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람이 분다, 가라

그녀를 사랑했던 정희. 그녀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한 퍼즐 맞추기
글 입력 2017.06.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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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작가의 글은 쉽지 않다. 계속되는 시점의 변화, 시간의 변화로 변화무쌍하다.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읽는다면 어느 순간 바뀐 시점 때문에 다시 앞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녀의 문체는 건조하다. 건조하기 때문에 그 속의 등장인물의 감정은 대조가 되어 더 크게 와 닿는다.

  정희는 인주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정희는 그 소식을 믿지 않는다. 인주가 자살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만나지만, 그 사람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한다. 정희는 인주가 자살을 했다는 사실은 인주의 딸 민서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인주가 자살했다는 것을 믿지 않고 싶기 때문에 자살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희는 인주가 자살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 나간다. 인주와 관련이 있었던 사람들을 만난다. 그 사람들로부터 정희는 자신은 인주에 대해서 잘 몰랐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의 죽음에 대한 의문
  정희는 인주가 자살했다는 강석원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 강석원의 주장에 반박을 하기 위해 정희는 인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친다. 그녀의 화실, 그녀가 가봤던 상담소, 그곳에서 만난 류인섭. 류인섭에게 인주 어머니에 대한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는다. 인주는 어머니가 갔었던 미시령으로 간다. 어머니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 그곳에서 잘못된 욕망으로 누군가 인주를 죽였다.

그녀를 사랑했던 강석원
  강석원은 인주를 사랑했다.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하지만 그는 인주의 사랑을 얻지 못했다. 인주의 죽음에 대해서 유일하게,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조작한다. 그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인주의 삶을 왜곡시킨다. 그가 인주의 모든 것을 왜곡해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었어도 그는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인주의 껍데기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니까.

 상처를 안고 사는, 온전하지 못한 사람들
  이 소설에 나온 사람들 중 온전한 사람은 없다. 모두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정희는 3년간의 결혼생활, 세 명의 뱃속의 아기를 보냈다. 그리고 가장 소중했던, 사랑했던 친구를 잃는다. 가부장적인 남편을 만나 고생만 하면서 한 평생을 사신 정희의 어머니. 집안에서 그녀의 공간은 없었다. 재능있던 육상부였지만, 사고로 운동을 그만두고 그림을 배운다. 그녀는 이혼을 하고 몸이 약한 딸과 함께 산다. 하지만 그녀는 미시령에 갔다가 죽고 만다. 아픈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했던 인주의 어머니. 류인섭과의 어떤 사건으로 그녀는 끊었던 술을 마시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그녀의 인생은 망가졌다. 삼촌은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다. 그래서 남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것을 하지 못했다. 언제나 조심스럽게 살아왔다. 병이 악화되고 결국 삼촌도 인주의 곁을 떠난다. 강석원. 그도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도 마음속의 상처를 안고 있다. 서인주를 사랑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었지만, 그는 그녀의 사랑을 얻지는 못했다. 그녀를 집착하는 마음에 그녀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었다.
  모두가 불완전하다. 그래도 그들 모두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끝까지 자기가 가진 것을 지키려 애를 썼다. 자기의 상처까지도. 이것이 우리가 사는 모습이 아닐까.


[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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