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레퀴엠, 테 데움. 인간의 감정을 연주하다.

제 67회 서울오라토리오 정기 연주회
글 입력 2017.06.2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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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 브루크너
[레퀴엠, 테 데움]

- 서울오라트리오 제67회 정기연주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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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전

설레는 발걸음이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내가 연주회를, 그것도 예술의 전당에서 펼쳐지는 연주회를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해서 더욱 떨리는 마음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공연 시작 1시간 전에 표를 받고 난 후에 조금씩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클래식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도 있었지만, ‘레퀴엠’ 과 ‘테데움’ 모두 종교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불교를 믿고 있는 나로서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을 하며 시작 시간에 맞춰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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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QUIEM 레퀴엠

웅장한 선율이 흐르기 시작하자 공연장 안의 모든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악기들 그리고 합창단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죽은 이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작곡되었던 곡이라 그런지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다가오는 심판의 날에 대한 두려움, 공포로 인해 신에게 기대고 구원을 바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이 담겨있는 듯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2악장의 부분이 연주될 때가 제일 격한 감정이 표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아친다고 생각할 만큼 속도감 있는 연주로 심판의 날에 대한 인간의 공포가 눈앞에 그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진노의 날, 그 날이 오리라!


온 천지가 잿더미 되는 그 날
다윗과 시빌의 예언처럼,
온갖 행실을 엄중히 저울질하러
심판의 주가 당도하실 그때
그 얼마나 두려우랴!

- Dies irae




# TE DEUM 테 데움

레퀴엠 연주가 끝나고 15분간의 인터미션 후 테데움이 시작되었다. 레퀴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이어졌다. 레퀴엠이 죽은 이를 기리는 곡으로 무거운 분위기가 계속되었다면 신에 대한 찬양이 담겨있는 테데움은 좀 더 밝고 경쾌한 느낌이었다. 1부보다 늘어난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웅장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테데움에서는 3번째 곡 ‘Aeterna fac cum Sanctis tuis’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수많은 악기들과 노랫소리가 함께 연주되면서 강렬한 선율이 울려 펴졌고, 나는 그 선율에 압도당하는 것만 같았다.


당신의 성도들과 함께
한 없는 영광에 들게 하소서.

- Aeterna fac cum Sanctis t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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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후

개인적으로는 ‘레퀴엠’보다 ‘테데움’이 더 인상 깊었다. 레퀴엠보다 더 늘어난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소리가 더 풍부해져서 그런지 음악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테데움’에서 테너 성영규 분의 목소리와 성량에 반했었기 때문에 더욱 인상에 남았던 것 같다. 다른 성악가들에 비해 조금 작은 체구였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목소리, 성량은 누구보다 크게 느껴졌다. 사람의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그 넓은 공연장을 채울 수 있다는 것에 놀랐었다.

연주회를 보면서 느꼈던 것이 하나 있는데, 악기 중에 팀파니의 역할이 꽤 크다는 것이었다. 왼쪽 끝에 위치하고 있던 팀파니는 내가 앉아있던 좌석에서 바로 보이는 곳이었기 때문에 계속 눈길이 갔었다. 처음 팀파니를 봤을 때 연주를 하고 있지 않아서 ‘저 악기는 언제쯤 연주에 참여할까?’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팀파니가 연주에 참여했다. 분명 세게 두드리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연주에는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팀파니의 연주로 보다 꽉 찬 느낌을 들게 했고 그 소리에 매료되어 이후 계속 팀파니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클래식에 대해서도, 기독교에 관해서도 잘 알지 못해서 공연을 잘 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무색할 만큼 잘 보고, 듣고, 느꼈던 공연이었다. 다음에도 이런 공연이 있다면 또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클래식에 대해서 잘 몰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잘 몰라도 괜찮으니 한 번 보는 것을 추천한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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