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느 날, 그들은 가족이 되었다 [시각예술]

< You're ugly too > 삼촌과 조카의 유쾌한 가족 드라마
글 입력 2017.06.2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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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이시는 엄마를 잃었다. 고작 열한 살 짜리 아이에게, 아빠의 죽음 이후 두 번째로 찾아온 가족의 죽음이었다. 혼자 남겨진 그녀가 만나게 된 건 삼촌 '윌'. 윌은 조카를 양육할 의무를 부여받고 감옥에서 가석방되었다. 얼굴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삼촌이 감옥에서 나와 자신을 데리러 왔다니, 스테이시는 그를 섣불리 받아들일 수 없었다. <유 아 어글리 투, You're ugly too>는 그렇게 시작된 삼촌과 조카의 '가족되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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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정한 성격과는 거리가 먼 두 사람은 함께 살면서도 가까워지기가  쉽지 않았다. 하루종일 티격대며 괜한 오해만 늘어가던 그 때, 둘 사이에 새로운 인물 '에밀리'가 등장했다. 두 사람이 가진 그녀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은 둘 사이의 벽을 허무는 실마리가 되었으리라. 에밀리에 대한 삼촌의 마음을 넌지시 물어가며 스테이시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는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부딪히며 조카에게 그의 애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렇게 일이 순탄히 풀리어 가족이 되는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때 쯤, 그들은 스테이시에 대한 사회복지 심사를 받게 되었고 윌은 재입소 판정은 받고 말았다. 즉, 스테이시는 위탁가정으로 가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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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답지 않을 만큼 쿨한 그녀는 슬퍼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필자는 윌이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기 직전 스테이시가 보드를 들고 도망친 것에 주목한다. 언젠가 그 보드는 무엇이냐는 윌의 질문에 그녀는 엄마가 남긴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렇다. 그녀가 늘 들고다니는 보드는 그녀에게 엄마의 존재와 같았다. 이제는 정이 들어버린 윌을 한동안 떠나보내야 하는 이별의 상황에서, 스테이시는 보드를 어루만진다. 그리고 이전까지 영화 속에서 한 번도 제대로 타지 못했던 보드에 발을 얹고 부드럽게, 그러나 올곧게 장애물을 향해 나아간다. 윌이 떠나 혼자 남겨지는 세상은 열 한 살짜리 아이가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두려운 세상이겠지만 그녀는 이겨내고 기다리겠다고, 어쩌면 윌이 떠나는 순간 마주친 눈빛으로 말했을지도 모른다. 6개월 후 윌이 돌아왔을 때 역시 그녀는 덤덤해 보였지만 둘은 어느새, 진짜 가족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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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잔잔해보이는 이 영화가 수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이유는 단연 무척이나 매력적인 분위기 때문일 것 같다. 아일랜드 특유의 담백한 영상 속에서 긴장감없이 잔잔히 흘러가는 이야기 그리고 간을 맞추듯 솔솔 뿌려진 두 주인공의 코믹한 콤비연기까지, 이 세 가지가 매우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나 삼촌에게 단호히 한 마디하고야 마는 조카의 모습은 종종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짓게 만든다. 그러나 윌은 늘 보통의 '여자아이'들과 다른 그녀를 결코 나무라지 않았고 자연스레 받아줄 뿐이었다. 서투르지만 능숙할 것 없었다. 윌이었기에, 그리고 스테이시였기에 조금은 평범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도 그들만의 방식대로 가족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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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계엔 이렇게 잔잔히 흘러가는 영화가 무척 드물다. 한국영화 소비자들의 '감동'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어느 방식의 영화가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햐나같이 관객의 감정선을 정해주는 듯한 영화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록 아주 조금의 상영관을 차지할 뿐이지만 우리의 영화도 분명히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관객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음미할 수 있는 영화들이 지금도 우리의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영화를 만나고 향유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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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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