는 원래도 고유의 영역이 있었다. 20세기 들어와 뒤늦게 부활한 카운터테너의 전통에 카스트라토를 위한 배역이 더해져 더 풍부해졌을 뿐. 우리는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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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로부터 퍼셀, 비발디, 헨델

 
   지난 9일 세종솔로이스츠가 헨델, 비발디, 퍼셀의 현악 협주곡과 성악곡 협연으로 구성된 바로크 향연을 열었다. 손님으로는 두 명의 카운터테너를 한국 최초로 초대했다.

   미국인 데이비드 다니엘스는 3대 카운터테너의 한 사람으로 불리는 스타다. 브리튼과 같은 현대 오페라 영상물 주연은 거진 반 다니엘스 차지였다. 그만큼 레퍼토리가 다양하다. 이미 수많은 오페라 영상과 음반을 통해 만나보았지만 연주를 직접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실 이 공연을 보기로 한데는 다니엘스의 영향이 컸음을 고백한다. 무대의 그는 풍채가 좋고 수염 덥수룩한 인심 좋은 아저씨였다. 반면 가창은 아주 여성적이진 않으면서 힘 있고 기품이 넘쳤다. 세련된 무대 매너와 함께 남자 가수로선 어려운 멜리스마(한 음절에 복잡하게 음표를 달아 풍부하게 표현하는 기법)를 쉽사리 해내는 모습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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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대니얼스


    크리스토프 뒤모는 30대의 젊은 프랑스 카운터테너이다. 파격적인 연출을 하는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발군의 연기력과 노래 실력을 겸비한 보물이다. 헌칠한 키에  슬림한 미남으로, 영롱한 구슬처럼 쏘아 올리는 단단한 발성이 듣기 좋았다. 넓은 무대를 오가며 실감나는 연기로 바로크 오페라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 주었다. 사실은 영상에서처럼 텀블링을 하며 노래하는 것도 보고 싶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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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뒤모


2년 전 함께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함께 오른 이력이 있어서일까. 대조적인 음색의 두 사람이 부른 퍼셀 아리오단테 듀엣과 앵콜인 헨델의 타메를라노 듀엣은 조화로웠다. 역시 세상은 다양하기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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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솔로이스츠


   세종솔로이스츠는 줄리어드의 강효 교수가 설립한 현악오케스트라다. 올해로 23년째를 맞는 이 단체는 솔리스트들의 모임이라는 단체명 만큼 면면이 뛰어난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샤동 왕이라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악장이 되어 연주회를 이끌었다. 헨델의 콘체르토, 퍼셀의 샤콘느,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볼 수 있는 아주 귀한 무대였다. 샤동 왕은 홍콩 느와르 영화에서 본 동네 친구 같은 둥글둥글한 인상과 달리 대단한 비르투오소였다. 다니엘스의 노래와 바이올린의 멜로디를 위트있게 주고 받을 때는 대가들의 여유까지 느껴졌다.
 더불어 여성 연주자들은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 드레스를 입고 나와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뽐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바로크 공연에서 볼 거리 중 하나인 시대 악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목이 길고 현이 많은 류트족인 테오르보를 건반악기인 챔발로, 오르간과 함께 중앙에 배치하였다. 이들의 독특한 음색은 서양 시대극에 나오는 궁중 가수의 노래처럼 고아한 느낌을 풍겼기는 데 한 몫을 했다. 다만 세종솔로이스츠의 스트라디바리, 과르네리 같은 악기의 큰 음량 속에 묻혀서 소리가 전달되지 않아 안타까웠다. 마이크를 설치하여 음량차이를 극복하려한 노력은 엿보였으나 스피커에 가까운 좌석일 수록 챔발로 소리만 크게 들리는 왜곡이 있어 더 문제였다. 앞으로는 악기별 밸런스에 더 많은 고민을 해 주었으면 한다. 

   퍼셀의 ‘ Music for a while’을 부르는 뒤모의 목소리는 위로하는 듯 했다. 비극적인 운명으로 방랑하는 오이디푸스에게 ‘음악이 흐르는 잠시 동안’이라도 걱정과 근심을 잊기를 바란다며.
우리가 음악에 바라는 것도 이런 작은 순간이 아닐까한다. 순수하고 절묘한 아름다움이 현실의 번잡함을 잊고 평온으로 잠시라도 이끌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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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세종솔로이스츠 홈페이지, 구글 이미지


메트오페라 '줄리오 체자레' 대니얼스&뒤모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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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Handel Coronata di gigli e di rose, duet from Tamerlano (Daniels/Dumaux)


 


[박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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