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존재와 비존재 그 사이에서’ 서울오라토리오 제67회 정기연주회

글 입력 2017.06.1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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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울오라토리오' 제67회 정기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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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은 모든 이들을 보듬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위로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 예술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 대상이 살아있는 자든, 이미 떠난 이들이건 가에 상관없이 말이다. 무더운 더위의 시작이 떠오르는 유월이다. 허나 유월에는 이보다 뜨거운 마음으로 이 나라를 위해 이 한 몸 다 바친 이들을 생각하고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 호국의 달에 먼저 떠난 이들의 영혼을 위로해주는 서울오라토리오의 아름다운 선율을 만날 수 있었다.
  
 오후 8시, 공연의 시작을 알리기 전에 자막을 띄우는 창 위로 공지가 올라왔다. 이번 공연이 나라를 위해 자신의 희생한 호국영령과 뜻하지 않은 비극을 맞이한 세월호 희생자를 기린다는 것이었다. 알리는 말을 읽으면서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오늘 공연장에는 존재하는 이들보다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고.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미처 잊고 지내는 것들이 더 많다.

 그런 면에서 이번 공연은 보이지 않는 것을 위한 공연이었다. 예술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 그 자체의 것이 우리네 영혼을 위로하고 또 다독여 준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이미 저 세상의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는 진심어린 마음으로 감사와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 예술이 수식처럼 눈으로, 머리로 풀면 딱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느꼈다. 만일 눈에 보이는 것만 찾아 헤매는 것이 예술이었다면 오늘과 같은 감동과 오묘함은 전혀 느끼지 못했을 터이니.
  
 비록 내가 믿는 종교를 노래하는 오라토리오는 아니지만, 종교라는 단어에 가두어 느끼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오라토리오는 환상적이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과 브루크너의 테 데움을 듣고 있자니 내가 죽어서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길에 이런 음악이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먼저 간 자들도 지금 공연장 내에 울려 퍼지는 선율을 듣고 있다면, 그들의 영혼 또한 치유 받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노랫말을 부르는 성악가와 합창단의 목소리가 어쩌면 내 생각을 대신 전해주는 전달자는 아닐까라는 상상도 하면서 프로젝터 위로 올라오는 노랫말에 집중하면서 감상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모차르트는 회색빛 하늘에서 한줄기 빛이 내려오면서 세상이 점점 환해지는 느낌을, 브루크너는 눈부신 햇살 앞에서 내리쬐는 한줄기 빛을 향해 외치는 것만 같았다. 오히려 두 곡의 느낌이 전혀 다르게 다가왔기에 치유와 구원에 대한 여러 색을 맛 볼 수 있었다.

 존재하는 것들과 존재하지 않는 것 사이에 서 있는 예술이다. 오라토리오는 그 중에서 더 특별한 존재인 것만 같다. 언젠가 내가 그 곳에 닿는 다면, 그 때 듣는 오라토리오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그리고 정말 예술이 존재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이어준다면, 그 힘을 믿고 예술로서 치유와 구원의 노래를 더 많이 불러주길 바랄 뿐이다. 서울오라토리오의 공연을 보게 된 지도 벌써 세 번째다. 매 공연마다 발전하는 모습과, 그 누구보다 진지한 자세로 예술을 맞이하는 이들의 태도가 멋있고 아름답다. 다음 번 정기 연주회도 참으로 기대되는 서울오라토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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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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