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리스 스콜라스

2017년 5월 31일 | 엘지아트센터

 

   르네상스 시대 아카펠라 전문 연주 단체 탈리스 스콜라스가 13년만에 한국에서 단독 공연을 열었다.

영국 합창 음악의 선두 주자라 할 수 있는 탈리스 스콜라스는 지휘자인 피터 필립스가 1973년에 만들어 42년째 활동하고 있으며 2015년에 2000회 기념 공연을 한 바있는 유서 깊은 합창단이다.

   5월 31일 저녁, 음향 반사판을 세운 엘지 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것은 지휘자 피터 필립스를 제외하고는 단 10명의 단원들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순수한 폴리포니 무반주 화음은 넓은 공연장을 가득 채우고 넘쳤다.

  오로지 르네상스 음악만을 부르는 이들은 영국의 수많은 성당과 대학들을 기반으로 발전한 영국합창의 전통을 이어간다. 이름에 스콜라스가 붙는 이유도 원래 장학금을 받는 대학 합창단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1부에서는 단체 이름의 유래이기도 한 16세기 영국 작곡가 탈리스의 미사곡과 그 제자인 버드의 모테트를 불렀다.

영국 왕실은 개종 이후 로마 가톨릭을 억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드는 이에 저항하듯 가톨릭 음악 활동에 열정을 쏟았다. 선곡에서 영국 국교회의 가톨릭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음악을 통해 믿음을 구현하려한 선조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는 다소 낯선 영국풍의 수수하고 절제된 사운드에서 경건함과 엄숙함이 느껴졌다. 마치 신 앞에 선 낮은 인간의 모습처럼. 이들의 소리를 일컫는 옥스브리지 스타일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었다.

   2부는 몬테베르디, 로니, 팔레스트리나 같은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작곡가의 곡을 들려주었다. 이번에는 단원들은 사양치 않고 각자 화려한 기교를 펼쳐 보였다. 그러면서도 개개인이 튀지 않는 합창단의 미덕을 지켰다. 가장 놀라운 것은 모든 선율을 하나로 아우르는 절묘한 블랜딩일 것이다. 숨쉬듯 편안하게 음을 펼치고 묶는 데서 그들의 내공이 느껴졌다. 

   가장 완전한 악기라는 인간의 목소리라 한다. 수 많은 이탈리아 합창단을 제치고 탈리스 스콜라스가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의 <최후의 심판>복원 기념 연주에 선택이 되었는지 납득이 되는 순간이었다. 

   편안하고 잔잔한 미소로 연주를 이끌어 간 지휘자 노령의 피터 필립스도 르네상스 시대 연주에 목마른 한국 청중들의 열정적인 반응에 다소 흥분된 모습이었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소개한 앵콜곡은 올해로 탄생 450주년이 되는 몬테베르디의 칸타테 도미노(Cantate Domino)와 스페인 작곡가 토렌테스의 덜 알려진 곡 눙크 디미티스(Nunc dimittis)였다. 전통을 지켜가는 40년 뚝심과 함께 아직도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는 학구열을 느낄 수 있었다. 

   탈리스 스콜라스 다운 선곡이었다.

 

사진 제공 : 엘지아트센터

Vatican 1600 (Allegri's Miserere performed by the Tallis Schol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