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레스터의 욕망 [영화]

레스터의 삶에서 끄집어 올린 욕망의 서사
글 입력 2017.06.1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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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의 욕망
레스터의 삶에서 끄집어 올린 욕망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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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스스로의 욕구에 자족하는 것이며, 욕구를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욕구의 ‘채워지지 않음’에 의해 채워지는 것이다.
 
『사랑의 현상학』 156에서 인용


 
행복이란 스스로의 욕구에 자족하는 것이다. 욕구를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다. 욕구를 소멸시키지 않고 계속하여 욕망하는 그 상태, 바로 ‘채워지지 않음’의 상태에서 우린 비로소 채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아마 그러한 채워지지 않음 속의 채움의 상태는 아이러니한 상태로 우리의 삶에 반복적으로 적용될 것이고 우린 그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삶을 돌려나가고 있을 것이다.
 
욕구를 소멸시킨다는 말은 아마 더 이상의 욕구가 없는 상태, 혹은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다고 느끼는 상태, 다시 말해 이전에 욕망하던 것을 회의하는 상태라고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욕망이 가동상태로 방향성을 가지고 어디로든 나아가는 것이라면(그 방향에 대해서는 함부로 예측하기 어렵겠다.) 회의, 혹은 그로인한 현 상태에 대한 만족은 아마 정지, 그 자리에 멈추는 것일 거다. 이 말을 곧장 적용하면 욕망하는 상태는 살아있는 상태, 욕망하지 않고 만족한 상태는 어떤 의미로는 죽은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은 영화나 문학 작품에서 욕망함과 동시에 활기, 혹은 생기를 되찾는 인물들이 떠오르는 거처럼. 박쥐의 태주나, 아메리칸 뷰티의 레스터처럼.
 
특히 레스터의 경우는 어쩐지 위의 ‘욕망하지 않고 만족한 상태는 어떤 의미로든 죽은 상태’라는 문장을 빼닮은 거처럼 보인다. 그는 어떠한 비유도 아니고 글자 그대로 욕망할 때 활기를 찾고 삶을 찾아내는 거처럼 보이더니, 욕망의 종지부에 다다라 ‘I'm great'라고 하자마자 되돌아온 듯 보이던 삶이 정말이지 끝나버린다. 생기가 사라졌다는 게 아니라 정말로 끝, 죽어버린다.
 
그의 욕망은 특히나 영화 속에서 아름답게 그려졌는데, 빨간 장미로 뒤덮인 그의 욕망들을 보자니, 비극과 충격의 삶을 살았던 이가 부르던 장밋빛 인생이 절로 생각났다. 영화를 보면서도 어쩐지 욕망하고, 욕망함으로써 아름답게 그려지던 그의 비극적 종말이 눈앞에 선했던 것이다. 
 
욕망하는 삶, 레스터의 욕망이 어떤 종류의 것이었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겠지만, (물론 겉으로는 딸 제인의 친구를 향한 성적 욕구가 도드라진다.) 어쨌든 그는 무언가 욕망하고 그것들로 자신의 삶을 채워나가며 ‘……로 살아간다’, 즉 ‘……이 된다’라는 욕망, 혹은 향유의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거 같다. 그리고 ‘……로 살아간다’라고 할 만한 그 무언가가 채워진 순간 그가 향유하고자, 즉 살아가고자 했던 삶은 끝이 난다.
 
그가 만약 죽지 않고 계속하여 그렇게 무언가 욕망하여 살았다면? 그의 삶의 방향성은 어디로 정해진 채 파고들어갔을까. 그의 욕망, 욕망한다는 것. 그 자체에 대한 충분한 해석은 아마 그가 좀 더 오래 살았어야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레스터의 삶은 끝이 났고, 굳이 그 삶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욕망하는 그는 살아가는 중이었다는 것과, 그의 욕망이 지나치리 만큼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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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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